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섬' 목사 판결 전 몰려간 신도들 "법원 하나님 법 모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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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작마당을 주도하는 A교회 신 목사. [JTBC 뉴스룸 화면 캡처]

타작마당을 주도하는 A교회 신 목사. [JTBC 뉴스룸 화면 캡처]

종말론을 주장하며 교회 신도들을 남태평양 피지공화국으로 이주시켜 폭행한 목사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더 무거운 형을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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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형사항소8부(송승우 부장판사)는 5일 공동상해·특수폭행·중감금·사기·아동복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경기도 A교회 목사 신모(60·여)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10년 동안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을 명령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선교사 등 교회 관계자 4명에게는 징역 4월~4년을 선고했다. 이 중 2명은 형량이 가중되거나 원심의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가 파기됨에 따라 실형을 받았다.

피지로 간 신도들, 타작마당으로 감시·통제

신씨 등은 2014년 말부터 2017년 8월까지 교인 400여 명을 남태평양 피지로 이주시킨 뒤 '타작마당'이라는 자체 종교의식을 앞세워 신도 10여 명을 30여 차례 폭행하고 감금한 혐의로 기소됐다.

종교의식을 빙자한 타작마당. [사진 방송화면 캡처]

종교의식을 빙자한 타작마당. [사진 방송화면 캡처]

타작마당은 추수한 곡식을 타작해 알곡과 쭉정이를 구별해 내는 것에 비유한 행위로 신씨가 종교의식을 빙자해 만들었다. 신도들이 원 모양으로 둥글게 둘러앉은 상태에서 진행자가  한 명을 지목해 죄를 고백하도록 한 뒤 그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이 폭행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남편이 아내를, 자식이 부모를 때리도록 지시하고 갓난아이와 노인에게 주먹을 휘두르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도 않았다.

신씨는 신도들에게 "전 세계에 기근이 닥칠 것"이라며 "낙토(樂土)로 가 공동생활을 하며 환난에 대비하자"고 주입해 신도 400여 명을 피지로 이주하게 했다. 비자 취득에 필요하다며 한 명당 3000만원을 받거나 전 재산을 처분하도록 하기도 했다.
피지로 이주한 신도들을 타작마당을 통해 서로 감시하게 하고 이들의 여권을 관리하며 노동에 대한 대가를 일절 지급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리·통제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목사로서 범행 전반을 직접 지휘하거나 통솔했고, 피고인이 고안한 타작마당은 체계를 공고히 하는 통치수단으로 사용되었음에도 대부분 범행에 관해 관여하지 않았다는 등의 변명으로만 일관하고 있다"며 신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집단폭행. [연합뉴스]

집단폭행. [연합뉴스]

1심보다 무거운 실형 선고, 왜?

항소심 재판부도 이날 '타작마당'에 대해 "피해자들이 자유로운 의사로 자발적이고 진지하게 상해·폭행 승낙했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피해자들은 거부하지 못하고 참았던 것에 불과하다"며 "피고인들이 피해자에게 가한 상해는 수단과 방법, 정도에 비춰 종교의식의 범위를 현저히 벗어난다"고 밝혔다. 또 신씨가 "전쟁과 기근, 환난을 피할 수 있는 낙토가 피지라고 속여 설교한 것은 통속적 관점에서 보면 거짓말"이라며 사기 혐의도 유죄라고 판단했다. 타작마당에서 피해자 자녀들을 폭행해 학대하거나 종교를 강요하며 학교를 보내지 않은 것 등도 감금 및 아동학대 등의 혐의로 인정된다고 봤다.

한편 이날 법정에는 A 교회 신도 수십 명이 몰려 재판을 지켜봤다. 재판부는 선고에 앞서 "A교회 신자 등으로부터 수백 건의 탄원서가 제출됐다"며 "법원은 하나님의 법을 알지 못할 뿐 아니라 지극히 평균적인 일반인의 관념을 기준으로 판결 내린다는 것을 유념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최은경·최모란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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