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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기업의 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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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이동현
이동현 기자 중앙일보 기자
이동현 산업1팀 차장

이동현 산업1팀 차장

“미국이 주주(shareholder) 자본주의라면 유럽은 이해관계자(stakeholder) 자본주의고,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극단적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현대자동차그룹이 4일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란 이름의 기업설명회를 가졌다. 올해 2월에 이어 두 번째 열린 이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의 중·장기 사업계획과 재무목표까지 공개했다.

현대차그룹 CEO가 투자자를 상대로 회사의 목표를 설명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투자로 인한 주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3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을 비롯한 주가부양책도 내놨다. 현대차답지 않게(?) 세련된 미래 전략 발표에 대해 한 업계 전문가는 “이제서야 기업의 주인이 주주란 사실을 깨달은 것 같다”고 했다.

‘극단적인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란 말이 나온 건 그의 입에서였다. 그는 “지금까지 한국 기업은 청와대, 공정거래위원회, 정부 부처는 물론 노동조합까지 수많은 ‘이해관계자’의 눈치를 봐야 했다. 하지만 지난해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행동주의 펀드와 갈등을 빚은 현대차로선 주주들의 지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단 교훈을 얻었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61조원을 투자해 미래 격변에 대비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주주들에게 상세한 경영 계획을 밝힌 건 “이만큼 준비할 테니 믿어달라”는 신호인 셈이다. 문제는 여전한 ‘이해관계자’들이다. 일본 도요타가, 독일의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그리고 미국 GM이 앞다퉈 미래 모빌리티 실험을 하고 있지만, 현대차는 아직도 각종 규제 속에 제한적인 실험에 그치고 있다.

숟가락 하나씩 얹으려는 심보론 기업의 과실을 키울 수 없다. 지금이야말로 청와대와 정부가, 그리고 노조가 공생(共生)의 미덕을 발휘해야 할 때다.

이동현 산업1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