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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열병(CSF) 충북·경북 확대…"멧돼지, 남→북 방역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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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충청도·경상도 등으로 남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충북·경북 등 지역의 야생 멧돼지에서 ASF와 전염 방법이 유사한 돼지열병(CSF)이 발생하면서다. 올해는 서울 내에서도 CSF 확진 사례가 나왔다.

올해 1~8월 국내에서 확진된 돼지열병(CSF) 분포도. 총 167건 중 9건이 경기ㆍ강원 외 지역에서 발병했다. [김현권 의원실]

올해 1~8월 국내에서 확진된 돼지열병(CSF) 분포도. 총 167건 중 9건이 경기ㆍ강원 외 지역에서 발병했다. [김현권 의원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립환경과학원과 농림축산검역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올해 8월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CSF는 총 253건이었다. 전체 양성 판정 중 92%(232건)이 경기·강원지역에 집중됐다.

그러나 충북 옥천과 괴산, 경북 김천과 구미 등에서도 총 21건의 CSF 확진 사례가 나왔다. 올해는 충북 단양군 적성면과 서울의 북한산·인왕산 일대에서도 총 8건의 CSF가 발생했다.

지난 5년간 경기ㆍ강원 지역 밖에서 발생한 돼지열병(CSF). [김현권 의원실]

지난 5년간 경기ㆍ강원 지역 밖에서 발생한 돼지열병(CSF). [김현권 의원실]

ASF와 CSF는 다른 질병이지만 전염 방법이 유사하다. CSF에 걸린 돼지 역시 고열·설사에 시달리고, 몸을 비틀거리는 등 증상도 비슷하다. 김용관 국립환경과학원 생물안전연구팀 연구사는 “ASF는 DNA 바이러스, CSF는 RNA 바이러스로 유형이 전혀 다르다”면서도 “감염 매개체와 직접 접촉하거나 차량·사람 등에 의해 전파된다는 점은 비슷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CSF 감염 경로를 따라 ASF가 확산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의원은 18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올해 ASF 발생지역과 CSF 발생지역은 상당히 겹치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두 질병이 비슷한 경로로 확산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야생 멧돼지 ASF는 경기·강원을 지나 경북·충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ASF와 마찬가지로 CSF도 올해 들어 기승을 부리는 것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지난 5년간 발생 사례(253건) 중 66%에 해당하는 167건이 올해 1~8월 집중됐다. 경기·강원 외 지역에서 5년간 발생한 21건의 CSF 중 43%인 9건도 올해 확진됐다. 특히 최근 ASF의 유력 감염경로로 지적된 야생 멧돼지가 10월 짝짓기 철을 맞아 이동이 활발해 짐에 따라 질병이 더욱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달에만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총 9차례 ASF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ASF 바이러스는 날씨가 추워질수록 생존력이 강해져 겨울철 방역이 더 어려울 수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정한 야생 멧돼지 ASF 차단ㆍ방역 지역. [뉴시스]

농림축산식품부가 정한 야생 멧돼지 ASF 차단ㆍ방역 지역. [뉴시스]

김 의원은 “현재 멧돼지 포획은 비무장지대(DMZ) 인근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궁극적 차단선은 한강 이북”이라며 “북에서 남으로 멧돼지를 쫓아가는 것이 아니라 2차 차단선을 중심으로 남에서 북으로 멧돼지를 포획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현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차 차단지역 2㎞ 이내 지역 멧돼지를 ‘제로화’ 하는 게 확산의 핵심”이라며 “총기포획도 허용해 개체 수를 줄이면 살아남은 개체의 활동 반경도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세종=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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