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제품 관세 철회 검토"…시진핑 방미 노리는 트럼프 속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지난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AFP=연합뉴스]

미국이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 중인 관세 일부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중 1단계 무역합의 마무리 단계 #트럼프-시진핑 서명 장소 물색 #"관세 철회" 中 요구 들어주고 #트럼프, 미국서 서명 효과 노리나 #

이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이 중국에 부과 중인 관세 일부를 철회하는 방안을 ‘1단계 무역합의’에 담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7월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양측 어느 쪽도 부과 중인 관세를 거둬들인 적은 없다. 기존 관세가 철회된다면 미·중 무역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글로벌 경제 회복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소식통 5명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지난 9월 1일 부과하기 시작한 1110억 달러어치 중국산 제품에 대한 15% 관세를 먼저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의류·가전제품·평판 모니터 등 소비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미국이 가장 최근에 부과를 시작한 품목이다.

중국은 이보다 오래된 2500억 달러 규모 제품에 대한 25% 관세도 철회를 희망하나 이는 더 복잡한 문제라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는 WSJ에 미ㆍ중 간 1단계 무역합의가 성사된다면 “관세 제거가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없애면 중국도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완화하는 수순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고율 관세 철폐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협상 내내 요구해 온 항목이다. 지금까지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끄는 미국 협상 대표단은 중국이 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것을 확인하기 전에 기존 관세 철폐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1일 중국 협상 대표인 류허 중국 부총리를 백악관으로 초대해 “매우 실질적인 1단계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할 때도 기존 관세 철폐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후 미ㆍ중 양측이 1단계 무역합의를 마무리하고 서명화 작업을 하면서 중국이 요구해 온 관세 철폐를 미국이 받아들이는 쪽으로 선회했을 수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중 무역협상을 이끌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과 류허 중국 부총리. [AFP=연합뉴스]

미중 무역협상을 이끌고 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왼쪽)과 류허 중국 부총리. [AFP=연합뉴스]

중국은 환영하는 입장이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관세 철회 검토 보도에 대한 질문에 “관세 인상은 무역 문제를 해결하는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양측은 당초 이달 중순 칠레에서 열릴 예정이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단계 합의’ 최종 서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칠레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계속되면서 칠레 정부가 APEC 정상회의 개최 포기를 발표하면서 이 계획이 무산됐고, 미ㆍ중은 새로운 서명 장소를 물색 중이다.

FT는 미국 또는 브라질을 미·중 정상회담 개최지로 꼽았다. 미국에서 서명식이 열린다면 하와이나 알래스카, 농업지대인 아이오와주가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일 "우리가 합의에 도달하게 된다면 회담 장소는 아주 쉽게 정해질 수 있다"면서 "미국 내 어딘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 주석이 미국으로 건너와 무역합의에 서명할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손보겠다며 시작한 무역전쟁에서 성과를 거뒀다는 인식을 각인시킬 수 있다.

내년 대통령 선거가 1년이 채 안 남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탄핵 조사로 코너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지지층을 결집하고 외교 성과를 보여주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다.

중국이 원하는 대로 관세를 철회할 경우 미국은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바랄 것이고, 그 대가에는 미국 기업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규모와 시기에 대한 확답, 미국 땅에서 합의문 서명이 포함될 수 있다고 FT는 전했다.

기존 관세가 철회된다면 1단계 무역합의는 당초보다 범위가 넓어지고 오래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관세 철회는 미국 내 강경파가 변수가 될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결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FT는 전했다.

미국은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해오다 지난 9월 1일부터는 새로운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가운데 약 1110억 달러 규모에 대해 15% 관세를 부과했다.

나머지 189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는 12월 15일부터 관세를 부과할 예정이다. 만약 1110억 달러 제품에 대한 관세가 철회되면 12월로 예정된 1890억 달러에 대한 관세 부과도 시행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미국은 지난 10월 15일부터 2500억 달러 규모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30%로 인상할 계획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1단계 무역합의를 선언하면서 인상을 보류한 상태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