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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구미시장, 올해는 박정희 추도식 참석할까?

중앙일보

입력

지난해 경북 구미 박정희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9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장세용 구미시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경북 구미 박정희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9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장세용 구미시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경북 구미에서 첫 진보 성향 후보로 당선된 장세용 구미시장(더불어민주당)이 오는 26일 열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년 추도식’에 참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 시장은 지난해 39주년 추도식에 불참해 보수단체와 시민의 원성을 샀다.

첫 진보성향 시장 당선된 박정희 고향 구미 #지난해 39주기 추도식에 구미시장 불참해 #장세용 시장 "올해 참석해도 초헌관 안할 것" #생가보존회장 "구미시장으로서 역할 해야"

장 시장은 17일 구미시청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추도식 참석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사실상의 ‘유보’ 입장이다. 구미시 관계자는 “올해는 가야 한다는 주변 사람 권유가 많긴 한데 정확히 어떻게 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은 구미시 상모사곡동 박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다. 장 시장이 참석하더라도 헌화와 분향만 하고 초헌(初獻·신위에 첫 번째 술잔을 올림)은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추도식을 주관하는 전병억 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장은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장 시장이 ‘만약 오게 돼도 초헌관은 안 하겠다’더라”며 “민주당의 눈치가 보이겠지만, 구미시장으로서 참석해서 해야 할 일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추도식서 초헌관은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해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제39기 추도식'에서 이철우 경북지사가 초헌관으로 헌작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경북 구미시 상모사곡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제39기 추도식'에서 이철우 경북지사가 초헌관으로 헌작하고 있다. 뉴스1

초헌은 관례에 따라 구미시장이 맡아왔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당선된 장 시장은 같은 해 10월 26일 열린 39주기 추도식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구미시장 불참은 처음이었다. 결국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초헌을 대신했다. 아헌(亞獻)과 종헌(終獻)은 각각 자유한국당 김태근 구미시의회 의장과 전병억 회장이 맡았다.

당시 불참과 관련해 장 시장은 “박 전 대통령 추도식은 원래 민간단체 주도로 하는 것인데 전임 구미시장이 참석해 왔던 것”이라며 “지금은 그 행사에 너무 큰 의미가 부여돼 부담돼서 피하려고 했다”고 해명했다.
보수단체와 추모객들은 분노했다. 보수단체 회원들로 이뤄진 ‘박정희 대통령 역사지우기 반대 범국민 대책위원회’는 추도식장 앞에서 ‘구미시장의 박정희 대통령 지우기 반대’ 서명을 받았다. ‘박정희 대통령을 지우려는 자들은 경부고속도로에 발도 들여놓지 말라’는 내용의 현수막도 게시했다.

‘박정희 지우기’로 도마 위 오른 구미시장

지난해 경북 구미 박정희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9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장세용 구미시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경북 구미 박정희 생가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39주기 추도식에서 참석자들이 장세용 구미시장을 비난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장 시장은 대구와 경북에서 유일한 더불어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이다. 그는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새마을과(課) 폐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후 시행에 들어갔다. 다만 보수단체 등의 반발로 대부분 유보 상태다.

구미시는 지난해 10월 40년 동안 구미시 직제에 있었던 새마을과를 시민공동체과로 바꾸는 조직개편안을 입법 예고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긍정적 평가와 보수 단체의 반발로 이를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유품 5670점을 보관하는 ‘박정희 대통령 역사자료관’ 명칭에서 ‘박정희’를 빼려다 항의를 받았다. ‘새마을운동 테마공원’ 용도 변경도 시도했으나 유보됐다.

최근에는 구미공단 50주년 기념 영상에선 박정희 대통령만 빼고 진보 대통령을 넣어 논란이 됐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등 진보성향의 대통령만 등장시킨 동영상을 제작한 것이다. 보수단체가 반발하자 결국 구미시는 박 전 대통령 사진을 넣어 영상을 수정하기도 했다.

구미=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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