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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성장 성과냈다”는 文 정부… 현장선 “정책 전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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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소득주도성장ㆍ공정경제와 함께 추진한 경제정책인 ‘혁신성장’에 대해 후한 평가를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체감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는 4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열고 혁신성장 추진 성과 점검 및 보완계획을 논의했다. 임기 반환점을 돌아선 문재인 정부 혁신성장 정책에 대한 중간 점검 성격이다. 홍 부총리는 “데이터(Data)ㆍ5G(Network)ㆍ인공지능(AI) 등 DNA와 3대 유망 분야인 미래 차ㆍ바이오헬스ㆍ시스템반도체 등 신산업 분야에서 조기 성과를 내고, 혁신성장의 기반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정부는 성과의 근거로 수치를 제시했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올해 4월), 2016년 대비 지난해 빅데이터 시장 규모 70%, 같은 기간 AI 매출액 90% 증가, 2017년 대비 올해 전기차 보급 3배, 같은 기간 수소차 보급 23배 증가, 의약품ㆍ의료기기 수출실적 2016~2018년 연평균 17% 성장, 벤처투자액과 신설법인 수 2018년 역대 최고치 달성….

하지만 이런 성과는 민간의 공격적 투자를 바탕으로 한 시장과 기업의 힘 덕분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 정책의 성과로 보기 어려운데도 자화자찬했다는 얘기다. 성창모 고려대 초빙교수는 “각종 수치가 크게 늘고, 투자가 확대됐다고 하지만, 선언적인 숫자만 나열한 듯한 기분”이라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실행ㆍ성과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수차례 혁신성장 체감 성과 부족을 지적했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혁신성장 관련 법ㆍ제도 개선 지연, 일부 분야에 한정된 성과 창출, 사회 전반으로의 확산 부족 등도 문제로 꼽혔다. 순항하던 차량공유 서비스 ‘타다’가 검찰의 ‘운행 불법’ 결론에 수사를 받게 돼 성장에 제동이 걸린 사례가 대표적이다.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왼쪽)와 타다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가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재웅 쏘카 대표(왼쪽)와 타다 운영사 VCNC의 박재욱 대표가 첫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장진영 기자

홍 부총리도 “성과에도 불구하고, 산업 분야, 기업 규모 등에 따라 혁신성과에 편차가 있었고, 핵심규제ㆍ법령의 신속한 정비, 민간 자생력 제고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성과 창출이 다소 미흡하고, 혁신성장 전반을 아우르는 큰 틀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 부족했다는 지적 등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선 여전히 불필요한 규제로 신사업 추진이 막혔고, 미래 먹거리 발굴이 더디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온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기업이 느끼는 규제 개혁 체감도가 지난해 97.2에서 최근 94.1로 낮아졌다”고 발표했다. 규제 개혁 성과 평가도 “만족한다”는 답변은 11.7%에 불과했다. 반면 “만족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22%였다.

데이터 산업 발전의 족쇄로 지적되는 개인정보호호법과 정보통신망법ㆍ신용정보보호법 등 ‘데이터 3법’의 높은 규제장벽도 아직 그대로다. 박진우 서울대 명예교수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데, 이 문제 해결을 위한 공론화조차 안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혁신성장 보완계획으로 연내 AI 국가전략을 마련하고, 데이터 경제화를 본격 추진한다고 밝혔다. 내년에는 '드론교통 로드맵'을 발표하고, 도심지역 드론택배를 확산한다. 정부는 원격의료나 공유경제 등 핵심규제 개혁이 첨예한 사회적 갈등으로 난관을 겪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혁신성장 고도화를 위해 보완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홍 부총리는 “신산업ㆍ신시장 창출, 기존산업 혁신, 과학기술 혁신, 혁신자원 고도화를 전략 분야로 삼아 이를 뒷받침할 제도ㆍ인프라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호원 서울대 교수는 “좀 더 친시장적인 정책, 장기 비전 아래 정책의 구체성ㆍ유연성 강화, 핵심 규제 개혁, 공급 혁신역량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방향의 재정 활용, 법인세 인하를 포함한 세제개편 등 혁신성장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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