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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영입" 조롱받는 한국당 인재영입···정작 이자스민은 떠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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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이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인 건 황교안 대표 취임(2월 27일) 직후부터였다. 3월 황 대표는 “이길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며 인재영입위원회를 꾸렸다. 전국 당협위원장들로부터 추천 인재를 그러모아 ‘인재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한 것도 이즈음부터다.

지난달 31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해 영입 인사들과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 왼쪽부 터 나 원내대표,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학과 교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양금 희 여성유권자연맹 회장, 이진숙 전 대전 MBC 대표이사 사장, 황 대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영입은 일부 반대로 보류됐다. [중앙포토]

지난달 31일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영입인재 환영식’에 참석해 영입 인사들과 화이팅을 외치는 모습. 왼쪽부 터 나 원내대표,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학과 교수,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 백경훈 청사진 공동대표, 양금 희 여성유권자연맹 회장, 이진숙 전 대전 MBC 대표이사 사장, 황 대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의 영입은 일부 반대로 보류됐다. [중앙포토]

하지만 8개월여 만에 나온 첫 결과물은 외려 파열음을 냈다. ‘이기는 영입’은 커녕, 더불어민주당에서 “고맙다”(박용진 의원)는 평이 나왔다.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은 ‘1차 인재 발표’(10월 31일) 하루 전날, 당 최고위원들의 집단 반발로 무산됐다.

청년 몫으로 영입된 백경훈 ‘청년이 여는 미래’ 대표는 신보라 청년 최고위원의 비서 남편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인맥 영입’이라는 꼬리표도 추가됐다. 아울러 백 대표는 이미 2016년 입당해 지난해 지방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력까지 있었다. ‘영입’이란 표현이 무색한 셈이다. 또 다른 ‘청년 인재’인 장수영 정원에스와이 대표를 두고도 한국당 강경 지지층이 반발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부끄러움 #나라 #망신 #박근혜 #창피하다’ 등의 글을 올렸다는 이유에서다.

모든 논란은 ‘누구’를 영입했느냐의 문제를 넘어 ‘어떻게’ 영입했냐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한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끼리도 말이 안 통하는 게 전국에 알려졌는데, 앞으로 누가 한국당 영입 제안에 안심하고 오겠느냐”며 “영입 효과 불씨를 틔우지도 못하고 꺼버린 느낌”이라고 했다.

외부 수혈이 이처럼 논란인 가운데, 집안 인재가 뛰쳐나가는 일도 일어났다. 2012년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이 이주민 여성 몫의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해 19대 국회에 입성했던 이자스민 전 의원은 최근 한국당을 탈당하고 정의당에 입당했다.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의원. [중앙포토]

이자스민 전 새누리당 의원. [중앙포토]

19대 국회 때만 하더라도 당 가정폭력대책분과위원장 등을 맡으며 이주여성 보호 법안 등을 발의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지만, 20대 공천에서 배제되면서 사실상 당에서 그가 활용된 적은 없었다.

당장 정의당에선 “차별과 혐오를 넘어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데 정의당과 함께 큰 역할을 해주실 것으로 기대한다”(박원석 정책위의장)는 환영과 동시에, “정의당은 이자스민을 왕따시킨 한국당과는 근본이 다르다”(김종대 의원)는 조롱도 나왔다.

당내에선 “비례대표 한 번 하고 당에서 혜택을 받았다는 이유로 정치적 공간을 잃고 소외된 인재는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장제원 의원)는 자성론이 나왔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과거 새누리당은 진보 쪽 인사는 물론, 소수자 계층에도 상당히 관심을 기울였다”며 “그러나 한국당의 정치 방향 스펙트럼은 상당히 좁은 것 같다. 모두가 만족할 인재 영입은 물론 힘들겠지만, 적어도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처럼 비치는 건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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