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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장기화에 이민행…해외에 '부동산 투자' 하는 홍콩 부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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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 [AFP=연합뉴스]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홍콩 시민들의 시위. [AFP=연합뉴스]

홍콩 시위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스페인 등 해외로 눈을 돌리는 홍콩의 부유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스페인 마드리드 현지 부동산 업계를 인용해 "다수의 홍콩 투자자들이 유럽 영주권을 취득하기 위해 스페인 부동산을 매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은 부동산 매입 등 투자를 조건으로 '패스트 트랙 영주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유럽 국가 가운데 하나다. 50만 유로(약 6억4400만원) 이상의 부동산을 취득하면 영주권을 얻을 수 있다. 스페인 외에 그리스와 포르투갈도 일정 금액 이상의 부동산을 취득한 외국인에게 영주권을 부여한다.

마드리드 현지 부동산 회사인 '에픽 아시아' 관계자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고객들을 상대로 '골든 비자' 취득 상담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골든 비자는 50만 유로 이상의 부동산을 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자를 뜻한다. 이 관계자는 다음 달 말에 홍콩인 고객 3명이 부동산 매입을 위해 마드리드를 방문할 계획이라고도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2014년 이후 스페인에서 골든 비자를 취득한 중국 국적 외국인은 모두 1700여명으로 이 중 상당수가 홍콩인으로 확인됐다. 특히 홍콩에서 5개월째 민주화 요구 시위가 이어지면서 홍콩 부유층들의 해외 이주는 더 가시화되고 있다. 홍콩 부유층이 이주를 원하는 곳은 유럽, 미국, 호주 등으로 나타났다.

호주의 경우 이주를 원하는 홍콩 시민들 때문에 멜버른, 시드니 등 호주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이 회복세로 돌아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10월 국제 투자 이민 전문가인 데이비드 레스퍼런스는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가 시작된 지난 6월 이후 호주 투자 이민 신청을 한 홍콩 시민의 수는 배 이상 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6월 송환법에 반대해 시작된 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는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의 법안 철회 선언에도 불구하고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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