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집에서, 원하는 시간에 일·육아 다 챙길 수 있어 좋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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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안고 회사에 출근하는 여직원, 그 모습에 “아이 낳기 전에는 참 다부지게 일 잘했는데…”라며 혀를 차는 상사.’ 최근 화제를 모은 영화 ‘1982년생 김지영’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아이의 열병, 어린이집·유치원의 임시 휴업, 베이비시터의 결근 등으로 워킹맘들이 아이 맡길 곳을 찾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건 흔한 일상이다. 여전히 일과 육아를 병행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일과 가정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은 요즘 핫한 키워드다. 하지만 아이를 둔 부모, 특히 맞벌이 부부에겐 워라밸은 딴 나라 얘기. 기업도 탄력근무제, 스마트워킹 같은 제도를 도입해 일과 가정의 조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글로벌 바이오 제약기업 한국애브비는 재택근무와 핵심 근무시간을 부서별 협의에 따라 유연하게 선택·이용할 수 있는 ‘스마트워킹’ 제도를 지난 7월부터 시범 운영하고 있다.

맞벌이 부부 위한 스마트워킹

시범 운영하는 한국애브비 업무 효율↑

스마트워킹 제도를 활용해 일?육아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있는 박수라 차장.

스마트워킹 제도를 활용해 일?육아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있는 박수라 차장.

입사 6년 차인 박수라(34) 면역사업부 마케팅팀 차장은 현재 17개월 딸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둘째를 임신 중이기도 하다. 박 차장은 일주일에 하루는 꼭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첫째 딸을 키우면서 육아와 업무 균형에 대한 고민이 컸던 그에게 단비 같은 근무 제도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아이가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외근에 회의까지 많아 도저히 휴가를 낼 수 없었던 적이 있었다”며 “‘결국 아이를 데리고 출근해야 하나’는 고민까지 했다. 주변의 많은 동료가 경력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용기를 줬고 요즘은 그런 상황이 되면 근무시간을 조정하거나 재택근무를 신청한다”고 반겼다.

박 차장은 출산 휴가와 4개월의 육아휴직을 사용하고 복귀했다. 게다가 그는 최근에 승진까지 하면서 더욱 책임감 있게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딸을 등원시키고 있는 강세원 차장.

딸을 등원시키고 있는 강세원 차장.

면역사업부 영업팀 강세원(38) 차장도 새로운 근무제를 잘 활용하고 있다. 다섯 살 딸과 두 살 아들을 둔 가장인 그는 3개월 아빠 육아휴직도 다녀왔다. 맞벌이 부부인 데다 둘째가 태어나면서 업무와 가정의 균형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남자의 육아휴직을 주변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회사 눈치를 많이 봤다. 업무 공백으로 인한 팀의 부담도 고민이 됐다”며 “다행히도 회사가 먼저 육아휴직을 제안해 왔고 그 덕에 아이들과 값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강 차장은 육아휴직 후에도 스마트워킹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근무자가 직접 근로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를 활용해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더 만들고 있다. 그는 “가정이 안정되니 회사에서 더 열심히 일하게 된다. 앞으로 가족친화적인 문화가 특별한 것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소영 한국애브비 대표는 “근무 장소나 시간에 제약을 두지 않는 스마트워킹 제도를 장려하고 있다”며 “제도 시행 후 직원들이 원하는 환경과 시간을 택해 근무하니 집중도가 높아지고 효율성도 향상됐다”고 말했다.

김두용 기자 kim.du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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