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수출규제 ‘자승자박’…“맥주수출 92%, 신차 등록 60% 감소”

중앙일보

입력

7월 시작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와 관련, 맥주·자동차를 비롯한 일본의 주력 수출 업종에 피해가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 등 한국 경제가 입은 피해는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30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일본 수출규제 100일의 경과, 영향 및 향후 대응’ 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 9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오천도(왼쪽 두번째) 애국국민연합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22일 오후 삭발을 한 후 열린 일본 불매운동 지속 촉구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지난 9월 2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오천도(왼쪽 두번째) 애국국민연합 대표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지난 22일 오후 삭발을 한 후 열린 일본 불매운동 지속 촉구 기자회견에서 손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관광객은 48% 감소…동일본 대지진 이후 최대

일본 재무성이 발표한 8월 무역 통계에 따르면 일본 맥주의 한국 수출은 7월보다 92.1% 감소했다. 수출액이 6억3900억엔에서 5009만엔으로 급감했다. 자동차의 경우 한국의 9월 신차 등록 건수 중 일본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0% 감소했다. 한국의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 일본 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4.9%포인트 떨어졌다.

KIEP는 또 “8월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여행객은 약 30만8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약 48% 감소했다”며 “이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2011년 5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오키나와 등 지방자치단체는 한국 관광 관련 업체에 긴급 자금을 지원하는 등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 측의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품목 중 하나인 고순도 불화수소는 국내기업이 재고를 확보하고 생산을 국산화하는 등 공급처 다변화로 아직 큰 영향이 없다고 봤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경우 일본 기업이 생산하는 것은 소재 자체가 아니라 소재의 재료에 불과하다는 점을 들어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봤다. 포토레지스트는 벨기에·대만 등 일본의 해외공장에서 조달할 여지가 있다고 KIEP는 분석했다.

장기적으로는 타격 우려 

7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반도체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뉴스1]

7월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딜라이트에 반도체웨이퍼가 전시돼 있다. [뉴스1]

다만 KIEP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장기화할 경우 나타날 한국의 타격에 대해 우려했다. 한국 반도체 생산이 10% 감소하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약 0.32~0.38% 감소하고, 수출은 0.34~0.58%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이 한국을 백색 국가에서 제외해 화학·전자·기계 부문 수출을 5% 줄일 경우, 한국의 GDP는 0.015~0.02%, 수출은 0.026~0.036% 각각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KIEP는 “한·일 갈등이 장기화하면 동아시아 경제 전체에 부정적 영향이 갈 수 있다”며 “공급망 안정성이 저해될 경우 한·일 양국 모두 제조업과 관광 등 분야에서 큰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정부는 일본의 조치 장기화에 대비해 국내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국산화와 공급망 안정화를 통한 체질 개선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한국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에 일본을 제소한 것에 대해서는 1심과 2심을 모두 거칠 경우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약 3년이 걸릴 것으로 KIEP는 내다봤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