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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부장 작심 발언 "유시민, 오직 조국·정경심만 중요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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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튜브 캡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유튜브 캡쳐]

조국(54)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57) 동양대 교수의 자산관리인인 김경록(37) 한국투자증권 차장의 인터뷰를 보도한 성재호 KBS 사회부장은 10일 사내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보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는 KBS가 인터뷰와 관련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반발 의사로 풀이된다. 앞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최근 유튜브 방송을 통해 KBS가 김 차장과 인터뷰를 했으나 보도는 하지 않고 검찰에 인터뷰 내용을 공유했다고 주장하면서 파문이 이어지고 있다.

성 부장은 “지금은 많은 사실관계가 더 드러났지만, 당시 조 장관과 아내는 사모펀드 투자과정에서 운용사의 투자처와 투자 내용 등을 사전에 전혀 몰랐다고 계속 주장해왔다”며 “그런데 인터뷰 취재 과정에서 정 교수가 사전에 알았다는 정황 증언이 나온 거다. 인터뷰 90% 이상은 정 교수의 펀드 투자 관련 얘기였다. 이 얘기보다 중요한 다른 맥락이 있는지 지금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유 이사장이 자신이 진행하는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KBS 취재진이 해당 인터뷰 내용을 검찰에 유출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선 “자산관리인의 피의사실 즉 ‘증거인멸’ 혐의를 검찰에 물은 게 아니다. 자산관리인이 말한 장관 부인의 의혹을 검찰에 물은 것”이라며 “검찰에는 당시 우리 보도가 별반 새로울 게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성 부장은 “MB(이명박 전 대통령) 집사에게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MB 집사의 의혹’이 아니라 ‘MB의 의혹’과 관련된 증언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는지 수사 중인 검찰에 확인 시도를 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수사 당시에도 그랬다”는 사례를 들기도 했다.

성 부장은 정 교수를 향해 “이제 자산관리인을 놓아주어야 한다”는 비판도 했다. 그는 “자산관리인은 정 교수 때문에 형사처벌 위기에 빠졌다. 한 사람을 범죄에 몰아넣었으면 적어도 반성은 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정 교수는) 자신은 시킨 적 없다며 모든 잘못을 자산관리인에게 몰고 있다. 여전히 자신에게 향하는 비판을 막아줄 총알받이가 돼달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성 부장은 유 이사장을 언급하면서는 “그는 스스로 ‘어용 지식인’을 자처했고, 자신의 진영을 위해 싸우며 방송한다”며 “‘알릴레오’가 시대정신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나 지켜야 할 원칙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 이사장에게는 자산관리인이 정 교수 때문에 범죄자가 될 위기에 몰려있다는 사실은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라며 “오직 조 장관과 정 교수만 중요할 뿐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진영 이익과 논리를 대변하는 언론이 때에 따라선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다고 한 개인의 인생을 제물로 해선 안 된다”며 “한 진영의 실력자가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며 시대정신을 앞세운다면 그건 언제든 파시즘으로 돌변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성 부장은 “지난 10여년 많이 싸우면서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책임감도 가졌다. 마음의 짐도 많았다. 그런데 이젠 짐을 내려놓아도 될 것 같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KBS 안에서는 성 부장의 보직 사퇴와 조사위 구성에 대한 반발을 시작으로 후배 기자들의 반발도 거센 것으로 전해졌다. KBS의 공식 입장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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