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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재고 사상 최대, 현금은 5년간 최저”

중앙일보

입력

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 기업의 재고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가량의 기업은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줄었다.

연도별 코스피 상장사의 재고자산 증가 추이.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연도별 코스피 상장사의 재고자산 증가 추이.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기업 592곳의 연결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올 상반기 상장사의 재고자산은 사상 최대인 229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 2018년 상장사의 재고자산 증가율은 각각 8.2%, 12.7%로 올 상반기(6.1%)보다 높았다. 하지만 제조업 재고는 올 상반기에만 12조2000억원 증가해 지난해 1년 동안의 재고 증가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한경연 “매출 정체로 재고 증가, 영업 둔화로 현금 감소”

재고가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점점 길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6개월 동안 제조기업의 재고자산회전율은 3.7회로, 재고가 매출로 이어지는 데 49일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상반기에는 41일 걸리던 것보다 일주일 이상 늘어났다.

코스피 상장사·제조기업의 현금성 자산 증감 추이.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코스피 상장사·제조기업의 현금성 자산 증감 추이. [자료 한국경제연구원]

안정적 자산인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상반기 296조9000억원에서 289조원으로 감소했다. 상장기업 529곳 가운데 중 현금성 자산이 늘어난 기업(258곳)과 줄어든 기업(271곳)의 수는 비슷했지만, 줄어든 현금은 25조5000억원으로 늘어난 규모(17조6000억원)보다 컸다. 현금성 자산은 대차대조표상 ‘현금 및 현금성 자산’과 ‘단기 금융상품’을 합친 것이다.

특히 제조기업(325곳)의 현금성 자산이 210조5000억원에서 202조1000억원으로 줄면서 4년 만에 증가세가 꺾였다. 한경연은 이에 대해 시장에서의 영업이 어려워 현금흐름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상반기 상장사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68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9% 줄어들면서 지난 5년 동기 대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기업이 영업을 통해 발생하는 현금 유입·유출로, 실제 기업의 현금 창출력을 보여준다.

이에 비해 해외 기업의 자산 대비 현금 비중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 500대 기업의 자산 대비 현금 비중은 지난해 말보다 0.2%p 늘어났지만, 국내의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은 0.9%p 감소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올 상반기 영업활동 부진으로 현금성 자산이 감소하고 재고가 급증한 국내 기업이 활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규제·노동개혁 등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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