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살렸지만···WP "신뢰 손상, 한·미동맹 깊은 곤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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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두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전투 차량들이 줄지어 있다.   [연합뉴스]

미국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두고 한국을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 경기도 동두천시 캠프 케이시에서 미군 전투 차량들이 줄지어 있다. [연합뉴스]

한국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에도 한미 간 신뢰는 이미 손상됐으며 한미동맹이 깊은 곤경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3일(현지시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한 리처드 아미티지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 담당 보좌관을 지낸 빅터 차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66년간 이어진 한미 동맹이 깊은 곤경에 빠졌다'는 제목의 기고문을 게재했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 연기 결정은 현명했지만 관계의 신뢰에 대한 손상은 이미 이뤄졌다"면서 "한국은 소중한 합의를 지렛대로 사용해 미국을 한일 간 경제적·역사적 분쟁에 개입하도록 강제한 것이고 이는 동맹 남용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정보협력을 중단하겠다는 위협은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발사에 대응 능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한국의 안보이익이 미국과 일본의 안보이익과 잠재적으로 분리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대폭 증액을 요구하면서 한미관계의 마찰이 가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국 대표단이 조기에 협상장을 떠난 사실을 언급하며 '동맹 간 균열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드문 사례'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들은 방위비를 5배 더 내라는 미국의 요구가 문재인 정부에 정치적으로 실행 불가능하고, 한국이 약 110억 달러가 들어간 경기 평택 미군 기지 캠프 험프리스 건설비용의 90%를 부담한 바 있다면서 미국의 욕심에 대한 한국인의 분노가 주한 미국대사관저 월담 사건에서 표출됐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도 한미 관계에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중국의 '사드 보복'에 불구하고 중국이 제안한 다자무역협정에 동참하고 싶어하는 반면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에는 머뭇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이런 일련의 갈등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를 결정할 수 있다면서 "이는 일본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까지 충격파를 던지며 미국 외교정책의 재앙이 될 것이고 미국이 강대국 위상을 중국에 넘겨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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