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신분증 번호의 비밀, 바로 '이것'이 결정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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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20세기 초반을 대표하는 미국의 지리학자 리처드 하트숀(Richard Hartshorne)은 “구역(区域)이란 구체적인 위치를 가진 하나의 지역(地区)이다. 특정한 방법을 통해 다른 구역과 차별을 두는 것으로 ‘구역’은 어떤 지역의 구체적인 지시적 의미를 갖는다."라고 말하며 지역을 나누는 의미에 대한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중국에서는 ‘대륙의 스케일’에 걸맞게 다양한 방법으로 지리 구획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중 가장 기본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지역 구분은 ‘중국지리대구(中国地理大区)’이다.

중국지리대구(中国地理大区)는 전국 34개 성(省)급 행정구를 6개의 대구(大区)로 나눈다: 화북(华北), 동북(东北), 화동(华东), 중남(中南), 서남(西南) 그리고 서북(西北). 중국지리대구는 줄여서 대구(大区)라 부른다. 현재는 이미 법적인 행정지명으로는 사용하지 않고 있으나 영향력은 여전히 강하여 일상 생활에서 자주 쓰인다. 한국에서 공식 행정지명인 ‘전라도’ 대신에 ‘호남’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중국의 지리대구(中国地理大区) [출처 바이두백과]

6대구는 어디서 왔을까

「

해방시기의 6대분국(六大分局)이 전국 6대행정국(六大行政区)으로 발전

」

해방시기(解放时期) 때, 중공중앙(中共中央) 산하에 화북국(华北局), 동북국(东北局), 화동국(华东局), 중남국(中南局), 서남국(西南局), 서북국(西北局) 등 6개의 지방국(地方局)을 설립하였다.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되면서 당시의 6개 지방국을 기초로 화북(华北), 화동(华东), 중남(中南), 서남(西南), 서북(西北) 등 6대행정구(六大行政区)로 행정구역을 나눴으며, 줄여서 대구(大区)라고 불렀다.

각 대구(大区)는 인민정부(人民政府) 혹은 군정위원회(军政委员会)를 설치하여 1급 지방 정부로서 성(省)급 단위 행정구역을 관할한다. 1952년 6대행정국는 행정위원회(行政委员会)를 개편하여 중앙에서 파견한 기관 정도로 축소되었다. 지방 정부를 감독하는 역할만 담당하며 더 이상 1급 지방정권이 아니게 되었다. 하나의 지도자로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강화하기 위해 1954년 6대행정위원회를 없애고 각 성, 자치구, 직할시, 지방 지구를 중앙에서 직접 관리하는 체제로 변경했다.

1949-1953년의 6대행정구(6大行政区) [출처 大地理馆 터우탸오 공식계정]

1953년 성급 행정 구역은 현재와 크게 달랐다. 당시 화북 지역은 북경(北京)·천진(天津)·허북(河北)·산서(山西), 동북 지역은 요녕(辽宁) ·길림(吉林)·흑룡강(黑龙江)·내몽고(内蒙古), 화동 지역은 상해(上海)·수조(苏州) ·절강(浙江)·안휘(安徽)·복건(福建)·강서(江西)·산동(山东)·대만(台湾), 중남 지역은 호남(湖南)·호북(湖北)·광서(广西)·광동(广东)·해남(海南)으로 나뉘었다. 이후에 반환된 홍콩특별행정구(香港特别行政区)·마카오특별행정구(澳门特别行政区)가 추가되었다. 서남 지역은 사천(四川)·충칭(重庆)·귀주(贵州)·운남(云南)·티베트(西藏), 서북 지역은 산시(陕西)·감숙(甘肃)·청해(青海)·녕하(宁夏)·신강(新疆)이 포함된다.

신중국의 6대구(六大区)가 해방구의 6대국(六大局)에서 파생되기 전, 중화민국(中华民国) 시절에도 크게 6가지로 구분되긴 했다. 다만 이때의 모습은 현재와 많이 다르며, 아래 사진과 같이 화북(华北)·동북(东北)·화중(华中)·화남(华南)·새북(塞北)·서부(西部)로 나누었다.

중화민국(中华民国) 시대의 6대구(六大区) [출처 大地理馆 터우탸오 공식계정]

오늘날 해남성(海南省), 충칭직할시(重庆直辖市) 두 곳의 특별행정구의 성립으로 육대구에 변화가 생겼다. 먼저 화북대구(华北大区)는 2개의 성(省), 2 곳의 시(市), 그리고 1곳의 자치구(自治区)로 이루였다: 허북(河北), 산서(山西), 북경(北京), 천진(天津), 내몽고(内蒙古). 내몽고는 동북대구에 속해있었으나 화북대구로 편입되었다.

