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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나경원 비판 “공천 가산점 발언은 해당행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김재원 예결위원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부터)가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김재원 예결위원장,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부터)가 3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패스트트랙 공천 가산점’ 발언 다음날인 23일 “해당(害黨) 행위”란 표현을 쓰며 비판했다고 당 핵심관계자가 30일 전했다. 나 원내대표의 이름을 거론한 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8개월 넘게 호흡을 맞춘 두 투톱 간 ‘파열음’이 1주일 지나 표면화되는 게 이례적이다.

23일 비공개회의 발언, 1주 뒤 공개 #“한 번만 더 말하면 당무감사할 것” #나경원 내달 임기만료 미묘한 시점 #나 원내대표 측 “총선 앞 교체 안돼”

이 관계자에 따르면, 황 대표는 지난 23일 오전 일일점검회의에서 “공천룰은 신중하게 발표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한다. 또 “한 번만 더 공천룰 관련 발언이 협의 없이 나갈 경우엔 당무감사위원회 조사에 부칠 수도 있다”고도 했다고 한다. 일일점검회의는 대표·사무총장·대변인 등 당 핵심 지도부 9명이 참석하는 비공개 참모진 회의로, 이 자리에 원내대표는 참석하진 않는다.

이날은 나경원 원내대표가 “패스트트랙 수사 대상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에서 가산점을 주는 방안을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말해 논란이 인 바로 다음 날이다. 나 원내대표의 가산점 발언은 “실정법 위반혐의로 수사 중인 사람들에게 공당의 공천 혜택을 주겠다는 건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조폭 중에서도 상조폭 논리”(윤소하 정의당 대표) 등 다른 당의 비판은 물론, 당내에서도 “원내대표는 공천에 대한 소관을 갖고 있지 않다”(유기준 의원)는 비판이 있었다.

황 대표의 인식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취지다. 다만 황 대표가 실제 나 원내대표와의 갈등을 의도했는지는 미지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관계자는 “황 대표는 공천룰이 당 지도부와 협의도 없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언론에 나가게 된 것에 화를 낸 것일 뿐”이라며 나 원내대표와의 불화설 등 확대해석은 경계했다. 나 원내대표라는 개인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단, 공천룰 발표에 신중을 기하는 황 대표 특유의 성격이 나왔다는 설명이다.

실제 황 대표는 일일점검회의 이튿날인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한 분들에 대해 상응하는 평가를 하는 것은 마땅하다. 그런 부분(가산점)이 반드시 반영되도록 하겠다”며 나 원내대표의 말에 힘을 실어줬다. 다만 논란이 계속되자 25일 결국 “가산점은 생각해본 바가 없다. 공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원론으로 돌아갔다.

일각에선 “이미 수면 아래로 내려간 나 원내대표의 가산점 발언과 황 대표의 비판이 이제서야 공개된 것은 시기적으로 묘하다”는 말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의 임기 만료되는 시점(12월 10일)을 한 달 여 앞두고 벌어진 일이어서다. 원내대표의 임기는 1년이어서 12월에 신임 원내대표 선거를 해야 한다. 심재철(5선), 유기준(4선), 강석호(3선)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하지만 “새 원내대표가 뽑혀도 임기가 총선까지 5개월여에 불과하니 나 원내대표를 재신임해 총선까지 치르게 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나 원내대표 측은 “총선을 넉 달 앞둔 원내 지도부 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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