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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최신 아이폰 써봤더니]구동 낯설지만 사진에 ‘혹’하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이폰에 대해 잘 모른다. 서랍을 뒤져 액정이 처참히 깨진 2009년 아이폰 3Gs 를 발견했다. 그 뒤로 쭉 안드로이드 폰만 썼으니 10년 째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계속 아이폰을 쓴다던데, 안드로이드 폰만 쓰던 사람도 아이폰으로 갈아 탈만한 매력 포인트가 있을까? 최신 제품인 ‘아이폰11 프로(Pro)’ 모델을 사흘 동안 경험해 봤다.

어떻게 만져야 하겠니 (※ 아이폰 사용자는 패스)

2009년에 쓰던 아이폰3Gs (왼쪽)를 발견했다. 스티브 잡스의 철학이 녹아있는 3.5인치폰이다. 오른쪽은 2019년 최신작 '아이폰11프로(Pro)' 모델로 5.8인치다. 이소아 기자

2009년에 쓰던 아이폰3Gs (왼쪽)를 발견했다. 스티브 잡스의 철학이 녹아있는 3.5인치폰이다. 오른쪽은 2019년 최신작 '아이폰11프로(Pro)' 모델로 5.8인치다. 이소아 기자

10년 만에 아이폰을 쓰려니 불편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당장 홈버튼(□)과 뒤로가기(<) 옵션이 없으니 버벅거릴 수밖에 없다. 안드로이드가 ‘딱딱’ 명확하게 켜지고 꺼지고 이동한다면 아이폰은 모든 게 ‘스르륵 스르륵’ 움직인달까. 우측 위에서 아래로 쓸어 내리면 설정판이 나타난다.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리면 홈 화면으로 가고, 보던 앱을 위로 확 날리면 사라진다. 앱 화면을 아래에서 위 중간쯤 슬쩍 놓으면 열어봤던 앱들이 좍 떠오른다. 여기에 익숙해지면 손가락 동작과 호흡을 맞춰 리드미컬하게 앱들을 조종하면서 나와 함께 움직이는 ‘내 것’이라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싶다.

‘페이스ID’ 이거 은근 편하다

솔직히 잘 안 될 때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얼굴이란 게 3차원 구 모양이라 각도에 따라 달라 보이기 마련이니까. 안내에 따라 얼굴을 천천히 두 번 돌리며 얼굴을 인식시켜 페이스ID를 등록했다. 결과는 예상보다 괜찮았다. 화장을 하든 안하든, 머리를 풀든 묶든 화면 위 자물쇠 모양이 철컥 풀리며 잠금이 해제됐다. 화면을 정면으로 노려보지 않아도 대략 잘 풀린다. 속도도 꽤 빠르다. 애플에 따르면 아이폰 11은 페이스ID 속도가 약 30% 빨라지고, 화각이 넓어져 얼굴 인식도 더 잘 한다고 한다. 다만 마스크를 쓰고 있거나 선글라스를 쓰고 있을 때는 안 된다. 앉으면 눕고 싶다더니, 손가락으로 패턴 그리는 게 뭐 그리 힘들었다고 손 안 대고 푸는 폰이 편하게 느껴졌다.

나쁜 피부도 선명하게…사진 덕후 “이거 해야겠다”

아이폰11프로로 찍은 빵 사진 이소아 기자

아이폰11프로로 찍은 빵 사진 이소아 기자

사진을 찍으면 한 마디로 ‘쨍’하다. 매우 사실적이다. 피부가 안 좋으면 안 좋은 대로 찍히고, 보풀이 인 옷은 그게 하나하나 다 보인다. 효과를 줘서 다르게 편집할 수 있지만 아무튼 그냥 찍으면 가감없이 찍힌다. 특히 어두운 곳과 밝은 곳, 그늘 진 곳 등의 차이가 선명하게 보인다. 이건 색상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디스플레이(OLED)와 고화질 기술인 HDR(하이 다이내믹 레인지) 덕분이라고 한다.

아이폰11 프로의 경우 3개의 렌즈가 계속 작동하며 가장 적합한 사진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사실 렌즈 자체보다 모바일 프로세서(AP)의 머신러닝(기계 학습)이 포인트다. 머신러닝은 스스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결과를 내 놓는 성능이다. 스마트폰 두뇌가 똑똑해진 셈이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동료가 한번 사진을 찍어보더니 “확실히 잘 나오네. 아이폰 (구매)해야겠다”고 했다.

사진이 당신에게 중요합니까?  

