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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긍정평가에 교사가 '너 일베냐?'"…정치편향 논란 인헌고 학생들 기자회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3일 몇몇 교사로부터 편향된 정치 사상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태윤 기자

23일 몇몇 교사로부터 편향된 정치 사상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태윤 기자

'학생은 정치적 노리개가 아니다.'

23일 오후 4시 30분 서울 관악구 봉천동 인헌고등학교 정문 앞에 현수막이 걸렸다. 인헌고학생수호연합 김화랑 대표와 대변인 최모군은 학교에서 일부 교사가 한쪽으로 치우친 사상을 강요한다고 주장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현장에는 기자회견 1시간여 전부터 취재진과 보수 유튜버, 보수 단체 회원 등 수십 명이 모였다.

몇몇 보수단체 회원이 “빨갱이 전교조 해체하라”는 구호를 외치자 학생이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며 “조용히 해라”라고 맞서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학생들이 반감을 느낄 수 있다며 태극기와 성조기를 내려달라고 요구하는 모습도 보였다.

학생수호연합 측은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정치적 이념을 가지고 나온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위해 나왔다”고 했다. 이들은 “그동안 묵인해왔던 사상독재를 뿌리 뽑고자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학생 조직”이라고 소개했다.

23일 몇몇 교사로부터 편향된 정치 사상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다른 학생들은 학생수호연합 주장에 대해 "과장하지 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태윤 기자

23일 몇몇 교사로부터 편향된 정치 사상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다른 학생들은 학생수호연합 주장에 대해 "과장하지 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태윤 기자

이후 발표문을 읽으며 그동안 자신들이 사상주입 피해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먼저 지난 17일 학교 마라톤 대회에서 반일 운동에 반대하는 학생에게 한 교사가 “너 정신 못 차렸어?”라고 혼을 냈다고 주장했다. 발표문에는 학생 의지와 상관없이 “자민당, 아베 망한다”“일본 경제침략 반대한다” 등 구호를 외치도록 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외에도 “한 학생이 현 정권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밝히자 교사가 ‘자신은 문재인 대통령이 너무 좋은데 왜 싫어하냐’며 교무실로 데려가 혼을 냈다”"'(조국 관련) 가짜 뉴스 믿지 마. 믿는 사람 다 개돼지야'라는 말을 들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긍정적 평가를 한 학생에게 '너 일베니'라고 물었다"는 주장도 펼쳤다.

학교 측이 학생수호연합의 모임을 방해했다는 주장도 했다. 이들은 40여명의 학생이 모여 사상주입 피해사례를 공유하는 활동을 하다가 교사의 방해로 교실에서 쫓겨났다고 했다.

보수단체 환호에 학생들 “과장 마라”

이날 학생수호연합 대변인 최군이 발표문을 읽는 동안 반응은 둘로 갈렸다. 학교 정문 앞에 모인 보수 단체 회원들은 발표문 낭독 중간중간 최군의 이름을 외치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근태 서울대 집회추진위원회 대표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일방적으로 편향된 사실을 심어주는 일은 독재시대에나 가능했던 일이다”며 지지를 보냈다.

정문 안에서 집에 가지 않고 기자회견을 지켜본 몇몇 학생들은 달랐다. 20~30명의 학생은 최군의 주장에 대해 “과장하지 말고 팩트(사실)만 말해라”고 반박했다. 피해사례를 주장하는 부분에서는 “헐” “아닌데” “엥?”이라고 외치기도 했다.

23일 몇몇 교사로부터 편향된 정치 사상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헌고 학생회단은 기자회견을 연 학생수호연합 측 의견에 대해 "학교 내 문제는 학교 안에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태윤 기자

23일 몇몇 교사로부터 편향된 정치 사상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인헌고 학생회단은 기자회견을 연 학생수호연합 측 의견에 대해 "학교 내 문제는 학교 안에서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이태윤 기자

인헌고학생회단 5명도 입장을 발표했다. 대표로 나온 학생회 측 관계자는 “부디 인헌고등학교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며 “학교 내의 문제이므로 학교 안에서 해결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사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마땅히 조치해야 하고 갈등이 있다면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며 “학생회도 대의원회 소집, 공론화 자리 마련 등 자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수능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받을 권리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23일 몇몇 교사로부터 편향된 정치 사상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서울대 집회추진위원회 측이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태윤 기자

23일 몇몇 교사로부터 편향된 정치 사상을 강요받았다고 주장한 서울 관악구 인헌고등학교 학생들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서울대 집회추진위원회 측이 인헌고 학생수호연합에게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태윤 기자

서울시교육청, 특별장학…"전수조사"

서울시교육청과 동작관악교육지원청은 이날 오전 8시부터 담당 장학사 20여명을 파견해 특별장학을 시작했다. 이들은 전교생을 대상으로 일부 교사의 정치 편향 여부 관련 설문조사를 한 후 이를 토대로 사실관계 확인할 예정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하고 자료 분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당장 결론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교육청은 특별장학을 감사로 전환하거나 교직원 징계 가능성에 관해선 판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들이 수업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게 사실이라고 해도 감사까지 시행하는 게 적절한지 현재로써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일단 교육과정 운영의 책임자인 교장의 판단에 맡기는 게 적절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학교 측 “정확지 않은 내용 많아” 

학생수호연합의 주장에 학교 측은 정당한 교육활동이었다고 반박했다. 나승표 인헌고 교장 교사는 입장문을 통해 교내 행사가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교내 단축 마라톤 대회였다”며 “띠 작성은 학생들이 창의적으로 자발적으로 만들었고 어떤 교사가 어떻게 쓰라고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SNS에 올라와 있는 내용 가운데 정확하지 않은 내용이 많다”며 “학생 생각 존중한다. 일방적인 언론보도를 자제해 달라”고 덧붙였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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