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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취업 한파, 이젠 해고 한파…IMF세대 40대의 비극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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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실업급여 신청을 위해 울산고용센터를 찾은 A씨(42). 그는 외환위기 직전 해인 1996년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했다. 취업 한파에 일자리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 겨우 일자리를 구해 기간제를 전전하던 A씨는 최근까지 울산의 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2년 가까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퇴사했다. A씨는 “전기차 생산을 늘리는 추세여서 최근 고용도 불안해지고 있다”며 “취업한 지 얼마 안 되는 30대나 오래 일하고 숙련된 50대보다 중간에 낀 40대 노동자가 나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40대 인구 1% 줄때 취업자 2% 감소 #“30대는 입사한 지 얼마 안돼 생존 #50대는 숙련도 높아 살아남아”

세대별 인구·취업자 증감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세대별 인구·취업자 증감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른바 ‘IMF 세대’로 불리는 40대. 20여년이 지난 지금 고용시장의 ‘허리’가 된 이들이 이처럼 일자리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통계로 확인됐다. 14일 통계청의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40대 인구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1.4%·1.5%씩(이하 10월 기준) 줄었다. 그러나 취업자는 두 해 모두 2.2%씩 감소했다. 인구가 감소한 폭보다 취업자가 줄어든 폭이 더 큰 연령대는 40대가 유일하다. 기존 40대 취업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실업자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40대 취업자는 최근 10년 이래로 지난 2년 동안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고, 40대 고용률은 2017년 79.8%에서 올해 78.5%로 1.3%포인트 하락했다.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40대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율도 올해 3.6%로 15세 이상 인구 전체의 비경제활동인구 증가율(0.2%)보다 크게 높았다.

40대는 가정을 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고용 악화는 한 가구의 생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통계청은 40대의 고용 악화에 대해 한창 일할 나이인 이들을 많이 고용하는 제조업 경기 침체에 따른 것으로 분석한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달 8만1000명(-1.8%) 줄면서 지난해 4월(-6만8000명)부터 19개월 연속 감소세다.

30대까지 포함한 30·40대 일자리는 25개월 연속 동반 감소하는 중이다. 전문가들은 3040 세대 일자리 감소는 제조업과 도·소매업 등 민간 부문 침체에 따른 결과로 해석한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외환위기·금융위기 등 경제위기 상황이 아닌데도 민간의 경제성장률 기여도가 정부 부문보다 낮은 것은, 민간 부문의 성장 엔진이 멈춰섰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3040 세대가 여기에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원인 분석에는 정부도 동의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3040 세대 일자리는 투자와 수출 확대로 민간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일자리·인구 정책은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 실업과 노인 빈곤 해결에 초점을 맞출 뿐, 3040 세대를 위한 대책은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노인 복지주택과 노인 일자리 사업, 50세 이상 퇴직·개인 연금에 세제 지원 등 고령화에 대비한 각종 복지 지출 부담은 커지고 있다. 급증하는 나랏빚과 고갈 시점이 앞당겨진 국민연금 등도 결국 3040 이하 세대가 부담할 수밖에 없는 비용이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육성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감세를 통해 기업이 투자를 늘리게 해야 민간 부문이 살고 3040 세대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도년 기자 kim.don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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