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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공동 부실채권 시장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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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5차 국제공공자산관리기구포럼(IPAF)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일곱 번째부터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디와카르 굽타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 임현동 기자

26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5차 국제공공자산관리기구포럼(IPAF)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 일곱 번째부터 문창용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은성수 금융위원장, 디와카르 굽타 아시아개발은행 부총재. 임현동 기자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두 차례 큰 위기의 파도를 넘어선 아시아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으로 국제교역 전망이 어두워지면서 주요국 성장 둔화 징후가 뚜렷하다.

IPAF 총회 경제위기 대응 모색 #역내 성장둔화, 금융 취약성 커져 #규제 당국간 협력 통해 극복해야

불확실성의 시대, 또 다른 금융발 경제위기의 가능성에 맞서 아시아 차원에선 어떤 대비를 할 수 있을까. 26일 서울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제5회 IPAF(International Public AMC Forum, 국제공공자산관리기구 포럼) 연차총회에선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공공자산관리기관·예금보험기관과 국제기구, 국내외 자산운용사에서 약 250여 명이 참석해 이를 논의했다.

기조연설을 한 디와카르 굽타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는 “아시아는 성장이 둔화했고 해외 차입 증가와 민간부채 급증으로 금융 취약성이 커졌다”며 “금융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부실채권(NPL) 시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채권이 금융 충격을 촉발하는 불씨라고 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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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타 부총재는 ADB가 32개 아시아 국가의 1994~2014년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소개했다. 그는 “NPL 급증은 은행 신용공급을 위축시켜 국내총생산(GDP) 성장 둔화, 실업률 증가로 이어진다”며 “NPL 관리를 위해 법과 규제를 정비하고 NPL 거래 시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거래 시장이 잘 작동하면 은행은 적절한 가격에 효율적으로 NPL을 처분할 수 있다. 동시에 정부는 금융회사 구제에 대규모 혈세를 쏟아붓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아시아 국가 중 많은 경우 부실채권 시장이 아예 없거나 발전이 미미하다. 굽타 부총재는 “공공자산관리공사가 거래 플랫폼과 유통시장 발전에 역할을 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참석한 전문가들은 아시아 각국 규제 당국과 공공자산관리공사의 협력을 강조했다. 카티아 도르 헐스터 세계은행(WB) 수석 금융부문 전문가는 “유럽 사례를 볼 때 금융통합이 늘어나면 위기 확산도 더 쉬워진다”며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규제 당국 간 협력과 감독용어 통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홍승현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 역내경제감시그룹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대규모 글로벌 유동성이 아시아로 유입되면서 금융 변동성이 커졌다”며 “각국의 협업을 통해 저개발국도 역내 자본시장 성장에 동참할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간 협력의 좋은 모델이 바로 유럽연합(EU)이다. EU는 2017년 NPL 문제 해결을 위한 ‘EU 실행계획’을 발표했다. EU 은행의 NPL 공시요건을 표준화하고, EU 차원의 NPL 거래 플랫폼을 만드는 내용이 담겼다. 라이너 마틴 조인트비에나인스티튜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그리스·아일랜드 등의 NPL 문제가 그 나라만이 아닌 ‘EU 전체의 문제’라는 것을 정치권이 깨닫고 대응하기까지 3~4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정보의 비대칭, 국가 간 규제 차이로 NPL 시장의 실패가 생겼고, EU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책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환영사에서 “아시아 공동의 NPL 정리시장을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이를 글로벌 허브로 육성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유럽과의 전략적 연대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IPAF는 캠코가 공식 제안해 2013년 설립된 비정부 국제기구다. 아시아 6개국 13개 공공자산관리기관과 예금보험기관이 회원기관이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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