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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지시로 감찰중단 의혹 유재수…강제수사 하루만에 사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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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무소속 이언주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 11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무소속 이언주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유재수(55)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31일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이 강제수사에 돌입한 지 하루 만이다.

31일 오후 5시 유 부시장 “부산시의 부담을 덜기 위해 사의” #부산시 “확인된 사안 없이 사의해 유감…수사 결과 따라 수리 여부 결정” #지난 30일 검찰 강제수사 돌입에 부담 느낀 듯 #유 부시장 비위 드러나면 감찰 중단 의혹 수사에도 탄력 #

유 부시장은 이날 오후 4시 50분 “왜곡된 정보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시정에 전념하기 어렵다”며 “부산시의 부담을 덜기 위해 (사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유 부시장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특별히 확인된 사안이 없는데도 이렇게 사의를 표명해야 하는 현 상황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검찰 수사 결과를 엄중히 살펴본 후 사표 수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 중단 의혹을 강하게 부인해오던 유 부시장이 사의를 표한 데에는 검찰이 강제 수사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유 부시장의 비위 의혹에 대해 수사를 하던 중 대보건설 관계자와 유착 단서를 포착, 지난 30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 있는 대보건설 본사 등 4개사를 압수수색했다. 유 부시장의 비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지시로 감찰이 중단됐다는 의혹 수사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이를 우려해 유 부시장이 사의를 표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11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왼쪽)과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11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왼쪽)과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조원진 우리공화당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그동안 유 부시장은 “특감반 조사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조사 결과 공무원 품위유지 측면의 경미한 문제를 지적받았을 뿐 비위 수준의 흠결이 적발된 사실은 없다”는 입장이었다. 유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재임 시절인 2017년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차량을 제공받고 금품을 수수한 정황이 포착돼 감찰을 받았다. 장기간 병가를 냈던 유 부시장은 이듬해 4월 국회 정무위 수석전문위원이 됐고, 그로부터 넉 달 뒤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은 앞서 유 부시장이 한 반도체 회사와 '스폰 관계'라고 주장한 바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월 “유 부시장은 반도체 회사 M사가 지방세 특례를 받을 수 있도록 행정자치부 차관을 알선하고, 골프 접대와 그림 선물을 받았다”며 “이후 행자부는 M사의 취득세 전면 감액 결정을 내렸다. 정경유착의 대표적 사례”라고 말했다.

유 부시장 감찰이 윗선의 지시로 중단됐다는 주장도 나온 상황이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이 특감반원 전원을 모아놓고 ‘유 부시장 감찰은 더 이상 안 하는 거로 결론이 났다’고 했다”는 당시 특감반원의 말을 전했다. 이 특감반원은 “조 수석이 지시해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과 이 반장이 따른다. 이 반장과 박 비서관 선에서 무마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증언했다고 한다.

대보건설은 군 관련 시설과 고속도로 휴게소 등을 주 업무로 하는 중견기업이다. 대보정보통신, 대보유통, 서원밸리컨트리클럽 등과 함께 대보그룹의 계열사다. 대보그룹 최등규 회장은 횡령 등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출소해 지난 6월부터 수서동 본사로 출근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최 회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 관급 공사 수주 대가로 불법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이 나와 검찰이 비공개 소환 조사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이은지 기자, 이가영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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