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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공격 황교안 "의석수 확대 염치없다, 정의당은 불의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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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이후 역대 국회 의석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1987년 이후 역대 국회 의석수.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300명이냐, 330명이냐. 국회의원 정수 확대를 두고 정치권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이번 논쟁은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27일 “(의원 정수는) 현행 300석의 10% 범위 내에서 확대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하면서 시작됐다. 현재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심상정 대표발의)은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유지(지역구 253석→225석, 비례대표 47석→75석)하는 안인데 이를 바꾸자는 것이다. 심 대표는 28일에도 상무위원회에서 “예산 동결을 전제로 국회의원 정수 10% 이내의 확대를 검토하자는 것이 (지난해 12월 5당 원내대표가 이룬) 당시의 합의”라며 이를 공론화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0%, 그러니까 30명 정도 의원정수를 늘리면 비례대표 증가 폭(28석)을 감당할 수 있게 된다. 지역구 의석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다. 선거구 획정을 두고 벌일 '제로섬 게임'을 피할 수 있어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 등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법안 공조가 상대적으로 수월해질 가능성이 있다. 정의당이 “자기 지역구를 못 줄인다고 하니 비례대표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의원 정수 확대밖에 없다”(김종대 정의당 수석대변인)고 주장하는 배경이다.

바른미래당 일부와 대안신당 등 군소 야당도 정수 확대 주장에 가세했다. “국회의원 정수를 30석 늘리고, 정치권이 나서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원래 시민사회단체에서는 360석으로 늘리는 것을 권고했다”(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심 의원이 10%, 30명을 증원하자는 것은 균형발전, 인구와 면적을 대변할 수 있는 길이다. 찬성한다”(박지원 대안신당 의원) 등의 논리다.

지난 8월 선거법 개정안 의결을 논의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장제원 자유한국당 간사가 국회법 해설서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가운데는 홍영표 위원장. 김경록 기자

지난 8월 선거법 개정안 의결을 논의하는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장제원 자유한국당 간사가 국회법 해설서를 들고 항의하고 있다. 가운데는 홍영표 위원장. 김경록 기자

정수 확대 주장이 실현되려면 더불어민주당(128석)의 동의가 필수다. 하지만 민주당은 의원정수 확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의식해 300석 유지를 사실상 당론으로 정해놨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의원 정수 확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해볼 수 있겠지만…”이라면서도 “우리는 당론으로 300석이 되어있고 국민의 눈높이와 국민의 요구에 따라 의석수를 늘리는 것은 어렵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논쟁이 가열된 28일에도 이에 대해 별다른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권은 결사반대를 외치며 여론전에 나섰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의도연구원은 의원 정수에 대해 국민 여론조사를 실시하길 바란다. 저희는 여론조사에 드러난 국민 뜻을 받들겠다"고 했다. 정의당을 향해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얻기 위해 영혼을 팔고 민주당의 2중대가 돼 불의한 조국에 앞장선 것을 생생히 기억한다. 국민들은 그래서 불의당이라 부른다"며 "그런 처지에 의원정수를 확대하잔 것은 정말 염치가 없는 일"이라고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금도 많다 줄이라는 게 국민의 목소리다. 그래서 (의원정수) 10% 축소를 말씀드린 것"이라며 "심상정 대표가 밥그릇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권력과 의석수에 눈이 멀어서 정치 허언증에 이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비판에 나섰다. 심 대표가 주장한 ‘예산 동결 전제’에 대해서도 “국민을 현혹하는 꼼수”라고 했다.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의원 정수 확대는 후안무치의 극치. 4선 국회의원을 지내면서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200명이면 충분하다는 것이 내 일관된 주장"이라고 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바른미래당은 정수 확대 관련 당론 정한 바 없다. 손학규 대표의 개인 의견일 뿐, 월권이다. 나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1987년 이후 국회의원 숫자는 대개 299명을 유지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 선거였던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서는 ‘국회의원 숫자를 줄이라’는 거센 여론에 떠밀려 의원정수를 299명에서 273명으로 줄인 적이 있다. 300석 시대는 2012년 19대 국회 때 열렸다. 다만 비례대표 의원 수는 75석(1988년, 13대 국회)에서 47석(2016년, 20대 국회)으로 전반적으로 감소해왔다.

한영익 기자 hanyi@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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