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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보고 투자했다 폭망"...’나쁜 주식’에 끌리는 개미 왜?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헬릭스미스 임상3상 결론 도출 실패 관련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들이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의 발표가 이어지는 동안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NH투자증권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헬릭스미스 임상3상 결론 도출 실패 관련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들이 김선영 헬릭스미스 대표이사의 발표가 이어지는 동안 주가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40대 주부 A 씨는 지난 7월 초 유튜브를 통해 알게 된 주식 전문가 B 씨로부터 더블유에프엠(WFM) 종목을 추천받아 수천만 원어치를 사들였다. A씨 계좌에 비상등이 켜진 건 꼭 한 달 만이었다.

정치테마주·거품 낀 바이오주로 몸살 #"10루타 종목 쫓지만 시한폭탄 안은 셈" #"한탕주의·저가 매수 착각서 벗어나야"

 조국 법무부 장관의 후보 검증 과정에서 WFM의 최대주주가 이른바 ‘조국 펀드’ 운용사(코링크PE)라는 사실이 드러나며 정치 테마주로 엮이더니, 작전 세력에 의한 주가 조작 대상이었다는 정황까지 드러났다. 7월 초 4000원대에 사들였던 WFM 주가는 9월 11일 1380원 밑으로 고꾸라졌다.

 A씨는 “당시에 (B씨가 운영하는 모바일 메신저 채팅방에서) 지금이라도 당장 팔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추석 이후에 빅 이벤트가 있다’면서 팔겠다는 사람들을 이상한 사람 취급했다”며 “그 사람 말만 듣고 그때라도 팔지 않은 내가 바보”라고 한탄했다.

 B씨의 말을 믿었던 A씨의 손에는 사실상 휴지 조각만 남게 됐다. WFM은 지난달 23일 최대주주였던 코링크PE의 총괄 대표인 조범동 씨(조 장관 5촌 조카)와 이상훈 전 대표이사를 18억 원대 규모 횡령,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이 때문에 주식 거래는 정지됐다. 며칠 뒤 B씨는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서 WFM 추천 방송을 내렸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실체가 없는 정치 테마주나 거품이 잔뜩 낀 바이오주, 작전 세력들이 연계된 주식 등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입은 개미투자자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특히 ‘조국 펀드’ 운용사가 투자한 WFM을 비롯해 임상 시험 실패 소식으로 급락한 헬릭스미스와 신라젠, ‘개미 도살자’로 불린 주가 조작 세력이 끼어든 지와이커머스 등의 주식을 사들인 개인투자자가가 크게 물려 있다.

 개미 투자자들은 왜 매번 이런 ‘나쁜 주식’에 끌리는 걸까. 17년간 주식 투자를 했다는 여의도의 한 직장인은 “이슈에 휩싸인 주식의 시가총액이 3000억원을 넘어가면 그때부터 기관투자가들의 매수세도 유입되는 데 그중에 시가총액 1조원이 넘는 이른바 ‘10루타(10배)’ 종목도 나온다”며 “그 꿈을 안고 투자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투자는 그야말로 언제 터질 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떠안는 셈이다. 주식 투자 전문가들은 “매번 투자해서는 안 되는 종목이라고 말해도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자신이 투자한 종목에 대해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객관적 판단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주변의 얘기만 듣고 투자하다 보면 언젠가는 터지는 폭탄을 떠안게 된다”고 말했다.

헬릭스미스 최근 3개월 추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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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유에프엠 3개월 주가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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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나쁜 주식'에 걸려들지 않기 위해 피해야 할 투자패턴이 있을까.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 슈퍼개미 등 주식 투자의 고수들의 이야기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로 자산의 대부분을 몰아서 투자하는 ‘한탕주의’ 투자다. 이른바 '몰빵' 투자다. 개인 투자자 C 씨는 “3500만원을 대출받아 총 7000만원을 WFM에 넣었다”며 “가족들한테 솔직히 말해야 할지 겁이 난다”고 토로했다.

 고액 자산가들을 주로 상대하는 신기영 한국투자증권 잠실PB센터장은 “고액 자산가들은 절대로 감당하지 못할 투자는 하지 않는다”며 “간혹 코스닥 소액주에 투자하는 분이더라도 투자 자산의 10% 이하로 투자한다”고 전했다.

 두 번째로 근거 없는 정보에 대한 ‘과신’이다. 해당 기업의 기본적인 재무나 공시 정보도 직접 확인하지 않고 유튜버나 지인, 자칭 주식전문가들로부터 추천받은 종목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투자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지난 2017년 1주당 15만원을 웃돌았던 신라젠의 경우 주가에 비해 매출액 수준도 미미하고 흑자를 낸 적도 없는 기업이다.

 또 기관투자가들과 외국인 투자자들에 비해 개인 투자자들이 정보가 부족하고 느릴 수밖에 없다. 헬릭스미스의 경우 글로벌 임상 3상 실패 소식이 있기 전인 지난 5월부터 9월까지 개인은 3087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648억원, 2540억원 순매도했다. 임상 3상 실패가 공식화된 9월 24일 이전 일주일간의 매매 추이를 봐도 개인은 꾸준히 사들였지만 기관과 외국인은 먼저 발을 뺐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는 없어도 기관 투자가 대상 IR은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개인 투자자들은 아무래도 정보가 늦고, 이상 징후를 파악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주가가 고점에서 떨어질 때 '가격이 싸졌다'는 착각이다. 기업의 미래가치가 지나치게 과대평가돼 있어 주식의 가격이 비싸졌다는 점은 간과한 투자 방식이다. 실제로 신라젠은 1일 코스닥시장에서 아무런 이유도 없이 전 거래일보다 29.61%나 올랐다. 개인들이 저가 매수를 노리고 유입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슈퍼개미’인 남석관 스마트인컴 대표는 “저가 매수라는 건 대단한 착각”이라고 일갈했다. 남 대표는 “주가에 아무리 미래가치가 반영돼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기업가치에 수렴하는 것이 시장의 원리”라며 “20년 투자 경력으로 보면 신생 바이오 기업이 신약 개발의 임상 실험을 마지막까지 성공한 사례는 극히 드물었고, 성공하더라도 이미 주가가 반영하고 있어 더 오르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문제는 개미 투자자들의 무모한 투자는 여전히 계속되는 데 있다. 검찰 개혁을 촉구하면서 조국 장관을 지지하는 대규모 시위 영향으로 조 장관 관련 테마주로 거론돼온 화천기계가 9월 30일(24.87%)과10월 1일(4.72%) 이틀간 큰 폭으로 올랐다. 화천기계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7% 넘게 줄었고 지난해에 이어 영업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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