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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노무현 정부 ‘민경찬 게이트’…유재수, 문 대통령 대신 청문회 나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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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시킨 ‘윗선’에 초점이 모이면서 15년 전 ‘민경찬 653억 불법 펀드 모금 의혹’ 사건이 재조명받고 있다.

유,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 근무 #“문재인 수석 관련” 야당 주장 부인

2004년 1월 중순 『시사저널』은 노무현 대통령의 형 건평씨의 처남인 민경찬씨가 투자회사를 설립해 투자 목적도 밝히지 않은 채 단기간에 653억원을 모금했다고 보도했다. 논란이 되면서 금융감독원은 1월 말 이틀에 걸쳐 민씨를 상대로 자금모집 경위 등을 조사했다.

민씨는 이 기간에도 언론 인터뷰에서 “계속 돈이 들어와 걱정이다” “(청와대에서) 사람 숫자가 문제된다고 해서 다 빼고 (투자자를) 40명 전후로 명부를 만들어 다 컨트롤했다. 그렇게 무마되는 거로 조율했다” “사업은 계속 진행하고, 청와대·금감원과 사전 조율했다” “오늘 아침 문(재인) 수석하고도 통화했다”고 말하는 등 청와대와의 밀착 관계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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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측도 조사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개인의 사적인 경제행위로, 법에 저촉되는 위법행위로 단정할 근거가 없다”고만 언급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결국 청와대는 민씨를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경찰은 민씨를 단순 사기범으로 구속했지만, 야당은 ‘대통령 친인척 비리를 단순 사기로 덮으려 한다’며 청문회를 요구했다.

2월 12일 국회 청문회 때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이던 유 전 부시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의 직속 상관은 이호철 민정1비서관, 문재인 민정수석이었다. 당시 야당은 문 수석과 이 비서관만 증인 채택했다가 불참 가능성이 커지자 유 전 부시장을 추가했다.

청문회에서 야당 측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민씨와 접촉한 사실, 금감원에 지시한 내용을 캐물었다. 유 전 부시장은 민씨와 고교 동창인 박삼철 금감원 비제도금융국팀장에게 “(민씨를) 만나서 사실 확인해 보라고 요구했다”고 인정했지만 당시 민정수석실에서 민씨를 만난 게 누구인지는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 야당에선 문재인 수석이 지휘하는 것 아니냐고 다그쳤고 유 전 부시장은 인정하지 않았다.

문 수석은 청문회 당일 민정수석에서 사퇴했다. 당시 청문위원이던 김영환 전 의원(당시 새천년민주당)은 “당시 문 수석이 민경찬씨와 관련해 매우 곤란한 입장이었고 그래서 유재수 행정관만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민씨는 2005년 4월 서울고법에서 병원시설임대료 등 명목으로 받은 17억여원을 가로채고 청와대 청탁과 관련해 거액 수수 혐의 등으로 징역 2년6개월에 벌금 1600만원과 추징금 1억2056만원을 선고받았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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