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평양에서 치러진 월드컵 예선전이 A매치 축구사상 가장 특이하고 이채로운 기록들로 채워졌다.
먼저 이날 5시 30분에 평양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2022년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H조 3차전은 사실상 무관중 경기로 치러지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또한 생중계도 불발됐다. 북한 당국은 다만 29년만의 '평양 원정'경기에 대한 사후 녹화 중계 영상을 DVD 영상으로 남한 측에 제공하겠다고 통일부 당국자에게 알렸다. 한국 축구협회는 15일 축구 경기를 마친 뒤 북한 측이 건네준 경기 영상 DVD를 받아 하루 지난 뒤 16일 오후 5시 20분께 평양에서 출발해 중국 베이징을 경유, 17일 새벽 0시 45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대로라면 경기가 끝난 뒤 사흘 뒤에나 남북 축구 선수들의 경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 진행 상황 속보는 대한축구협회 직원이 경기 상황을 전달했다. 평양에 동행한 협회 측 직원 2명은 김일성경기장 기자센터에서 이메일로 경기 상황을 속보로 전했다.
경기 모습을 담은 동영상 송출은 불가하다. 동영상 전송은 북한 당국의 허가 사항이다. 다만 제한된 이메일로 사진만 전송할 수 있다.
북한은 이번 남북 대표팀 중계는 물론 취재진의 입국도 불허했다.
14일 오후 7시 55분 김일성경기장에서 열린 파울로 벤투 대표팀 감독의 기자회견장에는 북한 측 기자 5명만 참석했다.
한국대표팀이 평양에 입성한 이후 선수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딸랑 7장뿐이다.
대한축구협회에서 이메일로 보내온 선수 훈련 모습 4장과 기자회견 3장이 전부다.
영국 매체 BBC는 이번 평양 월드컵 예선경기를 생중계도. 원정 응원단도, 기자도 없는 경기라면서 "전에 본 없는 세상에서 가장 특이한 축구 더비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FIFA는 오는 2023년 여자 월드컵의 남북한 공동 유치를 제안한 상태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32년 하계올림픽을 남북한이 공동개최를 추진한다는 내용 등을 지난 2018년 평양공동선언 합의문에 서명했다.
특이하고 전례 없는 이번 '월드컵 예선 경기 진행을 지켜보면서 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 경기가 순조롭게 치러질지는 의문이다.
한편 한국 대표팀은 경기에서 상·하의 모두 흰색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다만 골키퍼는 녹색이다.
북한 선수는 붉은색, 골키퍼는 파란색을 입었다.
오종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