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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폭로 주역 이탄희 발언 중에 보도자료…검찰 개혁안 경쟁하는 법무부-개혁위

중앙일보

입력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다섯번째 권고안을 발표한 뒤 판사 출신 이탄희 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다섯번째 권고안을 발표한 뒤 판사 출신 이탄희 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 조직 개편을 앞두고 법무·검찰개혁위원회와 법무부가 경쟁하듯 개혁안을 내놓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및 재판 거래 의혹을 처음 폭로한 판사 출신 이탄희(41·사법연수원 34기)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도 전면에 나서면서 과열되는 양상까지 보인다.

 21일 법무·검찰개혁위원회(개혁위)는 검찰의 사건 배당 절차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현행 임의 배당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검찰개혁 정책을 뒷받침하는 제2기 개혁위는 이달부터 매주 2차례 회의를 열어 검찰 개혁 권고안을 내놓고 있다. 이날이 7번째 회의로 3~4번째 회의 결과를 한꺼번에 발표했다.

 개혁위는 이날 발표에서 각 지방검찰청에 검사와 검찰공무원, 외부위원 등이 참여하는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 기준위원회’(가칭)를 즉시 설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무작위 전자 배당으로 사건을 각 부에 분배하는 법원과 달리 검찰은 그동안 구체적인 법령이 아닌 대검찰청 비공개 예규에 따라 사건을 배당해왔다.

 검찰 직접수사부서 축소와 관련해 구체적인 수사 인원과 내부 파견 제한 방안도 제시했다. 검찰 직접수사부서의 검사 인원은 부장을 제외하고 5명 이내로 하고, 불가피한 사유로 증원하더라도 소속검사 인원의 2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으로 대통령령 또는 법무부령을 규정하라고 권고했다.

 이날 개혁위 기자회견에는 이탄희 변호사가 처음으로 마이크를 잡았다. 정영훈 개혁위 대변인은 “배당 절차 투명화에 대해 주도적으로 권고안을 냈다”며 이 변호사를 소개했다. 이 변호사는 2017년 2월 법원행정처로부터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를 저지하라는 지시를 받은 뒤 사표를 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세상에 공개되는 데 기폭제 역할을 했다.

 정 대변인이 “이 변호사가 지근거리에서 기자들과 상세히 말하고 싶어 한다”며 단상 앞에 의자를 갖다 놓고 이 변호사를 앉히려 했다. 그러나 카메라 앵글에 잡히지 않는다는 취재진의 만류로 이 변호사는 다시 단상에 올라갔다. 이 변호사는 배당 투명화와 관련해 “지나친 배당 재량권에 대해 아무런 통제 장치가 없다”며 “전관예우와 관선변호, 검사 길들이기를 줄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다섯번째 권고안을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은 판사 출신 이탄희 위원.[연합뉴스]

김남준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이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다섯번째 권고안을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오른쪽은 판사 출신 이탄희 위원.[연합뉴스]

 법무부는 이날 검사 비위가 발생했을 때 검찰이 법무부 장관에게 반드시 보고하도록 하는 규정을 개정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 변호사가 단상에서 내려온 뒤 기자들과 회의실 바깥에서 얘기하는 중이었다. 보도자료 담당 부서는 감찰담당관실과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이 공동으로 기재됐다.

 검찰개혁추진지원단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 법무부가 장관 직속 기구로 만들어 법무·검찰개혁위원회 활동을 지원했다. 단장은 검찰 근무 경력이 없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황희석(52·사법연수원 31기) 법무부 인권국장이 맡았다.

 이날 보도자료에는 법무부가 검찰에 대한 직접감찰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동안 법무부가 검찰 자체 감찰을 건너뛰고 직접감찰에 나설 수 있는 사유는 ▶검찰이 자체 감찰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경우 ▶감찰 대상자가 대검찰청 감찰부 소속인 경우 ▶언론 등 사회 관심이 집중돼 검찰의 자체 감찰로는 공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고 판단해 법무부 장관이 감찰을 명한 경우 등 3가지로만 한정돼 있었다.

 이번에 법무부는 해당 규정을 바꿔 ▶검찰에서 법무부 감찰을 요구한 경우 ▶즉시 조치가 필요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경우 ▶의원면직을 신청한 검사에게 중징계에 해당하는 비위 혐의가 있는데도 검찰의 자체 감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신속히 수행되지 않는 경우 ▶은폐할 의도로 검사 비위가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되지 않은 경우 등 4가지 직접감찰 사유를 추가했다.

 법무부는 또 검사·수사관 등 검찰 공무원 비위가 발생했을 때 각급 검찰청의 장(長)과 대검 감찰부장이 법무부 장관에게 바로 비위 발생 사실과 처리 결과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비위 조사 등 업무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무부 감찰관이 검찰청에 감찰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법무부가 검찰에 감찰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는 규정이 없었다.

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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