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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 도시 워싱턴을 들썩이게 만든 내셔널스

중앙일보

입력

풋볼 도시 워싱턴이 메이저리그(MLB) 팀 워싱턴 내셔널스의 월드시리즈(WS·7전 4승제) 첫 승으로 들썩이고 있다.

23일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이기고 기뻐하는 워싱턴 내셔널스 선수들. [AP=연합뉴스]

23일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이기고 기뻐하는 워싱턴 내셔널스 선수들. [AP=연합뉴스]

워싱턴은 23일(한국시각)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미닛메이드파크에서 열린 WS 1차전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5-4로 이겼다. 1969년에 창단한 워싱턴은 50년 만에 처음으로 WS에 올랐고, 역사적인 첫 승을 거뒀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4번 타자 후안 소토(21)가 휴스턴의 강력한 선발투수 게릿 콜을 격파하는데 앞장섰다. 콜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40을 기록하며 휴스턴의 WS로 이끌었다. 그러나 패기 넘치는 소토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

1-2로 추격하던 4회 초 선두 타자로 나온 소토는 콜의 시속 155㎞짜리 직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포를 쏘아올렸다. 이후 워싱턴 타자들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2-2로 맞선 5회 초 볼넷과 안타, 뜬공으로 만든 1사 1, 3루에서 애덤 이튼의 우전 적시타로 3-2로 역전했다. 2사 1, 3루에서 다시 타석에 들어선 소토는 이번에는 콜의 슬라이더를 밀어 왼쪽 담장을 때리는 2타점 2루타를 날렸다. 소토는 4타수 3안타 3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23일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한 워싱턴 후안 소토. [USA 투데이=연합뉴스]

23일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4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활약한 워싱턴 후안 소토. [USA 투데이=연합뉴스]

사이영상 출신인 워싱턴의 선발투수 맥스 셔저는 1회 말 율리에스키 구리엘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흔들렸지만, 2회부터 5회까지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는 5이닝 5피안타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반면 콜은 셔저보다 더 오래 던졌지만 7이닝 동안 8피안타(2피홈런) 5실점으로 와르르 무너졌다. 그러나 휴스턴은 조지 스프링어가 7회 말 솔로 홈런, 8회 말 1타점 2루타를 날려 1점 차까지 추격하면서 2차전에서 설욕을 다짐했다. 양 팀의 2차전은 24일 오전 9시 7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휴스턴은 저스틴 벌랜더를, 워싱턴은 스티븐 스트라스버그를 선발 투수로 예고했다.

이날 워싱턴이 사상 첫 WS 1승을 기록하면서 워싱턴 도시는 광란의 도가니가 됐다. 워싱턴은 전통적으로 풋볼이 유명한 곳이다. 워싱턴을 연고지로 한 미국프로풋볼리그(NFL) 워싱턴 레드스킨스는 슈퍼볼에서 3회나 우승했다. 지난해 미국 경제 매체 포브스가 매긴 가치 평가에서 32개 팀 중 5위(31억 달러)에 올랐다.

그런 풋볼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야구 팀에 애정을 쏟기는 쉽지 않았다. 거기다 워싱턴 내셔널스는 캐나다 몬트리올을 연고지로 했던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역사를 이어 지난 2005년 워싱턴 D.C.으로 이전한 팀이었다. 미국의 수도를 대표하는 워싱턴 도시에 프랑스어를 쓰는 캐나다 도시의 팀은 이질적인 존재였다. 2005~2010년까지는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4~5위로 오가며 성적이 바닥을 치면서 워싱턴 사람들의 관심에서 더욱 멀어졌다.

그랬던 워싱턴이 2009년 괴물 신인 스트라스버그를 주축으로 막강한 선발진을 구축하고 타선도 짜임새를 갖추면서 어느새 강팀으로 성장했다. 올해는 가을야구에서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했지만, 디비전시리즈와 챔피언십시리즈를 차례로 넘고 WS까지 출전하면서 '언더독'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는 "워싱턴은 이제 본격적으로 야구 도시가 됐다. 워싱턴 시민들은 거리에서 워싱턴 내셔널스의 깃발을 흔들며 흥분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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