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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마윈 역대급 말말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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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와 인터뷰 중인 마윈(马云) [출처 Bloomberg]

블룸버그와 인터뷰 중인 마윈(马云) [출처 Bloomberg]

알리바바의 마윈(马云)은 작년 중국 스승의 날(9월 10일) 알리바바 그룹을 떠나겠다고 발표하여 이슈가 되었다. 1년이 지나고 그의 은퇴일이 실제로 다가왔다. 지난 9월 10일, 알리바바 본사가 있는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알리바바 창립 20주년 행사에서 마윈은 수만 명의 직원에게 박수 갈채를 받으며 무거운 자리에서 내려왔다. 마윈이 있었던 알리바바그룹 이사국 주석 겸 CEO직은 장융(张勇) 현 CEO가 승계 받는다. 일개 개미에 불과하던 회사를 거대한 왕국으로 일군 마윈의 은퇴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그가 말했던 역대 명언을 정리해보았다.

1. 세상은 게으른 사람에 의해 창조된다

마윈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첫 연설에서 “세상은 게으른 사람들이 만든다”는 주장을 펼쳤다. 마윈의 연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세상은 게으른 사람들에 의해 지탱됩니다. 세계가 아름다운 이유는 게으른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죠. 게으르다는 말이 진짜 게으르다는 뜻이 아닙니다. 게으름과 미련한 게으름은 구별해야죠. 일을 덜 하고 싶다면 게으름 피우는 방법을 생각합니다. 그러나 게으름에도 품격과 수준이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게을렀던 나는 살찌는 일에도 게을렀죠. 이것이 바로 ‘저만의 게으름’입니다.”

2. 알리바바를 창립한 일이 인생 최대 실수죠

 [출처 진르터우탸오(今日头条)]

[출처 진르터우탸오(今日头条)]

2016년 6월 16일, 마윈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B20 국제경제포럼에서 “알리바바 창업은 인생 최대의 실수”라고 말해 화제가 되었다. 그 이유는 ‘과도한 업무’라고 밝혔다. 마윈은 개인 시간 대부분을 일하면서 보내고 있으며 기회가 된다면 마음에 드는 국가에 가서 일없이 조용한 나날을 보내고 싶다고 했다. 당시에 그는 자사 온라인 쇼핑몰 톈마오와 합작해 러시아판 알리바바를 만드는 일을 추진 중이었다. 사업을 부지기수로 확장하고 있는 마윈의 위와 같은 대사에 네티즌들은 “엄살이다”, “가진 자의 배부른 소리”라는 등 혹평을 하기도 했다.

3. 나는 지금까지 돈에 손댄 적 없다

2016년 11월 마윈은 유명 연설 프로그램 카이장라(开讲啦)에 출연했다. 이 때 마윈은 “1999년 창업 이래, 월급에 단 한 번도 손댄 적 없다.”고 말해 또다시 이슈 되었다. 월급을 모두 아내에게 송부한다는 마윈은 “돈에 흥미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윈은 해당 프로그램에서 일이 많아질수록 책임감도 커지기 때문에 모든 것에 쾌락감을 느끼기 어렵다고 말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더라도 그 돈이 모두 본인 것이 아니라는 책임감 때문에 도저히 쓸 수 없다”는 다소 진부한 해명에도 해당 방송 화면이 인터넷에서 한동안 화제였다. 그 이유는 바로 마윈이 말할 때 진행자 사베이닝(撒贝宁)의 표정이 너무 현실감 있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출처 카이장라(开讲啦) 방송 화면 캡처]

[출처 카이장라(开讲啦) 방송 화면 캡처]

4. 책을 쓴다면 제목은 <알리바바의 1001가지 실수>

2018년 다보스 포럼에서 마윈은 자신의 인생 경험과 창업과정에 대해 책을 쓰고 싶다며 다음과 같이 말해서 화제를 일으켰다. 마윈은 본인이 진짜 책을 집필하게 된다면 제목은 “알리바바의 1001가지 실수(阿里巴巴一千零一个错误)”가 될 것이라고 했다.

