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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중인 배우자 간호···대법 “특별한 부양 아냐, 상속 기여분 인정 안 돼”

중앙일보

입력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자리에 앉아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자리에 앉아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아픈 남편을 몇 년간 간호했다면 재산상속을 더 받을 만큼 특별한 부양을 한 걸까. 법원은 통상적인 병간호는 부부 사이의 의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는 피상속인을 간호해온 배우자가 낸 상속분의 기여분결정 청구 소송에 대해 “특별한 부양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원고 패소한 원심을 확정했다.

두 살림 차린 남편, 두 번째 아내가 병간호

A씨는 1940년 아내 B씨를 만나 결혼해 9명의 자녀를 두었다. 하지만 그사이 A씨는 또 다른 여성 C씨를 만나 두 명의 자녀도 두었다.

사실상 중혼관계에 있던 A씨는 아내 B씨가 사망하자 3년 뒤 C씨와 혼인신고를 했다. A씨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2003년부터 5년간 매월 통원치료를 받고 입원치료도 병행했다. 곁을 지킨 건 아내 C씨였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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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결국 2008년 병으로 사망했다. 그러자 B씨의 자녀들이 C씨와 자녀들을 상대로 상속재산분할을 청구했다. C씨와 자녀들은 B씨의 자녀들을 상대로 기여분결정을 청구했다.

우리나라 민법 제1008조의2는 배우자가 상당 기간 투병 중인 피상속인과 살면서 간호하거나 부양했다면 상속재산에 있어서 기여분을 인정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재판의 쟁점은 C씨가 기여분이 인정될 정도로 ‘특별한 부양행위’를 했는지 여부였다.

1·2심 “원고 건강상태로 특별 부양은 어려웠을 것”

앞서 1·2심 모두 C씨의 특별 부양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C씨의 건강을 근거로 들었다. A씨가 아플 때 C씨가 간호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C씨의 건강이 통상의 부양을 넘어서는 수준의 간호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C씨가 A씨를 간호한 것은 부부로서 최소한의 부양의무를 행한 정도에 불과했다는 취지다. C씨가 A씨의 재산유지나 증가에 특별히 기여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보고 C씨에게 패소 판결을 내렸다.

대법 “민법에 부부간 상호부양의무 있어”

C씨와 자녀들은 재항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장기간 동거·간호를 통해 피상속인을 부양한 경우 그러한 사정만으로 반드시 기여분을 인정해야 한다면, 일체의 사정을 고려해 후견적 재량에 따른 판단으로 기여분을 정하도록 한 민법 및 가사소송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장기간의 동거·간호만을 이유로 배우자에게만 기여분을 인정한다면, 제1차 부양의무인 부부간 상호부양의무를 정한 민법 규정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대의견 “동거하며 간호하는 것 자체가 특별 부양행위”

반면 조희대 대법관은 “배우자가 상당 기간 동거하면서 간호하는 방법으로 피상속인을 부양한 경우,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배우자에게 기여분을 인정해야 한다”며 “동거하며 간호하는 행위는 ‘그 자체로’ 특별한 부양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문언에 부합한다”고 반대의견을 밝혔다.

재판부도 “장기간 동거·간호에 따른 기여행위를 기여분 산정에 적극 고려할 여지는 있다”고 밝혔다. 기대수명이 증가하며 노년기에 투병하는 배우자와 동거하며 간호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여분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공동상속인들 사이 공평을 도모하기 위해 배우자 상속분을 조정할 필요성이 인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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