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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권 인사들, 정부의 北주민 추방 조치에 “우려”

중앙일보

입력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로버트 킹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

 미국의 인권 전문가들이 정부의 북한 주민 첫 추방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추방된 북한 주민들이 실제로 동료 선원 16명을 살해했다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다만 한국 당국이 이런 범죄 사실을 입증할 정확한 정보를 갖고 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킹 전 특사는 “북한 주민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들의 범죄 혐의를 입증할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는지 알고 싶다”며 “한국 정부는 관련 정보를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대북 제재와 인권 전문가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해당 북한 주민들이 송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가 주어졌는지 우선 묻고 싶다”고 했다.
이들이 재판이 아닌 당국의 합동조사만 받았다면 정당한 법 절차를 거부당한 것이며, 수사를 통해 유죄의 증거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스탠튼 변호사는 고문 당할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나라로 개인을 추방, 송환, 인도해서는 안 된다는 유엔 고문방지협약 조항도 거론했다. 그는 “한국은 이들 북한 주민들을 유엔 고문방지협약에 따라 처우하고 한국 법원에서 재판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홍콩에서 수개월째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이유 역시 정당한 법 절차 없이 고문과 부당하고 잔인한 사형 선고가 적용되는 압제 국가로 범죄인을 송환할 위험 때문 아니냐”고 반문했다.

미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미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수전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스탠튼 변호사는 “이번 사건이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며 “확인되지 않은 북한의 일방적 주장에 따라 탈북민을 강제로 북송할 가능성을 열었다”고 우려했다.
미국 내 북한인권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1953년 7월27일 한국전쟁 종전 협정 체결 이후 최초로 한국에서 탈북민 추방이 이뤄진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성명을 냈다.
HRNK는 “한국 헌법 3조에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 전체와 그 부속도서를 포함한다고 규정돼 있고 국적법 2조에 따라 모든 북한 주민이 대한민국 국적자로 간주될 수 있는 만큼, 이번 추방 조치는 한국 헌법을 위반하고 훼손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전 숄티 북한 자유연합 대표도 “한국은 난민협약 가입국으로서 고문과 수감, 처형 당할 수 있는 개인을 송환하지 않을 의무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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