아이폰X(왼쪽)와 아이폰11프로(오른쪽)으로 찍은 샐러드 사진. 이소아 기자

아이폰X(왼쪽)와 아이폰11프로(오른쪽)으로 찍은 샐러드 사진. 이소아 기자

아이폰11의 인물모드를 요약하면 ‘대상은 또렷하게, 배경은 흐리게’다. 피사체가 확 돋보인다. 식당에서 음식을 찍어봤는데 동료의 아이폰X(10) 보다 소스가 묻은 가지 표면의 윤기라든가 재료의 색상이 선명하게 표현됐다. 사람이나 반려동물 등 특정 대상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다. 인물모드에는 ▶자연조명 ▶스튜디오조명 ▶윤곽조명 ▶무대조명 ▶무대조명 모노(흑백) ▶하이키조명 모노 6가지가 있다. 모드마다 무대 위 주인공처럼, 분위기 있는 잡지 사진처럼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타난다.

사용중인 안드로이드폰(왼쪽, 갤럭시S8로 최신폰은 아니다)과 아이폰11프로(오른쪽)로 찍은 밤 상가 공터 사진. 이소아 기자

사용중인 안드로이드폰(왼쪽, 갤럭시S8로 최신폰은 아니다)과 아이폰11프로(오른쪽)로 찍은 밤 상가 공터 사진. 이소아 기자

스마트폰 밤 사진은 찍어봤자 어두워서 잘 안 나온다. 아이폰11은 빛이 약한 환경이 되면 야간모드가 저절로 켜져 밤 치고 꽤나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저녁 8시가 넘어 동네 놀이터와 상가 공터를 찍어보니 하늘색이나 물체 하나하나의 윤곽, 바닥의 질감 등이 선명하게 나와 ‘답답한 밤 사진’이 아니라 ‘분위기 있는 밤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

공포·폭발·여명…빛과 어둠에 강한 영상

아이폰11프로로 HDR 영상을 재생한 장면 캡처본

아이폰11프로로 HDR 영상을 재생한 장면 캡처본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는 건 일상이 됐다. 아이폰11도 여기에 주목한 것 같다. ‘스마트폰 사상 가장 빼어난 퀄리티의 4K 동영상’이라고 홍보한다. 영상을 다운받아 보니 사진과 마찬가지로 사실적이고 명과 암이 뚜렷하고 디테일 하나하나가 살아서 보인다. 그런 것에 민감한 사람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촬영할 때도 흔들림 보정이 적용된 4K 동영상을 찍을 수 있고 편집도 편하다. 촬영 전문가에게 물어보니 “아무리 그래도 카메라가 좀 묵직해야 흔들리지도 않고 안정감이 든다”고 하지만 아마추어 수준에선 문제가 없어 보인다. 사진을 찍다가 동영상으로 담고 싶을 때는 모드를 바꿀 것 없이 셔터를 옆으로 싹 끌어다 놓으면 촬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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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잡다하게 알게 된 것들

통화 중 녹음이 안 된다. 수요가 많아도 ‘개인정보 보호 최우선’이 애플의 원칙이라고 한다. 광고에선 방수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위에서 기기로 물벼락이 쏟아지는 장면도 있는데, 전문가에게 문의해보니 생활 방수 정도는 충분히 되지만 수압이란 게 있어서 수도꼭지를 세게 틀고 씻어내면 기기에 좋을 건 없다고 한다.

의외로 사운드가 굉장히 깊게 모아져서 들린다. 스테레오 스피커와 AP 속 오디오 신호 처리 알고리즘 덕이다. 애플 본사를 비롯해 아이폰11을 케이스 없이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단단한 재질이라 웬만큼 떨어뜨리거나 부딪혀도 손상이 없고 본체의 부드러운 재질을 손 안에 느끼기 위해서란다.

아이폰으로 바꿔탈까?

사실 요즘 스마트폰은 웬만큼 훌륭해서 어떤 것을 쓰더라도 불편할 정도는 아니다. 다만 사진·오디오·동영상 등 본인이 특별히 관심이 있거나 즐기는 요소가 그걸 기준으로 더 나은 폰을 고를 가치는 있다. 개인적으론 오랜 만에 아이폰을 잡아 본 거라 매우 어색하고 불편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빨리 적응이 됐고, 이번 제품은 구동 속도도 빨라 급한 성격에 쾌감도 느꼈다. 일상에서 혼자 사진 찍고 노는 행위를 무시할 수 없는데 그 점도 매력이 있다.

문제는 가격인데 아이폰11 프로 모델은 64GB가 137만5000원, 256GB가 158만4000원, 512GB가 183만7000원이다. 이동통신사 약정이나 보조금 등을 활용하면 다소 낮아지겠지만 LTE 모델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비싸다. 결론은… 다음 ‘은하수폰’ 등 안드로이드폰의 사진 성능이 아이폰11과 비슷하다면 계속 익숙한 폰을 쓰고, 차기작도 아이폰11이 더 낫다면 바꿔보겠다는 것!

아이폰 11시리즈 주요 사양.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아이폰 11시리즈 주요 사양.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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