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역 중인 김은성 전 국정원 차장 셋째 딸 자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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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불법도청 사건으로 징역 1년6월의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인 김은성(61) 전 국정원 2차장이 21일 서울 영등포교도소 문을 나섰다. 지난해 10월 구속된 지 10개월 만이다. 그러나 출소가 아닌 4박5일간의 귀휴(歸休)다. 귀휴란 수형자가 특정한 사유가 있을 때 받을 수 있는 휴가다.

결혼 한 달여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셋째 딸(25)의 장례식 참석을 위한 외출이었다. 김씨 딸은 19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자신의 친정집 아파트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정확한 자살동기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김씨의 지인에 따르면 숨진 김씨의 딸은 '아빠가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엄마 힘내세요' 등의 내용이 담긴 메모를 남겼다고 한다.

김씨 딸은 지난달 결혼해 서울에서 살아왔다. 결혼식 직전 김씨는 딸 결혼식과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검찰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자식의 결혼은 형집행정지 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신 1박2일간 귀휴를 제의했다. 하지만 김씨는 "감옥에 갇힌 몸으로 초라하게 딸 결혼식장에 앉아 있는 게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귀휴를 거절하고 결혼식에 불참했다.

김씨는 딸의 자살 소식을 21일 오전에야 들었다고 한다. 가족들이 김씨가 충격받을 것을 걱정해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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