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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텝 꼬인 황운하 총선 출마플랜···명퇴 막히자 '면직' 만지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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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지난해 울산청이 벌인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비리 수사와 관련, 청와대 하명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 지난해 울산청이 벌인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비리 수사와 관련, 청와대 하명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중앙포토]

이른바 하명수사 의혹을 받는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이 내년 총선에 출마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그는 최근 경찰청으로부터 명예퇴직 불가 통보를 받았다. 피의자 신분이라는 이유에서다. 공직자 사퇴 시한(다음 달 16일) 전까지 옷을 벗어야 하는 황 청장 입장에서는 “스텝이 꼬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황 청장은 ‘면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한다. 이 카드가 먹히더라도 정치신인으로서 자신을 둘러싼 정치공세를 어떻게 돌파할지도 숙제다.

황 붙잡아 둔 경찰청 왜?

황 청장은 지난달 30일쯤 경찰청으로부터 명예퇴직 불가 통보를 받았다. 검찰이 황 청장을 수사 중인 사실을 경찰청에 알리면서다. 지난해 황 청장이 울산지방경찰청장을 지낼 당시 울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수사를 벌인 바 있다. 이때 김 전 시장이 속한 자유한국당은 ‘표적 수사’ 의혹을 제기하면서 황 청장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고발하기에 이른다.

황 청장은 고발장이 접수된 1년 6개월 동안 검찰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검찰이 수사권을 행사하지 않아 이런저런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지난달 중순 검찰에 수사를 끝내달라는 종결요청까지 한 그다. 경찰청의 명퇴 불가방침을 놓고 일각에서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돈키호테 황 청장을 붙잡아두는 것 아니냐’는 억측도 나온다.

하지만 경찰청 관계자는 “피의자 신분이라 명예퇴직이 불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이번 주 경찰 고위직 인사가 점쳐졌는데 황 청장의 발이 묶이면서 인사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미쳤다는 분석이다. 현재 고위직 인사는 ‘미정’인 상태다. 황 청장은 유임 또는 전보 인사 이야기가 나온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지난 2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대전 둔산동 대전지방경찰청 1층 로비를 나서고 있다. 황 청장은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 출마를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했지만, 현재 불가 통보를 받은 상태다. [프리랜서 김성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이 지난 2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대전 둔산동 대전지방경찰청 1층 로비를 나서고 있다. 황 청장은 내년 4월 치러지는 총선 출마를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했지만, 현재 불가 통보를 받은 상태다. [프리랜서 김성태]

면직신청은 아직

명퇴가 막힌 황 청장은 B플랜으로 면직신청을 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아직 경찰청에 접수된 건은 없다. 하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대통령령인 ‘비위 공직자의 의원면직 처리제한에 관한 규정’상 수사기관에서 비위와 관련해 조사 또는 수사 중인 때에는 의원면직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다. 피의자인 황 청장에게 불리한 대통령령이다. 황 청장이 면직을 요청하면, 경찰청 감찰은 의원면직 제한대상에 해당하는지부터 철저하게 들여다보게 된다.

하지만 수사 대상자가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지 않을 경우 면직 처리될 수 있다. 감찰서 경징계 또는 유보로 판단되면, 관련 위원회가 열려 다시 한번 면직이 적절한지 따지게 된다. 황 청장은 지난해 울산시장 측근 비리 수사의 당위성에 대해 적극 해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한 황 청장은 “선거전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을 조사 안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황 청장은 수사 중립을 위해 지난해 4월 수사지휘 회피 신청을 하기도 했다.

총선 출마플랜 정주행

황 청장은 당초 6일 오후 2시로 예정된 더불어민주당의 ‘김기현 측근 비리 사건 등 공정수사 촉구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었다. 이 자리에서 당시 수사의 필요·당위성을 중심으로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적극적으로 해명할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이날 오전 참석하지 않을 뜻을 전했다. 대신 그는 9일 고향이자 출마 예정지인 대전 중구에서의 북 콘서트는 예정대로 열 계획이다. 사실상 총선 출마 선언식이다.

대전 지역 선거판은 요즘 요동치는 분위기라고 한다. 특히 중구의 경우 황 청장의 출마 예상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황 청장은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등록할 가능성이 크다. 중구는 현재 한국당 이은권 의원이 지역구다. 누가 후보로 확정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양당의 세대결이 예상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지역 정가 한 관계자는 “인지도 높은 황 청장의 출마 예상에 본격적인 선거 정국이 되면 대전 중구가 전국적인 관심지로 부상할 것”이라며 “정치신인 격인 황 청장이 옷을 벗더라도 검찰수사라는 짐을 덜지 못하면 당내 경선 과정 등에서 이런저런 공세에 시달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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