 2018 다보스 포럼(2018 World Economic Forum in Davos)에서의 마윈 ⓒMedium

2018 다보스 포럼(2018 World Economic Forum in Davos)에서의 마윈 ⓒMedium

성공담이 아니라 실수담이라니, 일반인 입장에서는 의문스러울 수 밖에 없다. 마윈의 입장은 이렇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실수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에 대해 마윈은 “실수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런 실수를 다시 경험할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은 ‘얼마나 많은 것을 성취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고통과 실수를 견뎌냈느냐’는 것이라고 말했다.

5. 996은 사실 큰 복이다

올해 4월 중순에 내부에서 공유된 마윈의 말이 최근 몇 년 중, 가장 큰 논란이었을 듯 하다. 알리바바 내부 교류회에서 마윈은 996 근무제에 대한 그의 의견을 어필하였는데, “996은 사실 큰 복이다. 많은 회사, 많은 사람들이 996 근무의 기회조차 없다”고 말해 한동안 그에 대한 악평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덮었다. ‘996을 버틴 사람만이 열정적이며, 돈 이외의 기쁨을 진정으로 깨달을 수 있으니 그것이 바로 복(福)’이라는 논리이다. 단순히 초과 근무 수당을 위해 996을 버티는 사람들은 오래 버티기 힘들며, 프로라면 996 시간을 통해 공부와 자기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996이란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6일 간 일하는 것’을 뜻한다. 일주일에 72시간 일하며 초과 수당은 없다. 중국에서는 일에 대한 정열과 헌신을 보여주기 위해 초과 근무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곤 하는데, 마윈의 말을 통해 이를 증명한 셈이다.

6. 996뿐만 아니라 669

&#34;일에서는 996 정신을 가져야 하며, 생활 면에서는 669의 정신 을 가져야 한다&#34;고 말한 마윈 [출처 阿里巴巴 공식웨이보]

&#34;일에서는 996 정신을 가져야 하며, 생활 면에서는 669의 정신 을 가져야 한다&#34;고 말한 마윈 [출처 阿里巴巴 공식웨이보]

996이 마윈의 올해 최대의 논란거리였다면, 다음 순위로 ‘직원들에게 결혼생활과 출산문제에 대해 언급한 내용’을 뽑을 수 있다. 마윈은 “결혼은 부를 쌓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를 갖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야말로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며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일에서는 996 정신을 가져야 하며, 생활 면에서는 669*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마윈은 주장 했는데, 이 말은 성관계를 뜻하는 내용이다보니 큰 이슈가 되었다.

*669란, 9(중국에서 9는 ‘길다’는 뜻)의 철학으로 6일에 6번의 성관계를 하라는 뜻이다.

7. 다음 생애에는 여자로 태어나고 싶군요

 2019 글로벌여성창업자대회(2019 Global Conference on Women and Enterpreneurship)에서 연설하고 있는 마윈의 모습 [출처 Inquirer Business]

2019 글로벌여성창업자대회(2019 Global Conference on Women and Enterpreneurship)에서 연설하고 있는 마윈의 모습 [출처 Inquirer Business]

글로벌 여성 창업자 대회에서 마윈이 연설한 내용이 또다시 화두에 올랐다. 연설 초반의 내용은 평범했다. ‘부인과 직장 여성 동료들의 조언’을 마윈, 본인이 성공한 원인으로 꼽으며, 성평등을 지지한다고 했다. 이어서 ‘알리바바 여성 기술자의 비율은 13%에 불과하지만 디자이너의 51%는 여성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마윈은 “제품 디자인에서 여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며 여성 직원들의 합류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마윈은 연설 말미에 “일을 단순히 ‘끝’ 내고 싶다면 남자를 시키고, ‘잘’ 하고 싶다면 여자를 시키고, ‘색다른 일’을 맡기고 싶다면 남녀가 함께 하게 하라”고 말했다. ‘남자의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 지 상관없이 여자가 없다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표현’한 마윈, 다음 생애에는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말해 또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마윈의 연설에 중국인은 물론, 한국인들도 일희일비 했다. 마윈의 은퇴식이기도 했던 알리바바 창립 20주년 기념식에서 “본인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새로운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그가 세운 가치관이 알리바바의 향후 비전으로 자리잡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리바바를 떠나는 그의 아름다운 뒷모습을 칭찬했다. 오래전부터 언급했던 대로 교육 산업에 집중할 것인지, 향후 마윈의 행보가 기대된다.

글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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