화북대구(华北大区) [출처 大地理馆 터우탸오 공식계정]

동북대구(东北大区)는 3곳의 성(省)으로 이루어졌다: 랴오닝(辽宁), 길림(吉林), 흑룡강(黑龙江)

동북대구(东北大区) [출처 大地理馆 터우탸오 공식계정]

화동대구(华东大区)는 모두 7곳의 성(省)으로 이루어졌다: 상해(上海), 강소(江苏), 절강(浙江), 복건(福建), 안휘(安徽), 강서(江西), 산동(山东), 대만(台湾)

화동대구(华东大区) [출처 大地理馆 터우탸오 공식계정]

중남대구(中南大区)는 5곳의 성(省)과 1곳의 자치구(自治区), 그리고 2곳의 톡별행정구(特别行政区)로 이루어져있다: 허남(河南), 호북(湖北), 호남(湖南), 광동(广东), 광서(广西), 해남(海南), 홍콩(香港), 마카오(奥门)

중남대구(中南大区) [출처 大地理馆 터우탸오 공식계정]

서남대구(西南大区)는 3곳의 성(省)과 1곳의 자치구(自治区), 1곳의 직할시(直辖市)로 이루어졌다: 사천(四川), 운남(云南), 귀주(贵州), 서장(티벳; 西藏), 충칭(重庆)

서남대구(西南大区) [출처 大地理馆 터우탸오 공식계정]

서북대구(西北大区)는 3곳의 성(省)과 2곳의 자치구(自治区)로 이루어졌다: 산서(山西), 감숙(甘肃), 청해(青海), 녕하(宁夏), 신강(新疆)

서북대구(西北大区) [출처 大地理馆 터우탸오 공식계정]

육대구(六大区)? 칠대구(七大区)? 어떤게 맞는거야?

중남지역은 남령(南岭)을 경계로 화중(華中)과 화남(華南)으로 나누어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중국은 ‘6대구가 아니라 7대구’라고 말하기도 하는 것이다.

남령(南岭)을 경계로 중남지구(中南地区)를 화중(華中)과 화남(華南)으로 나누어 7대구(七大区)로 부르기도 한다 [출처 大地理馆 터우탸오 공식계정]

6대구가 신분증 번호와 전화번호를 결정한다

대구(大区)의 지역 구분은 중국인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신분증 번호이다. 중국의 신분증 번호의 첫 번째 숫자는 1(화북), 2(동북), 3(화동), 4(중남), 5(서남), 6(서북)으로 이는 6개대구(六个大区)를 대표한다. 두 번째 숫자는 대구에 속한 성(省)급 행정구역을 나타낸다. 북경 신분증의 첫 2자리 숫자인 ‘11’은 화북을 대표하는 숫자 ‘1’과 화북 내 성(省) 번호 ‘1’을 조합한 것이다. 정확한 번호는 다음과 같다.

화북(华北)：북경(北京)11·천진(天津)12·호북(河北)13·산서(山西)14·내몽골(内蒙古)15；
동북(东北)：요녕(辽宁)21·길림(吉林)22·흑룡강(黑龙江)23；
화동(华东)：상해(上海)31·강소(江苏)32·절강(浙江)33·안휘(安徽)34·복건(福建)35·강서(江西)36·산동(山东)37；
중남(中南)：하남(河南)41·호북(湖北)42·호남(湖南)43·광동(广东)44·광서(广西)45·해남(海南)46；
서남(西南)：충칭(重庆)50·사천(四川)51·귀주(贵州)52·운남(云南)53·티베트(西藏)54
서북(西北)：산서(陕西)61·감숙(甘肃)62·청해(青海)63·녕하(宁夏)64·신강(新疆)65

중국 시민이 신분증을 들고 있는 모습, 최근에는 전자신분증이 출시되어 더욱 편리해졌다고 한다. [출처 成都商报]

6대구에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 또 하나 있는데, 바로 지역 전화 번호다.

기존의 기관국(机关局)이 북경(北京)·심양(沈阳)·상해(上海)·무한(武汉)·청두(成都)·서안(西安)에 설치되어 있었다. 기관국을 중심으로 번호가 생성되었는데, 화북구(华北区) 북경교환센터(北京交换中心)는 10, 성도(성 정부 소재지 도시)센터(省会分中心)는 3으로 시작한다. 석가좌(石家庄)는 311, 태원(太原)은 351, 정주(郑州)는 371로 시작된다. 지방 전화국과 행정대구 간 차이가 있기도 하는데, 여기서 허남(河南)은 화북(华北)에 속한다. 동북(东北)교환센터는 심양(沈阳)에 있으며 24, 화동(华东)교환센터는 남경(南京)에 있으며 35, 중남(中南)센터는 무한(武汉)에 있으며 27, 서남(西南)센터는 청두(成都)에 있으며 28, 서북(西北) 센터는 서안(西安)에 있으며 29번에 해당한다.

지역번호가 6대구와 차이나는 이유는 해방전쟁 당시의 통신 시스템과 연관 있다. 각지의 야전군이 전투를 하려면 반드시 통일된 지휘가 있어야 했는데 중앙에서 전보로 각 야전군과 연락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지휘 편의를 위해 중앙국이 설립한 지방국들이 대대로 생겨났고 이들이 6대구의 전신이다. 당시와 달라진 지역 구분으로 몇몇 지역의 전화번호는 현재 속한 대구(大区)와 다르게 표기되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