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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49.1% '한국 사회 불신'…계층상승·기부에도 부정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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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신화’는 이제 막을 내리는 분위기다. 우리 사회의 계층이동이 가능하다는 응답이 10년 전과 비교해 크게 줄었다. 또 20대와 30대 절반 이상은 우리 사회를 '믿을 수 없다'고 봤다.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일·가정 둘 다 중요’하다는 응답이 처음으로 ‘일이 우선’이라는 응답을 앞질렀다.

통계청은 25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19 사회조사’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일생 노력을 한다면 본인 세대에서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22.7%로 10년 전(2009년. 37.6%)보다 14.9%포인트 감소했다.

계층이동 가능성 ‘높다’ 응답 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계층이동 가능성 ‘높다’ 응답 비율. 그래픽=신재민 기자

자식 세대의 계층이동 상승 가능성에 대해서도 비관적으로 변했다. 28.9%가 ‘높다’고 답했는데, 이는 10년 전(48.3%)보다 19.4%나 줄어든 수치다. 부모의 재산에 따라 자녀의 경제·사회적 지위가 결정된다는 이른바 ‘수저계급론’이 점점 심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자신이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본인 세대와 자식 세대의 계층이동 가능성(각각 58.5%·48.6%)을 높게 본 만면, 하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가능성을 낮게(12.5%·21.5%) 봤다.

박영범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성장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한국 경제가 성숙해져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자수성가’의 기회도 줄어들었다”며 “최근에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아파트 가격이 계층 상승의 사다리를 흔들고, 계층 대물림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중’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은 58.5%로 2년 전보다 0.9%포인트 증가했다. 이 비중은 최근 10년간 57~58%의 비중을 유지하고 있다. 자신을 '상'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은 2.4%, '하'라고 생각하는 비중은 39.1%였다. 남자가 여자보다 ‘상’, ‘중’이라고 생각하는 비중이 높았다.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도(2019). 그래픽=신재민 기자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도(2019). 그래픽=신재민 기자

올해 처음 조사한 ‘우리 사회에 대한 신뢰도’ 항목에서는 우리 사회에 대해 ‘믿을 수 있음’으로 응답한 사람이 50.9%로, ‘믿을 수 없음’(49.1%)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이었다. 우리 사회에 대한 불신 풍조가 그만큼 만연해있다는 얘기다. 농어촌 지역이 도시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고, 학력별로는 '대졸 이상'이 가장 높고 '고졸'이 가장 낮았다.

연령별로는 13~19세가 54.8%로 신뢰도가 가장 높은 반면, 20대(45.1%)·30대(48.5%)는 절반 이하만이 우리 사회를 신뢰했다. '전혀 믿을 수 없다'고 응답한 비율도 20대와 30대에서 각각 7.9%·6.1%로 다른 연령층보다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신뢰가 사라지면서 남을 돕는 손길도 줄고 있다. 지난 1년간 기부를 한 적이 있는 사람의 비중은 25.6%, 향후 기부 의사가 있는 사람의 비중은 39.9%로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다. 기부를 하지 않은 이유로는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51.9%)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워라밸' 중시, '일 우선' 처음 앞질러 

일과 가정생활의 우선 순위는. 그래픽=신재민 기자

일과 가정생활의 우선 순위는. 그래픽=신재민 기자

가정은 뒷전이고, 일만 하는 ‘일벌레’도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일을 우선시한다는 응답은 42.1%로 2011년(54.5%)보다 12.4%포인트 줄었다. 반면 둘 다 비슷하다는 대답은 44.2%로 같은 기간 10.2%포인트 늘었다. 이에 처음으로 '둘 다 비슷하다'는 응답이 '일을 우선시한다'는 응답을 앞질렀다. 가정을 우선시한다는 비중도 같은 기간 11.5%에서 13.7%로 늘었다.

통계청은 “일을 우선시하던 사회에서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중요시하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사회참여 항목과 관련해서는 4명 중 3명꼴로 평소에 교류하는 사람이 있으며, 하루 평균 교류자 수는 3명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나 어려울 때 도움받을 가족이나 친구 등은 매년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 ‘몸이 아파 집안일 부탁해야 할 경우’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 수는 2017년 2.4명에서 올해 2.3명 ▶'갑자기 큰돈을 빌려야 할 경우'는 2.3명에서 2.2명 ▶'낙심하거나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한 경우'는 3.1명에서 2.9명으로 줄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감소했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국민 3명 중 2명(65.1%)은 노후 준비를 하고 있으며, 그중 절반 이상(55.2%)이 ‘국민연금’으로 노후를 준비하고 있었다. 고령자의 노후 준비 비중은 55.3%로 10년 전(46.7%)에 비해 8.6%포인트 증가했다.

통계청 사회조사는 노동·교육 등 10개 부문에 대해 매년 5개씩 격년으로 실시된다. 이번 조사는 지난 5월 전국의 13세 이상 3만7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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