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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 "유시민, 증거보존 발언···막가자는 거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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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유시민이 군사정권 차지철 뺨치게 생겼다.”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 인용 반박 #보수 야권도 유시민 발언 성토 #김용태 “차지철 뺨치는 사법 압박” #하태경 “검찰을 범죄집단 취급”

김용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25일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전날 ‘알릴레오 시즌2’ 방송을 통해 조국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예상하며 “정상 국가에선 발부 확률이 0%지만 (우리 법원은) 반반”이라는 등의 발언을 두고서다. 차지철은 박정희 정권 시절 대통령 경호실장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인물이다. 김 의원은 “윤석열(검찰총장) 손볼 테니 김(명수) 대법원장은 잘 처신하라고 겁박하는 것인가. 이쯤 되면 진짜 사법농단, 헌정유린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현직 부장판사도 비판에 나섰다. 유 이사장이 정경심 교수의 PC 반출을 “검찰이 압수수색해 장난칠 경우를 대비해 반출한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다. 김태규 부산지법 부장판사는 페이스북에 “피의자가 증거를 반출한 것을 두고 증거인멸용이 아니고 증거보존용이었다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며 “논리적이지도, 지성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그냥 아무 의미 없는 억지”라고 비판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3년 ‘전국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했던 “이쯤 되면 막가자는 거지요”란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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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진보(말로만 하는 진보) 그만하라”(오신환 바른미래당 의원), “검찰을 범죄집단 취급하는 유시민은 정신을 놓고 있다”(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 등 야당 쪽 인사들의 성토도 쏟아졌다. 하지만 수면 아래 상황은 좀 더 미묘하다. 유 이사장이 내밀한 권력 핵심부의 의사결정 과정도 언급해서다. 일종의 통치술 영역 말이다. 유 이사장은 조 장관 임명 전 윤석열 검찰총장이 ‘임명 불가’를 건의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하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하며 대통령에게 직보하거나 박상기 법무부 장관을 통하지 않고 ‘다른 라인’을 통해 보고했다고 했다. 이른바 ‘정치검사’ 주장이다.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점은 윤 총장이 쥔 ▶‘핵심 정보’는 뭐고 ▶알리려고 한 대상은 어디냐는 것이다. 지난 27일 조 장관 주변에 대한 광범위한 압수수색 이후 윤 총장과 통화한 A의원(익명 요구)은 이와 관련해 “윤 총장이 ‘사모펀드는 수사해 봐서 잘 아는데 정말 심각한 문제다. 검사가 어떻게 알고도 넘어갈 수 있느냐’고 했다”고 전했다.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의 문제에 대해 윤 총장이 어느 정도 사전에 인지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A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검찰은 꽤 오래전부터 첩보를 상당 부분 갖고 있었던 것 같다”며 “추정컨대 (공유한 곳이) 대통령 비서실장이나 민정·정무 라인 아닐까 싶다”고 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B의원도 “윤 총장이 ‘분명히 유죄’란 믿음을 강하게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게 대통령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우려를 여권 핵심 여러 군데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두 의원의 말을 종합하면 조국 법무부 장관 내정설이 돌 때 윤 총장이 복수의 청와대 핵심 인사들에게 ‘조국 불가론’을 전달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논란은 박상기 전 장관을 통하지 않았다고 유 이사장이 주장하듯 비난받을 일이냐는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의 한 인사는 “공식 루트야 장관이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는 걸 다른 라인을 통해 알렸다고 비난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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