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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값 4년새 7억 급등···정부, 핀셋 규제만 늘렸다 역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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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장원의 부동산 노트]②엇나간 고강도 대책

현 정부 들어 잇단 부동산 대책의 최대 수혜자가 '로또'를 거머지는 새 아파트 청약 당첨자다.

현 정부 들어 잇단 부동산 대책의 최대 수혜자가 '로또'를 거머지는 새 아파트 청약 당첨자다.

이번 정부의 고강도 주택시장 규제가 결과적으로 집값 급등을 가져온 것은 대책 효과가 샜기 때문이다. 기대한 긍정적인 면보다 한편에서 우려한 부정적인 면이 더 두드러지게 작용했다.

대책 부정적인 효과 더 두드러져 #매물 잠기며 입주 급증 반감 #대출 한도보다 많은 무이자 보증금 #추가 대책보다 기존 대책 점검 필요

정부는 줄곧 서울 주택공급이 충분하다며 수요 억제 위주의 정책을 폈다. 2014년 이후 들어선 새집이 크게 늘었고 앞으로도 예년보다 많은 물량이 입주할 것으로 예상해서다.

1만가구 단지 거래 5건 

실제 연간 서울 주택 입주물량이 2010년대 초반 6만가구대에서 2014년부터 7만가구대로 늘었고 2016년엔 8만7000가구까지 증가했다. 2014~2018년 연평균 입주물량이 7만5000가구로 그 이전 5년 연평균(5만5000가구)보다 40% 가까이 급증했다.

그런데 입주 급증이 공급 증가에 따른 가격 안정 효과를 가져오지 못했다. 새집이 많이 들어섰어도 실제 가격을 결정하는 수요·공급 시장인 거래시장에 나오는 공급량이 많지 않아서다.

우선 입주 물량이 많지만 주택 재고는 그만큼 늘지 못했다. 재건축·재개발이 활발해 멸실되는 주택이 많았기 때문이다. 준공 주택 수에서 멸실 주택 수를 뺀 순증 주택 수가 2010년대 초반 4만가구대에서 2015년 5만가구 넘게 늘다가 2017년엔 2만3000여가구로 줄었다. 멸실이 입주 증가를 반감시킨 셈이다.

재고가 매물로 시장에 나오지 못하고 잠겼다. 2017년 말 정부가 내놓은 임대주택 활성화 대책 등으로 의도치 않게 나타난 부작용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예년의 두 배 정도인 14만여가구가 서울에서 임대주택으로 등록했다. 임대주택으로 등록하면 4~8년간 팔지 못하고 임대해야 한다.

2017년 8월 2일 김현미 국토부장관(가운데)이 부동산 대책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17년 8월 2일 김현미 국토부장관(가운데)이 부동산 대책 브리핑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양도세 강화도 매물 잠김에 일조했다. 다주택자 중과 등으로 세율이 높아진 데다 최근 몇 년새 집값이 뛰면서 세금이 확 늘었다. 1주택자도 비과세 요건(2년 보유, 2년 거주)을 채우지 못하면 팔 엄두를 내지 못한다.

지난해 말 입주한 1만가구 정도의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에서 올해 거래된 물량이 5가구에 불과하다.

4년 전 8억원선에 분양한 전용 84㎡가 지난 7월 15억원선에 거래됐다. 4년 새 7억원가량(80%) 급등했다. 세금이 3억원에 가깝다.

부동산정보서비스업체 직방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으로 서울에서 입주 1년 미만 신축 아파트의 시세가 분양가보다 평균 3억7000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팔면 양도세가 1억6000만원이다.

신축 아파트가 늘어도 매물로 나오지 않는 이유다. 수요 억제가 공급 억제까지 영향을 미쳤다.

돈 빌릴 데 많아 

정부는 저금리 등으로 넘치는 유동성이 주택시장으로 쏠리지 못하도록 대출 문턱을 높여 돈줄을 좼다.

하지만 은행 주택담보대출 문만 좁아졌을 뿐 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모든 문이 닫힌 게 아니다. 담보대출 이외에 신용대출 등 우회 대출이 많고 부모의 증여 등 돈을 끌어올 수 있는 곳이 많다.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제도인 전세가 대출 규제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전세는 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매수하는 ‘갭 토자’의 디딤돌이다.

