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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자신감 주도 성장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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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하현옥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하현옥 금융팀장

하현옥 금융팀장

백화점의 식품매장은 일반적으로 지하에 있다. 집객 효과가 큰 식품매장을 지하에 배치, 고객의 동선을 위쪽 매장으로 유도해 매출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마케팅에서 일컫는 ‘분수효과’다. 경제학에서 분수효과는 저소득층의 소득을 증대하고 총수요를 진작해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 이익과 고소득층 소득이 늘면서 경기가 개선되는 ‘낙수효과’의 반대다.

분수효과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의 동의어다. 포스트 케인지언 경제학자들의 ‘임금주도성장론’에 근거한 소주성은 근로자의 소득을 인위적으로 높이면 소비가 늘면서 경제성장을 유도한다는 주장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논리적 근거다.

3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 소득이 전년보다 4.3% 늘어났다며 대통령과 정부는 소주성의 성과를 자화자찬하고 있다. 하지만 지갑이 얇은 이들의 소득 증가가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기엔 역부족이다. 오히려 정부의 퍼주기식 재정 집행으로 세금 부담이 커지며 구축 효과의 위험은 커진다.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비용과 세 부담 증가로 가계소비는 더욱 위축되고 있다.

1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홍남기 부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정말 ‘경제는 심리’입니다. 국가 경제도 기본적으로는 기초체력과 실력에 이를 둘러싼 ‘환경과 심리’가 더해져 향방이 좌우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경제주체 모두 힘 합쳐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수출은 11개월 연속 감소하고, 올해 경제성장률 2% 달성은 불투명하다. 경제 기초체력과 실력이 무너지는 데 심리가 경제를 좌우한다는 주장은 한가하게 들린다. 지나친 곡해겠지만 이젠 ‘자신감 주도 성장’이나 ‘심리 주도 성장’인 모양이다.

하현옥 금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