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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명문대 교수, 고대유물 美생활공예업체에 팔아넘겨 물의

중앙일보

입력

더크 오브빈크 옥스퍼드대학 교수 [사진=맥아더재단]

더크 오브빈크 옥스퍼드대학 교수 [사진=맥아더재단]

영국 최고의 대학인 옥스퍼드 대학의 저명한 파피루스 학자가 보존·연구해야 할 고대 성경 유물 일부를 미국의 대형공예업체에 팔아넘겼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옥스퍼드대 소속의 비영리 연구단체 이집트 연구협회(EES)는 이날 이 대학 소속의 저명한 고대연구가 더크 오브빈크(62) 교수가 1896년 이집트에서 발견된 파피루스 11조각을 미국의 생활공예용품 체인점 '하비러비'에 불법으로 팔아넘겼다고 발표했다. 옥스퍼드대도 EES의 주장에 대해 즉각 조사에 나섰다.

오브빈크 교수가 팔아넘긴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은 지난 1897년 이집트 중부 나일강 서안의 유적지 '옥시링쿠스'에서 발견된 파피루스다. 이 파피루스에는 성경 마가복음의 일부가 담겨있으며, 소유권은 EES에 있다.

2017년 11월 미국 워싱턴DC에 문을 연 성경도서관의 모습. [EPA=연합뉴스]

2017년 11월 미국 워싱턴DC에 문을 연 성경도서관의 모습. [EPA=연합뉴스]

그런데 EES가 옥스퍼드대 새클러 도서관 '옥시링쿠스 컬렉션'에서 보존하고 연구 중이던 이 성경 조각이 지난 2017년 미국 워싱턴D.C.에 문을 연 '성경 박물관'에서 발견됐다. 성경 박물관 측은 "2010년 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파피루스 학자가 하비러비에 이 유물을 팔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비러비는 '다이소'와 비슷한 생활·공예용품을 파는 미국의 대형체인점으로 미 전역에 800개 이상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하비러비 회장이 성경 박물관을 세운 스티브 그린인데,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성경 관련 유물을 모아 성경 박물관을 설립했다. 그러나 지난 2017년 하비러비가 이 박물관을 위해 수천개의 유물을 이라크 등지에서 밀수해 온 사실이 드러나 300만 달러(약 35억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2018년에는 박물관이 보유한 사해문서(사해의 쿰란 동굴에서 발견한 구약성서 사본 및 유대교 관련 문서)가 가짜라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성경 박물관 측은 해당 유물을 즉각 EES로 반환하기로 했다. 오브빈크 교수는 아직 옥스퍼드대 교수 신분을 유지하고 있으며, 조사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BBC방송은 전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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