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빈민 천안문서 잇단 분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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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빈민 계층의 분신이 잇따르고 있어 공안 당국과 지도부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두 달새 다섯차례나 된다. 국유기업에서 정리 해고당한 노동자와 농민.철거민들이 합법적인 방식으로 자신들의 문제가 공론화되지 않자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의 공산정권 수립 54주년인 지난 1일, 베이징(北京) 천안문 광장에서 국기 게양식이 벌어지는 도중 후베이(湖北)성 궁안(公安)현에서 올라온 49세의 양페이취엔(楊培權)이라는 국유기업 해고 노동자가 분신 자살을 기도했다. 주변의 공안(경찰) 등이 급하게 불을 끄는 바람에 목숨은 건졌다.

그는 수차례 베이징에 올라와 현(縣)생산자료공사 간부들의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한편 정리 해고를 당한 뒤 생계조차 잇기 어려운 현실을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지난달 15일 안후이(安徽)성 칭양(靑陽)현 농민인 주정량(朱正亮)이 당국의 철거 정책에 불만을 품고 천안문 광장에서 분신을 시도했다.

중국 공안 당국이 또 다른 분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천안문 광장의 경비를 대폭 강화, 출입구마다 금속 탐지기를 설치하고 몸 수색과 가방 검사를 실시하는 한편 10m 간격으로 소화기를 설치했다고 홍콩 언론들이 전했다.

지도층은 분신을 부르는 사회 갈등을 줄이기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후진타오(胡錦濤)국가주석은 ▶지방 순찰 '암행어사'제도 부활 ▶행정기관의 권력 분산 및 감독 강화 ▶민생 분야에 대한 언론보도 통제 완화 등 개선책을 제시했다.

원자바오(溫家寶)총리는 지난달 30일 국경절(건국기념일) 만찬 행사에서 "전면적인 샤오캉(小康.의식주 걱정 없는 생활) 사회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각계각층을 고루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는 11일 개막하는 공산당 제16기 3중전회(제3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낙후된 서부.동북부 지방의 발전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홍콩=이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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