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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화·인공지능 결합, 미래전에 대비하는 ‘강군의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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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천안문 열병식으로 본 중국 군사력 

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은 지난달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군사열병식이 거행됐다.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무기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것으로 평가받은 극초음속 미사일인 둥펑17(DF-17) 부대가 천안문 앞을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 신화통신]

중국 건국 70주년을 맞은 지난달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군사열병식이 거행됐다. 열병식에서 공개된 신무기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것으로 평가받은 극초음속 미사일인 둥펑17(DF-17) 부대가 천안문 앞을 지나가고 있다. [베이징 신화통신]

지난달 1일 중국은 천안문 광장에서 건국 70주년을 기념하는 군사열병식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펼쳤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이 자리에서 중국이 지난 100년간의 굴욕에서 벗어나 이제 부상할 것이며, 곧 미국과 동등한 강대국 반열에 들어 감을 선언하였다. 과연 중국은 미국의 견제를 뚫고 자국 주도의 지역 질서와 안보구도를 정립할 수 있을 것인가. 미·중 간의 치열한 전략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인가. 궁극적으로 그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현존 군사력과 미래의 군사력이 될 것이다. 천안문 열병식을 통해 엿볼수 있었던 중국 군사력의 현주소와 미래를 짚어본다.

“미국에 더 큰 위협은 중국의 미래 위협의 실체를 #모른다는 점이다. 중국은 현존 전력에서는 #미국에 열세를 인정하지만 미래전에서는 #우위를 갖겠다는 ‘강군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건국 70주년에 펼친 강군의 꿈

한국을 포함한 각국 언론들은 중국이 건국 70주년 군사열병식에서 군사굴기와 ‘강군의 꿈(强軍夢)’을 과시했다고 보도하였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신형무기를 공개하며 위용을 과시했다는 사실에 보도의 촛점이 맞춰졌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볼 때 여전히 중국의 군사력은 미국보다는 한 단계 아래란 사실과 쉽게 좁혀지지 않을 격차 또한 열병식을 통해 드러났다는 것이 군사전문가들의 냉정한 평가다. 미국 독립기념일인 7월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에서 열린 미군의 열병식과 비교해 보면 그 격차는 더 두드러진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는 이번에 처음 공개된 차세대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41(DF-41)에 집중됐다. 미국 동부까지 사정권에 두는 DF-41을 마지막에 등장시켜 대미를 장식한 점에서 중국의 자부심을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목표물 타격의 정확성과 직결되는 탄도 궤적의 정교함이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외형상 방향조정핀이 너무 많고 탄두의 형태도 최적화되지 않았다는 점 등이 그 근거다. 이는 진(晉)급 핵잠수함(SSBN)에 탑재되는  JL-2 미사일도 마찬가지였다. 둥펑5B(DF-5B) 등 중국의 미사일은 여전히 러시아제의 모방형이었고 미국의 무기와 비교하면 ‘2류’라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공군전력도 마찬가지였다. 사령원 딩라이항(丁來杭) 상장이 직접 탑승한 신형 H-6N 전략폭격기는 조종석이 크게 흔들리는 장면이 화면에 그대로 비쳐졌다. 소위 『20 계열(20 series family)』 무기들은 중국이 자랑하는 차세대 무기 상징인데 이번 열병식에서 J-20 스텔스기와 Y-20 대형수송기는 덤덤한 편대비행만 하고 사라졌다. 미국의 블랙호크를 본따 만든 Z-20 헬기는 티벳 등 고고도 산지에서 공중작전이 가능하다고 자랑해 온 기종이다. 그런데 Z-20에는 3개의 엔진이 탑재돼 있었다. 산소가 부족한 고지대에서의 엔진 신뢰성이 미흡하다는 의미다. 조종사 헬멧정보전시기(HUD)도 서방 무기를 모방한 듯한 느낌을 강하게 주었으나 정교함과 섬세함이 떨어져 보였다.

군사열병식에 참여할 수 없었던 해군 전력에 대해서도 서방 군사전문가들은 싸늘하다 못해 가혹하다 싶은 평가를 내린다. 지난 4월 칭다오(靑島)에서 열린 중국 해군 창설 70주년 기념 국제관함식을 분석한 전문가들은 중국 해군의 아버지라 불리는 류화칭(劉華淸)제독의 유언에 따라 해군 현대화를 추진했지만 여전히 시대의 추세에 뒤떨어지고 미래전에 적합하지 않은 전력으로 평가절하했다. 중국이 함재기 대수를 늘리기 위해 2대의 항모를 함께 투입하는 쌍항모(雙航母) 운용개념을 제시하는 동안, 미 해군은 공격력 분산 전술을 발전시키며 미래전에 대비하고 있다.

