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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 위조‧사모펀드‧증거인멸…각종 의혹 중심에 정경심 있다

중앙일보

입력

조국 관련 수사, 3/4 차지한 정경심

정경심 교수가 비공개 소환된 3일 오전 서울지검 출입구 앞에 포토라인이 붙어 있다. 최승식 기자

정경심 교수가 비공개 소환된 3일 오전 서울지검 출입구 앞에 포토라인이 붙어 있다. 최승식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크게 3가지 의혹과 관련해 3일 비공개로 소환돼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검찰의 조 장관 의혹 수사는 크게 네 갈래로 진행되고 있고 이 중 세 가지 의혹의 핵심 피의자가 정 교수다.

정 교수는 자녀 입시부정과 관련해 사문서위조‧행사 등의 혐의를, 사모펀드와 관련해서는 공직자윤리법‧자본시장법 위반‧횡령 혐의 등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PC를 숨기려고 했던 정황이 드러나면서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수사 과정에서 추가됐다.

검찰 관계자는 조 장관 일가 의혹을 수사하면서 “입시부정, 사모펀드, 웅동학원 등 세 갈래로 나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이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고 검증 과정에서 언론과 정치권에 의해 제기된 의혹이 이 세 가지다. 여기에 증거인멸까지 검찰 수사의 중요 포인트로 더해졌다. 정 교수가 각종 의혹의 '몸통'인 만큼 이날 첫 소환조사가 조 장관 관련 의혹 수사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조국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받는 의혹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조국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가 받는 의혹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①입시부정…사문서위조·행사 등

정 교수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을 위조한 혐의로 이미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정 교수가 영화 ‘기생충’과 같은 방식으로 딸(28) 표창장을 위조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아들(23)의 상장에 찍힌 총장 직인을 스캔한 뒤 딸의 표창장에 오려 붙였다고 판단했다. 또 검찰은 딸의 표창장을 위조하는데 사용된 아들의 상장 역시 위조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9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조국 후보자 딸이 받았다는 표창장 사진을 보도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6일 국회에서 열린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조국 후보자 딸이 받았다는 표창장 사진을 보도진에게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교수에게는 사문서위조행사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위조된 서류가 조 장관 딸의 대학원 입시에 활용됐다고 보는 검찰은 딸이 다닌 서울대 환경대학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등을 모두 압수수색해 입학 지원 서류를 확보했다. 조 장관 딸은 부산대 의전원 자기소개서에 유일한 수상경력으로 동양대 표창장을 기재했다고 한다.

법적으로 위조한 사문서를 진짜인 것처럼 활용했다면 누군가에게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도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된다. 또 국립대인 부산대의 입시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를 받을 수 있다.

②사모펀드…공직자윤리법·횡령 등

검찰이 정 교수 소환조사를 준비하면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사모펀드 관련 의혹이다. 정 교수가 이 펀드에 공식적으로 투자한 시점은 2017년 7월 조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직후다. 그러나 검찰은 조 장관 5촌조카 조범동(36)씨가 2016년 2월 정 교수에게 받은 돈을 종잣돈 삼아 코링크PE를 설립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자유한국당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소속 보수단체들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조국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자유한국당 제공) [뉴스1]

자유한국당과 문재인 하야 범국민투쟁본부 소속 보수단체들이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조국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자유한국당 제공) [뉴스1]

검찰은 정 교수를 코링크PE의 운영에 관여한 사실상의 실소유주로 의심하고 있다. 복수의 코링크PE 관계자에 따르면 정 교수는 사모펀드 의혹이 불거지자 코링크PE 임직원들에게 직접 전화해 운용보고서 작성을 지시했다. 또 코링크PE가 투자한 2차전지 업체 IFM의 사업설명회가 정 교수와 그의 동생 정모씨 둘만 있는 자리에서 열리기도 했다.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내였던 정 교수가 코링크PE 운영과 투자처 경영에 직접 관여했다면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검찰 역시 정 교수의 공직자윤리법 위반 혐의를 수사 중이라고 한다. 또 정 교수가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조 장관 5촌조카 조씨의 공범으로 정 교수가 묶인 만큼 조씨가 받는 혐의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정 교수는 10억원가량의 횡령 혐의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가 지난달 구속될 당시 구속영장청구서에는 수십억원 가량의 횡령이 범죄사실로 기재됐다. 검찰은 조씨가 2차전지 업체 WFM에서 횡령한 돈 중 10억원가량이 정 교수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발견했다. 정 교수가 횡령을 인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검찰은 추궁할 예정이다.

③증거인멸교사…조국 장관 공범되나

검찰 수사가 시작할 때만 해도 증거인멸은 수사 대상이 아니었으나 정 교수가 조직적 증거인멸을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혐의가 추가됐다. 정 교수는 8월 28일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모씨를 시켜 자택 PC 하드디스크를 모두 교체하도록 했다. 또 정 교수는 8월 31일 김씨와 함께 동양대 사무실에 있는 PC를 통째로 반출하기도 했다. 검찰이 전방위 압수수색으로 조 장관 수사를 본격화한 날짜는 8월 27일이다.

조국 법무부장관이 출근하기 위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조국 법무부장관이 출근하기 위해 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검찰은 정 교수의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조 장관에게까지 공범으로 적용할지 검토 중이다. 정 교수가 남편인 조 장관과 증거인멸을 사전에 상의했다면 조 장관 역시 공범으로 입건될 수 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 “PC를 교체하러 자택에 갔을 당시 만난 조 장관이 ‘아내를 도와줘 고맙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나 조 장관은 “그런 적이 없고 의례적으로 인사를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해명했다.

정 교수가 받는 혐의가 많은 데다 다른 사건 관계자의 진술과도 맞춰볼 필요가 있어 정 교수에 대한 소환 조사는 최소 한 차례 이상 더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조사를 마치는 대로 진술 내용을 검토하고 이를 토대로 신병확보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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