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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경절 7일 연휴에 8억 나들이로 ‘사람죽’ 신조어 나와

중앙일보

입력

중국 관영 신화사는 4일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는 이색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중국 문화관광부가 1일부터 시작된 국경절 7일 연휴 기간 8억 중국인이 나들이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전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하이 경찰이 와이탄을 오가는 인파의 안전을 위해 '와이퍼'식 인도 방법을 고안해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상하이 경찰이 와이탄을 오가는 인파의 안전을 위해 '와이퍼'식 인도 방법을 고안해 화제가 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인산인해(人山人海)란 말은 이제 진부하다. 신조어가 속속 출현 중이다. 상하이 황푸(黃浦) 강변을 거닐며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포인트인 ‘와이탄(外灘)’은 몰려든 인파로 ‘런탄(人灘)’으로 불린다.
항저우의 유명 관광지 서호(西湖)에 있는 끊어진 다리처럼 보인다 해서 ‘단교(斷橋)’란 이름이 붙은 곳은 이제 사람 다리라는 의미의 ‘인교(人橋)’란 별명을 갖게 됐다. 한 관광객은 “사람이 너무 많아 와이파이도 터지지 않는다”고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중국 항저우의 유명 관광지 서호에 있는 끊어진 모습으로 보인다고 해서 '단교'라 불리는 다리가 사람들로 꽉 차 '인교'라는 말을 낳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항저우의 유명 관광지 서호에 있는 끊어진 모습으로 보인다고 해서 '단교'라 불리는 다리가 사람들로 꽉 차 '인교'라는 말을 낳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베이징 근교의 만리장성 일각인 빠다링(八達岭)은 입장권이 매진됐다. 빠다링 관리소는 오렌지 경보를 발동하고 관광객들에게 무턱대고 빠다링을 찾으면 안 된다며 꼭 표를 예매하라고 당부했다.
베이징 고궁(故宮)은 건국 70주년 열병식이 끝난 뒤 문을 열었는데 하루 8만장의 입장권이 5일까지는 이미 다 팔린 상태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올랐던 천안문(天安門) 성루는 사전 예약 시스템을 이용해 하루 9000명의 관광객만 받는 제한 조치를 취했다.
낮에만 사람이 많나. 그렇지 않다. 밤에도 마찬가지다. 산둥성 칭다오의 5.4 광장에 조명쇼를 보기 위해 인파가 몰리자 “비싼 신발은 신고 오지 말라”는 말이 나왔다. 밀고 밀리는 사람들 탓에 발을 밟히는 게 다반사라 신발 버리기 딱 좋다는 것이다.

상하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포인트인 와이탄(外灘)도 몰려든 인파로 '런탄(人灘)'이란 말을 듣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상하이 야경을 감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포인트인 와이탄(外灘)도 몰려든 인파로 '런탄(人灘)'이란 말을 듣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집 나선 중국인들은 이제 2014년에 나온 노래 ‘평범의 길(平凡之路)’에 나오는 가사인 “나는 일찍이 산과 바다를 넘었지, 그리고 인산인해도 넘었지”를 흥얼거리게 된다고 신화사는 보도했다.
인파가 몰리는 곳엔 사고 위험이 따르기 마련이다. 상하이 경찰이 와이탄을 오가는 관광객 안전을 위해 새로운 ‘와이퍼’ 인도 방법을 선보여 화제가 되고 있다. 이젠 상하이 경찰의 안전 조치 자체가 새로운 관광 포인트가 될 정도다.
그런데도 사망 사고를 피할 수는 없었다. 후베이성의 언스(恩施) 대협곡 관광에 나섰던 이들이 낙석 사고로 인해 3명이 숨졌다. 윈난성 쿤밍에서도 시산(西山) 공원의 산에 올랐던 사람 중 한 명이 추락해 사망했다.

일출을 보기 위해 태산에 오르려 했지만 몰려든 사람들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해 일출을 놓친 관광객이 속출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일출을 보기 위해 태산에 오르려 했지만 몰려든 사람들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해 일출을 놓친 관광객이 속출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한편 인민일보는 4일 여행을 떠날 때는 배낭에 ‘문명(文明)’을 넣는 걸 잊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는 글을 실었다. 지난해 깐수성단샤(丹霞) 지질공원에서 사람들이 금지구역으로 들어가 6000년 된 지모(地貌, 땅거죽 생김새)를 밟아 훼손한 걸 꼬집으면서다.
긴 연휴는 중국인들에게 새로운 걱정도 안기고 있다고 한다. 이때를 이용해 ‘홍색 폭탄’으로 불리는 청첩장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연휴 기간 결혼하려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생긴 새로운 풍속도다.
중국신문사 보도에 따르면 보통 8장의 청첩장을 받기 일쑤다. 친척 결혼엔 최소 1000위안(약 17만원) 이상, 동창 결혼엔 500위안 이상은 해야 체면이 선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축의금으로 7000위안 정도는 기본으로 나간다. 한 달 월급이 사라지는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너무 많은 인파로 와이파이도 안 터지고 #빠다링 관리소는 오렌지 경보까지 발동 #발 밟히니 “비싼 신발 신지 말라” 말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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