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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콘 공장 3주간 19번 단속한 한 안양시, 法, "2000만원 손해배상하라"

중앙일보

입력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행정기관의 과도한 조사나 단속 때문에 재산상 손해를 입었거나 회사의 사회적 평가가 침해됐다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7부(재판장 임정엽)는 "안양시는 A사에 재산상 손해 1000만원과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2일 밝혔다.

A사는 1984년부터 경기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공장을 인수해 아스콘(아스팔트 콘크리트) 등을 생산해왔다. A사는 2004년 폐기물중간처리업 허가를 받고 재생 아스콘을 만들기 시작했다. 안양시는 이 공장에서부터 80m정도 떨어진 곳에 1800여 세대 규모의 아파트 건축을 승인했고 2001년 아파트가 지어졌다.

그런데 환경 이슈가 부각되며 공장측과 주민들의 갈등이 이어졌다. 2017년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이 공장의 배출 물질을 조사해보니 벤조피렌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라는 물질이 검출됐다. 주민들은 안양시에 A사의 이전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냈다. 2018년부터는 경기도와 안양시, A사, 주민 대표가 모인 4자협의체가 구성됐고 주민들은 경기도와 안양시에 A사의 대기배출시설 허가 신청을 자진 취하하게 하고 공장을 이전하게 할 것을 요구했다.

주민들의 요구가 이어지자 안양시는 2018년 3월 안양시청 12개과 소속 41명 공무원으로 이뤄진 T/F팀을 만들었다. 그리고 3월 12일부터 4월 5일까지 19차례에 걸쳐 공장 조사 및 단속을 실시했다. A사측은 "해당 단속은 공장 가동을 중단시키거나 공장 이전을 압박하려고 실시된 것으로 다른 목적을 위해 조사권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행정조사기본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냈다.

法, "환경권 침해 확인 없이 민원에 단속" 

법원은 A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법원은 "공장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제기는 안양시가 이미 공장이 운영되던 지역 근처에 대규모 주거시설 건축을 승인해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안양시가 A사와 주민들의 환경권이 공존하도록 이해관계를 조정할 의무가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법원은 "안양시는 공장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로 주민들의 환경권이 실질적으로 침해됐는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주민들이 민원을 제기한다는 이유만으로 공무원을 동원해 조사 및 단속행위를 반복했다"고 판단했다. 2017년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이 공장 배출 물질을 조사할 당시에는 벤조피렌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류에 대한 대기환경보전법상 배출허용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2018년 환경부에서 배출허용기준을 만들었지만 A사가 배출한 물질은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 법원은 "다른 환경피해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이 공장에서 배출한 물질이 즉각 공장 운영을 멈춰야 할 만큼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과잉 단속…재산상·명예상 손해 배상해야"

법원은 안양시의 단속 횟수와 방법 역시 과하다고 판결했다. 당시 안양시가 만든 단속팀의 팀원들은 공장에 상주하거나 매일 공장에 방문해 특별한 적발 사항이 없어도 같은 단속을 반복했다. 법원은 "당시 주민들이 공장 이전을 요구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할 때 안양시는 A사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이전할 때까지 단속을 계속하는 방법으로 A사를 압박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안양시에 "A사는 직원 3명을 시의 단속 대응만 전담하게 해 다른 일은 못 했으므로 이에따른 재산상 손해를 인정해 1000만원을 배상하고, 지속적인 단속으로 주민들이 A사를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하게 했으므로 A사의 명예와 신용을 침해한 점을 고려해 위자료 1000만원은 따로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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