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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칭] 나 자신을 좋아하게 됐어! 덤플링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덤플링   [IMDb]

덤플링 [IMDb]

사회가 원하는 여성의 아름다움, 세상이 정해놓은 미의 기준에 억지로 나를 맞추려 하기 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이야기. 살짝 진부하지만 자존감 성장영화로는 꽤나 매력적이다. ‘공감성 수치’를 느끼게 하는 불편한 장면 없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따뜻하게 밀고 나가는 귀여운 영화.

이런 사람에게 추천
외모 자존감이 많이 낮아져 있다면
다양한 여성들의 우정과 사랑이야기를 좋아한다면

이런 사람에겐 비추천
뻔하고 진부한 소재 싫어
엉망이 되는 미인대회 장면을 기대한다면

#뚱뚱한 게 뭐 어때서!

‘전형적인 아름다움’에 목매는 미인대회 우승자 엄마와 그 기대에 못미치는 딸 윌로딘.  [사진 IMDb]

‘전형적인 아름다움’에 목매는 미인대회 우승자 엄마와 그 기대에 못미치는 딸 윌로딘. [사진 IMDb]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의 제목인 ‘덤플링(Dumplin)’은 주인공 윌로딘(다니엘 맥도날드)의 별명이다. 정확히 말하면 엄마 로지(제니퍼 애니스톤)가 부르는 애칭이지만 동글동글한 만두를 뜻하기 때문에 풍만한 몸매를 가진 윌로딘은 덤플링으로 불리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

미인대회 우승자로 바쁜 엄마 로지 대신 윌로딘 곁에는 ‘어떤 몸도 아름다울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고 늘 필요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루시(힐러리 베글리) 이모가 있다. 그리고 이모가 좋아하는 가수 돌리 파튼 덕분에 절친 엘렌(오데야 러쉬)까지 사귀게 된 윌로딘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이모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이후 윌로딘의 세계는 점점 흔들린다. ‘전형적인 아름다움’에 목메는 엄마와의 관계는 계속해서 엇나가고 그럴수록 이모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진다. 어느 날 루시 이모의 유품을 정리하던 윌로딘은 16살 이모가 차마 제출하지 못한 미인대회 참가서를 발견한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전의를 불태운다. 날씬하고 예쁜 여성들만 참가하는 미인대회에 나가서 전형적인 아름다움에 맞서겠다고.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16살 이모가 차마 제출하지 못한 미인대회 참가서. [사진 IMDb]

유품을 정리하다 발견한 16살 이모가 차마 제출하지 못한 미인대회 참가서. [사진 IMDb]

엄마가 심사위원을 맡은 지역 미인대회에 참가서를 제출한 날, 윌로딘과 함께 하고자 하는 이들이 생긴다. 윌로딘을 응원하는 절친 엘렌과 8살 때부터 미인대회가 꿈이었던 뚱뚱한 밀리(매디 베일로), 그리고 가부장제 타파를 외치는 헤나(벡스 테일러 클라우스)까지. 과연 이들은 미인대회를 전복시킬 수 있을까.

사실 윌로딘도 알고 있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세상이 정한 미의 기준은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그렇지만 한번 당당히 맞서보고 싶다. 뚱뚱하다고 매력이 없는 건 아니니까. 아름다움이라는 건 주관적이니까. 무엇보다 미인대회 규정에 체격이 크면 안 된다는 내용은 없다!

#공감성 수치 느끼지 않아도 돼

사실 이런 외모지상주의를 꼬집는 영화를 볼 때 가장 힘든 건 ‘공감성 수치’를 느끼게 하는 장면들을 마주할 때다. 주인공이 이유 없이 창피를 당하거나 곤란한 상황에 놓일 때 같은 감정을 느끼면서 힘든 경우가 많았다. 다행히 <덤플링>에는 틴에이저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예쁜데 싸가지 없는’ 캐릭터가 없다. 미인대회에 참가한 예쁘고 날씬한 친구들도 윌로딘과 밀리, 헤나를 놀리거나 무시하지 않는다. ‘자신감 도둑’처럼 보였던 엄마도 사실 딸을 걱정하는 흔한 엄마일 뿐이다.

날씬하고 예쁜 여성들만 참가하는 미인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하고 엄마에게 통보하는 윌로딘. [사진 IMDb]

날씬하고 예쁜 여성들만 참가하는 미인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하고 엄마에게 통보하는 윌로딘. [사진 IMDb]

예쁜 친구를 두고 뚱뚱한 윌로딘에게 관심을 보이는 훈남 보(루크 벤워드)를 대하는 방식도 억지스럽거나 불편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세상이 원하는 아름다움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여성과 그것에 저항하며 어떤 모습이든 나를 사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신념을 가진 여성들이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것. 이 점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며 캐릭터의 감정을 편안하게 따라가며 공감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힘이다.

이런 이야기가 가능했던 건 아마도 원작자인 줄리 모피, 극본가 크리스틴 한, 앤 플레쳐 감독까지 모두 여성이라는 점을 무시할 순 없을 거다.

#모든 몸은 수영복 몸매다

매력 만점 캐릭터인 8살 때부터 미인대회가 꿈이었던 뚱뚱한 밀리. [사진 IMDb]

매력 만점 캐릭터인 8살 때부터 미인대회가 꿈이었던 뚱뚱한 밀리. [사진 IMDb]

사실 윌로딘이 미인대회를 아주 엉망진창으로 망쳐버리는 통쾌한 결말을 기대했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지만 윌로딘은 예상보다 더 통쾌하게 미인대회를 뒤흔든다. 윌로딘 만큼이나 흥미로운 인물은 미인대회 참가로 어릴 적 꿈을 이룬 밀리다. 푼수 같은 매력으로 극의 활력을 제대로 선사한다. 특히 미인대회 준비 과정에서 등장하는 루시 이모의 친구들과 드랙퀸쇼는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재미다.

<덤플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돌리 파튼이다. 첫 장면부터 ‘Here I Am’ ‘Two Doors Down’ ‘Here You Come Again’ 등 돌리 파튼의 명곡들이 영화를 가득 채우고 중요한 순간마다 그의 말이 인용돼 동기부여를 하게 만든다. 신나는 음악을 음미하다 보면 그동안 잘 몰랐던 올해 만 73세인 컨트리 가수에 흠뻑 빠지게 될 듯. 다만 노래 가사도 번역이 됐으면 조금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그 점이 조금 아쉽다.

‘Every body is a swimsuit body’(모든 몸은 수영복 몸매다)  

미인대회 수영복 심사를 위해 무대로 나온 윌로딘과 엘렌의 합작 퍼포먼스 문구다. 이 장면을 보는데 올여름 다이어트에 성공하면 입어야지 벼르고 벼르다 결국 묵힌 비키니가 떠올랐다. 왜 그리도 옷에 몸을 맞추려고 스스로를 비하하고 혹사했을까. ‘모든 사람은 수영복을 입을 수 있는 몸을 가지고 있다’는 이 메시지가 더 많은 여성들에게 전해졌으면 좋겠다. 모두가 당당하게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글 by 쪙이(이지영 기자). ‘영화’로운 삶을 꿈꾸는 중. 잡식성 수다쟁이


제목  덤플링(Dumplin‘)
연출  앤 플레쳐
출연  다니엘 맥도날드, 제니퍼 애니스톤, 오데야 러쉬 등
등급  12세 관람가
평점  IMDb 6.6 로튼토마토 85% 에디터 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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