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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촉발' 포항지열발전소 장비 매각 움직임…시민 반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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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일어난 경북 포항 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소. [중앙포토]

2017년 11월 15일 오후 2시 29분 일어난 경북 포항 지진을 촉발한 지열발전소. [중앙포토]

경북 포항에 규모 5.4의 지진을 촉발한 포항 지열발전소에서 시추공 등 관련 장비 매각 움직임이 일고 있다. 포항 시민은 “촉발 지진의 근거를 훼손하려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포항 지열발전소 시추공 등 장비 가진 A사 #최근 장비 매각 움직임에 시민 반발 #범대위 "지진 촉발 근거, 장비 보존해야"

포항시 등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국내 금융대기업 캐피탈 A사가 포항 지열발전소 내 시추공과 주변 장비 매각을 추진 중이다. 땅속에 구멍을 뚫는 시추 장비는 석유나 가스 개발 관련 사업 등에 쓰이는데 장비의 소유권을 가진 A사는 이를 해외에 매각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포항시민이 중국인이 지열발전소에 들러 시추 장비를 보고 가는 장면을 목격하기도 했다.

포항 시민은 매각에 반대하고 나섰다. 포항 지진은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지난 3월 정부의 연구결과로 인한 각종 민·형사 사건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그 근거인 포항 지열발전소 시설 현장 보존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공원식 포항 11.15 촉발 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 공동위원장은 “매각 추진 소식을 접하고 포항 시민은 분노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며 “포항시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관계 회사들과 적극적으로 협의해 부지와 시설물 매입 등 현장 보전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범위대 측은 지난 10일 의견문을 통해 “2016년 규모 3.4의 지진이 발생한 스위스 바젤은 지진 후 3년 뒤 지열발전 프로젝트를 영구 중단했다”며 “거기다 스위스 정부는 지진 추가 발생 예방을 위해 현장을 보존했다”고 말했다. 당시 지진은 지열발전에 따른 인공지진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컸다.

범대위는 의견문에서 매각을 추진 중인 회사 또한 비난했다. 범대위는 “지열발전소 시공사인 ㈜넥스지오, 매각을 추진 중인 A사 등 부지와 시설물 소유기관은 포항 시민에게 두 번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라도 포항 시민 동의 없이 임의로 매각을 추진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포항 11.15 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소속 포항시민들이 지난4월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정부의 공식사과 및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뉴스1]

포항 11.15 지진 범시민대책위원회 소속 포항시민들이 지난4월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앞에서 정부의 공식사과 및 책임자 처벌 등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뉴스1]

포항시 측은 “장비 보존의 중요성 등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지열발전소 내 장비들이 사유 재산이기에 사고파는 행위를 포항시나 정부가 법적으로 제재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대신 최대한의 행정적 조처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포항시에서는 ㈜넥스지오와 A회사, 산자부에 지난달 20일 공문을 보내 “시민들이 소송 중이니 소송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매각을 중단해 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A사 측에서는 20여일이 지나도록 공문에 대한 답변을 보내지 않았다. ㈜넥스지오 측만 “우리 소유가 아닌 시설물이어서 답할 수 없다”고 했다.

산자부는 사유재산이기에 법률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쉽지 않겠지만 협의해보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는 규모 5.4 지진 발생했다. 이후 지난 3월 정부합동조사단은 "포항지열발전소가 지진을 촉발했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부상자 92명, 이재민 1800여 명을 내고 시설물 피해 2만7317건을 일으켜 직간접적 피해액이 3323억원에 달한 지진이 자연재난이 아닌 인재로 밝혀진 셈이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 공동대표 등 지진 피해 포항시민 1만2867명은 “지진 피해를 보상하라”며 대한민국과 넥스지오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대구=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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