극초음속 순항 미사일 DF-17의 위협

하지만 천안문 열병식에서 공개된 공격용 무기 가운데 일부는 눈여겨 볼 만했다. 이번에 첫선을 보인 스텔스 무인기 GJ-11이 대표적이다.  이는 2013년에 선보인 리젠 스텔스 무인기의 완성체로 보인다. ‘바다의 드론’으로 불리는 무인잠수정(UUV)을 공개한 것도 눈에 띄었다. 이는 중국이 미국을 따라잡기 위해 미래전을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러시아 S-70이나 보잉사의 대형 UUV 를 모방형이지만 위협적인 공격 수단으로 평가받았다.  전반적으로 볼 때 중국군은 무인화와 인공지능을 적용한 비대칭적 공격용 무기를 개발해 미래전에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지상전력에서는 Type 99형 전차를 축소한 Type 15형 경전차에 이어 전자전차량, 식수공급차량, 구난전차 및 다리부교설치전차 등을 선보였다. 이는 중국군이 미군과 같은 원정군으로서의 역할을 지향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인 것이다. 현재 증강되고 있는 해병대는 아프리카 지부티 해군보장기지에 이미 배치되었으며 Y-20 대형수송기 등의 능력까지 고려하면 작전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금년부터 실전에 배치한 것으로 알려진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인 둥펑17(DF-17)은 이번 열병식에서 선보인 신무기 가운데 가장 위협적이었다. 사거리 1800∼2500㎞인 이 미사일은 마하 5이상의 초음속이면서 원형공상오차(CEP)가 30m인 활공형비행체(HGV)를 탑재할 수 있어 위협적이다. 그동안 중거리핵전력조약(INF)에서 자유로웠던 중국이 DF-17 과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YJ-12B 순항미사일 등을 실전배치하자 미국은 대응을 서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예를 들어 미국은 지난 8월 3일 BGM-109 Block-Ⅳ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급히 개조한 지상용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중국 주변에 위치한 동맹국에 배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열병식에 나오지 않은 ‘진짜’ 위협

실제로 미군 현장 지휘관들은 미군의 취약점을 파고들며 따라붙는 위협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사례가 2가지 있다. 지난 7월 중순 제38대 해병대 사령관으로 취임한 데이빗 버거 대장은 “그동안 미 해병대가 너무 자만하였다”며 향후 중국군 위협에 대비한 ‘미 해병대 2030’ 계획을 즉시 실행할 것을 선언하였다. 8월초에 취임한 제32대 미 해군참모총장 마이클 길데이 대장은 중국해군의 유·무인전력을 혼합한 기동함대에 대비하기 위해 ‘유령함대(Ghost Fleet)’ 건설 추진을 선언하였다. 무인구축함과 무인전투함을 개발하고 여기에 위장막까지 쳐서 적이 전혀 식별할 수 없는 함대를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에 소요되는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중간 핵연료 교체기를 맞은 해리 투르먼 핵항모의 조기 퇴역을 감수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에 더 큰 위협은 중국의 미래 위협의 실체를 모른다는 점에 있다. 실체를 알지 못하니 맞춤형 대응책이 있을 수 없다. 중국이 종래와 같이 둥펑 미사일로 괌과 항공모함을 겨냥하는 반접근·지역거부(A2/AD) 전략만 갖고 있다고 보면 큰 오산이다. 중국은 무인화 기술과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각종 유·무인 복합운용체계와 차세대 레일건·레이저포 등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이 이번 군사열병식에서 공개하지 않은 이들 ‘숨은 무기’들이야말로 향후 미·중 전략경쟁에서 승패를 결정지을 주역인 동시에 미국에 주는 ‘진짜’ 위협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미국이 지휘통제 및 감시정찰정보(C4ISR)와 정밀타격에서는 우세하나, 향후 중국이 양자 컴퓨터, 빅테이더 처리, 인공지능 및 클라우트 네트워크화 등 분야에서 미국을 따라잡고 미래전을 주도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중국은 현존 전력에서는 미국에 열세임을 인정하지만 미래전에서는 우위를 갖겠다는 ‘강군의 꿈’을 키워 나가고 있다.

키워드

둥펑(東風)17(DF-17)  
마하 5(시속 6120㎞) 이상의 속도로 비행하는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중국 이외에 극초음속 미사일을 실전배치한 나라는 없다. 이를 요격ㆍ방어할 수 있는 현존 방어시스템은 없다.  항공모함을 바탕으로 한 미국의 해상패권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있어 위협적으로 평가된다.

궁지(攻擊)11(GJ-11)

궁지(攻擊)11(GJ-11)

궁지(攻擊)11(GJ-11)  
공격형 스텔스 무인기. 2013년 첫비행을 실시한 ‘리젠(利劍)’혹은 ‘샤프스워드(sharp sword)’ 무인기의 완성형이다. 2개의 무장창을 갖춰 위성으로 통제되는 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다. 항모에서 발진하여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다.

무인잠수정

무인잠수정

무인잠수정
표면에 HSU011이라 표기된 무인잠수정이 열병식에 등장했으나 정식 명칭은 알려지지 않았다. ‘바다의 드론’이라 불리는 무인잠수정은 잠수함 탐지와 추적 등 대잠수함 작전과 해저 정보 수집 등에 활용된다.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자, 육군정책자문위원이며 예비역 해군대령이다.

윤석준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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