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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마다 태풍 아니면 장마, 못 살겠다" 가을 제주의 비명

중앙일보

입력

지난 1일 오후 제주의 대표 관광지 중 한곳인 용두암을 찾은 관광객이 우산을 쓴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오후 제주의 대표 관광지 중 한곳인 용두암을 찾은 관광객이 우산을 쓴채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최충일 기자

1일 오후 3시 제주시 용담동 용두암 해안가. 용을 닮은 대형 현무암 바위가 있어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제주 대표 관광지 중 한 곳이다. 하지만 이날은 불과 3~4팀 정도의 개별 관광객만 보였다. 모두 우산을 쓰고 있었다. 20여 대의 대형 관광버스를 세울 수 있는 주차장에는 승용차 3~4대 있었다.

지난 1일 제주 관광지 비날씨에 텅텅 #올해 역대최다 동률 7개 태풍 영향 #9월 태풍 모두 주말에 북상해 관광지

태풍의 간접영향권에 접어든 지난 1일 제주시 용두암 인근 상권이 지속적인 비날씨에 매출이 30~40%나 줄었다. 최충일 기자

태풍의 간접영향권에 접어든 지난 1일 제주시 용두암 인근 상권이 지속적인 비날씨에 매출이 30~40%나 줄었다. 최충일 기자

인근의 제주도 전통 토산품점에는 이따금 ‘우산이 얼마인지’ 물어보는 것 외에는 파리를 날리고 있었다. 바로 옆 다른 기념품 가게 등도 손님을 보기 힘들었다. 인근에서 장사하는 김모(50)씨는 “가을 들어 계속 비가 와 8·9월 매출이 지난해보다도 30~40% 줄었다”며 “중국 관광객이 줄어 힘든데 또 이렇게 태풍이 와 정말 못 살겠다”고 했다.

지난 1일 오후 제주의 대표 관광지 중 한곳인 용두암의 대형버스 주차장이 텅비어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일 오후 제주의 대표 관광지 중 한곳인 용두암의 대형버스 주차장이 텅비어 있다. 최충일 기자

 지속적인 궂은 날씨로 제주지역 관광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태풍이 계속 올라오는 데다 주말에 집중돼서다. 북상 중인 18호 태풍 미탁은 올해 우리나라에 영향을 준 7번째 태풍이 된다. 7개 태풍이 내습한 지난 1959년과 동률이다. 특히 9월 이후 제주는 미탁 전에도 9월 초 제13호 태풍 링링, 9월 말 제17호 태풍 타파 등 가을 태풍의 영향을 잇달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2개의 태풍은 모두 주말 제주지역에 영향을 미치면서 관광객들이 제주에 오가는 것은 물론 관광을 하는데도 큰 불편을 줬다. 8월부터 이어진 가을장마도 지속적으로 비를 뿌려 가을 관광 시즌을 망쳤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월 한 달 중 첫 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말에는 가을장마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제주 전역에 비 날씨가 이어졌다. 9월도 14일과 15일을 제외한 나머지 주말 모두 비가 내려 사실상 가을 장사를 접었다. 이처럼 두 달간 주말마다 비 날씨가 지속하면서 제주지역 관광업계들은 주말 대목을 완전히 놓쳤다.

2일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든 제주 한라산의 입산이 통제됐다. 최충일 기자

2일 태풍의 영향권에 접어든 제주 한라산의 입산이 통제됐다. 최충일 기자

최근 제주관광은 성수기와 비성수기가 명확하게 나뉘지 않는다. 제주 여행업계는 가을 한라산 등반이나 올레길 걷기, 골프 등을 즐기기 위한 시즌으로 분류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을 한다. 이 시기 관광객은 장기·단체 여행객보다 단기·소규모 여행 목적이 대부분이라 단체 대비 여행을 포기하거나 목적지를 바꾸기 쉬워 예약 문의 자체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예약돼 있던 단체여행객 등은 날씨를 이유로 취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행 자체의 예약 취소가 이어지면서 호텔과 리조트 등 숙박업계와 렌터카 등 연관산업까지 모두 악영향을 받고 있다.

호텔이나 렌터카 업계의 매출이 평년보다 20% 정도 줄었다. 제주도내에서 관광업을 하는 문모(39)씨는 “단순 변심이라면 환불이 어렵지만, 천재지변 때문에 환불을 하는 경우에는 그 손해가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 된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결국 적자를 피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2일 오전 평소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제주시 연동 사거리가 텅 비어있다. 최충일 기자

2일 오전 평소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제주시 연동 사거리가 텅 비어있다. 최충일 기자

선선한 기온에 맑고 높은 하늘을 배경으로 한라산을 볼 수 있어 인기를 끄는 제주의 가을 골프 시즌도 올해는 재미를 보지 못했다. 최근 골프장의 배수시설이 잘돼 있다고 하지만 야외 스포츠인 만큼 비나 눈이 오면 아무래도 손님이 줄어드는 등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이런 궂은 날씨 때문에 기존 개별소비세 이슈로 아무래도 불황인 제주 골프업계에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기존 75%를 감면받던 개별소비세가 타지처럼 100% 적용돼 다른 지역 대비 가격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제주도 L골프장 관계자는 “이용이 많은 8·9월 주말마다 비날씨가 이어지면서 골프업계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30% 가량 줄었다”며 “타지역과 가격도 같은데 비까지 많이 내리면 누가 비행기값과 숙박비까지 내가며 제주도로 골프를 치러 오겠나”며 안타까워했다.

제주=최충일 choi.choo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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