저금리 등으로 서울 임대차 계약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소 줄기는 했으나 여전히 10건 중 7건일 정도로 전세 위주다.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낮아져 갭 투자 부담이 커졌어도 전세를 이용하면 은행 주택담보대출보다 더 많은 돈을 무이자로 확보할 수 있다.

한국감정원 주택가격동향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58.9%다.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매매가격의 40%다.

2018년 9월 1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 방안 관련 관계 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년 9월 13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이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 방안 관련 관계 부처 합동브리핑에서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규제의 ‘마지막 퍼즐’이라고 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막상 지난 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시장 반응은 정부 기대와 반대다. 집값 상승세가 커지고 있다. 한국감정원 주간아파트가격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0.1%였다. 지난해 9월 마지막주 이후 1년 2개월만의 최고다.

정부가 민간택지 상한제로 노리는 대상은 둘이다. 집값 불안 주범으로 꼽히는 재건축 시장과 분양가다.

힘 빠진 후속타

상한제로 일반분양가가 내려가면 재건축 조합원 추가분담금이 늘기 때문에 재건축 투자성이 떨어지게 된다. 재건축 단지 몸값이 내려가야 하는데 되레 더 올랐다.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의 매물 호가가 상한제 시행 전보다 2억원 정도 뛰었다.

지난해 되살아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건축부담금제)에 상한제 위력이 가려져서다. 재건축부담금으로 이미 세게 맞은 상황에서 이보다 약한 상한제를 맞게 된다.

업계는 재건축부담금에 상한제 추가 분담금을 합친 금액이 재건축부담금만 낼 때보다 10~20% 늘어날 것으로 본다.

정부는 서울 집값 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분양가 상승률을 민간택지 상한제 도입 이유로 설명했다. 분양가 상승->집값 상승 악순환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과 주택도시보증공사 통계로 보면 지난 10월 기준으로 1년간 서울 아파트값이 0.93% 떨어졌는데 아파트 분양가는 9.7% 올랐다. 그런데 두 통계 산정 방식이 다르다. 분양가는 기준 달로부터 지난 1년간 총분양가를 비교하기 때문에 비교 대상의 지역, 주택 크기 등이 일치하지 않는다.

고분양가가 집값을 자극한 예는 2016년 강남구 개포동 개포3단지 재건축 단지 분양 때였다. 이를 계기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분양가 규제가 시작됐다. 지난 6월부터 주택도시보증공사는 같은 지역에서 1년 이내엔 분양가를 동결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 지정을 위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지역 지정을 위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피부로 체감하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 상승률은 최근 1년 새 13%로 분양가 상승률보다 높다.

민간택지 상한제가 시장 앞에 맥을 추지 못하고 주택 공급 감소 불안만 키웠다.

핀셋 규제로 대상을 동별로 최소화했다는 민간택지 상한제는 지정과 동시에 풍선효과 등 부작용 논란을 낳고 추가 지정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조정대상지역 해제 등에서 적절한 타이밍을 놓쳤다. 임대주택 활성화 대책과 종부세 강화를 허술하게 내놓았다가 역풍을 맞은 뒤 재조정했다.

규제를 최소화한다는 핀셋 규제 원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규제 범위만 좁힐 게 아니라 규제 종류를 복잡하게 늘리지 않는 게 규제를 줄이고 효과는 더 높일 수 있다. 핀셋 많다고 수술 잘 하는 게 아니다. 규제 도구도 상황에 따라 핀셋만이 아니라 더 큰 집게도 필요하다.

핀셋은 예방하거나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증상을 잘 떼어내더라도 눈에 보이지 않는 균은 이미 퍼진 뒤다.

규제의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크면 시장이 왜곡된다. 정책 불신과 반발심리가 커지면서 착시가 나타난다. 이는 거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 등 주택시장 펀드멘털 궤도에서 벗어나 유독 서울 집값만 계속 오르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규제가 규제를 부르는 악순환과 '규제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추가 대책 카드를 찾아 핀셋을 더 늘릴 게 아니라 현행 규제에 대한 핀셋 점검을 할 때다. 안장원 기자 ahnj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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