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개 장난감 병정, 영국 상이군인의 현주소 알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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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맨체스터의 한 쇼핑몰에 전시된 4만개의 미니어처 군인. 이 설치미술은 지난 20년 동안 부상으로 제대한 영국 군인들을 의미한다. 앞줄의 7명은 실제 상이군인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맨체스터의 한 쇼핑몰에 전시된 4만개의 미니어처 군인. 이 설치미술은 지난 20년 동안 부상으로 제대한 영국 군인들을 의미한다. 앞줄의 7명은 실제 상이군인을 모델로 만들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북부 맨체스터의 한 쇼핑센터에 4만개의 미니어처 장난감 군인이 설치됐다고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40000'이라는 숫자는 지난 20년 동안 해외파병 등 군 생활 도중 부상을 입어 제대한 영국 군인의 숫자를 뜻한다. 전시된 미니어처 군인들은 하나같이 위태롭게 서 있다. 제대 후 그들이 사회에서 겪고 있는 신체적, 경제적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시된 미니어처 중 가장 앞줄의 7개는 군 복무 중 절단 수술을 받았거나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실제 참전용사를 재현한 것이다.

영국 맨체스터 한 쇼핑몰에 전시된 4만개의 미니어처 군인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맨체스터 한 쇼핑몰에 전시된 4만개의 미니어처 군인들. [로이터=연합뉴스]

전시된 미니어처 군인의 모습. 군복차림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시된 미니어처 군인의 모습. 군복차림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군은 지난 20년 동안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시에라리온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배치됐으며 지난 2014년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끝난 뒤에는 약 1만명 이상의 군인들이 부상으로 제대했다. 영국 국방부는 2018~19년 1869명을 포함해 지난 20년간 총 3만6696명이 부상에 의해 제대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근골격계 부상과 정신 및 행동 장애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맨체스터 한 쇼핑몰에 전시된 4만개의 미니어처 군인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 맨체스터 한 쇼핑몰에 전시된 4만개의 미니어처 군인들. [로이터=연합뉴스]

한 관람객이 미니어처 군인들을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 관람객이 미니어처 군인들을 촬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달링턴 출신의 토미 로더는 2001년 지브롤터에 복무하던 중 3명의 민간인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갑자기 제대를 당했다. 로더는 "투철한 군인정신으로 가득했던 나는 이 사건으로 완전히 망가졌다. 부대 내 사람들은 나를 믿지 않았고, 검진을 받아야 했고, 내가 원인을 제공한 것처럼 나를 괴롭혔다"고 말한다. 로더는 이후 계속 군 복무를 이어갔지만, 종종 술을 마신 상태로 동료들과의 싸움에 휘말렸고, 휴가를 받아 집에 온 뒤 우편으로 제대 통보를 받았다. 로더는 이후 런던 경찰서와 제약회사 등에서 근무했지만, 술과 폭력으로 계속 문제를 일으켰고 2014년에는 자동차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 그는 상이군경을 돕는 시민단체인 'Help for Heroes(영웅을 위한 도움)'의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점점 건강 상태는 정상을 되찾아 갔다.

상이군인 대이브 왓슨(왼쪽)과 배우 안토니 코튼이 미니어처 군인들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가디언]

상이군인 대이브 왓슨(왼쪽)과 배우 안토니 코튼이 미니어처 군인들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가디언]

전시를 기획한 시민단체 'Help for Heroes'는 "부상당한 제대 군인들의 안정적인 사회생활을 위해서 의료보험 서비스 등 더 많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대부분의 상이군인은 영국 정부 등의 지원 부족으로 곤궁함에 처해 있으며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단체는 403명의 상이군경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약 50%는 장애나 질병에 대한 완전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퇴원했으며, 약 70%는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소문사진관]

김성룡 기자

서소문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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