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호황, 실속은 없었다···2017년 부가가치 창출력 하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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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반도체 호황에도 우리나라 부가가치 창출능력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2017년 반도체 호황에도 우리나라 부가가치 창출능력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1]

한국 경제의 부가가치 창출능력이 2017년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호황으로 수출이 급증한 데 비해 실속은 그리 크지 않았던 셈이다.

25일 한국은행의 ‘2016-2017년 산업연관표 연장표’에 따르면 2017년엔 산업구조에서 공산품 비중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반도체·석유제품 수출이 크게 늘어난 데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여파로 중국인 관광객이 줄면서 서비스업이 상대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산품이 부가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6년 29.4%에서 2017년 29.9%로 늘었다. 서비스 비중은 59.8%에서 59.3%로 떨어졌다. 2016년 이전까지 꾸준히 공산품 비중은 줄고 서비스 비중이 확대되던 경향이 2017년 들어 꺾였다.

이러한 산업구조 변화는 부가가치 창출능력 하락으로 이어졌다. 2017년 우리 경제의 부가가치유발계수는 0.78로 전년(0.791)보다 하락했다. 부가가치유발계수란 소비·투자·수출로 발생한 최종수요를 1로 봤을 때 부가가치 창출액이 얼마인지를 나타낸 지표다. 2017년 우리나라의 최종수요가 1000원 발생했을 때 부가가치 780원을 만들어내는 데 그쳤다는 의미다.

서비스 비중이 큰 미국은 부가가치유발계수가 0.929(2015년 기준)로 우리와 차이가 크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오름세였던 부가가치유발계수가 2017년 떨어진 것은 원유 등 원자재가격이 크게 상승하고 중간재 수입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국산화율이 낮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가가치 창출능력을 끌어올리려면 연구개발(R&D), 마케팅 등 고부가가치 영역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글로벌 가치사슬 체계에서는 단순 제조 위주 산업구조로는 얻을 것이 적기 때문이다. 초기 단계(R&D)와 마지막 단계(마케팅)는 부가가치가 높고 중간 단계(제조) 부가가치는 가장 낮은 ‘스마일 커브(smile curve)’ 형태다. 이는 R&D와 디지털 플랫폼에 집중하고 단순 생산은 중국 등에 아웃소싱하는 미국 경제가 장기 호황을 누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경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가가치 높은 지식집약적 생산에 특화하려면 정부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지금은 혁신적인 것을 시도하면 (기존 사업자와) 이해상충에 걸리는데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산업의 일자리 창출 능력은 하락 추세를 이어갔다. 취업유발계수는 2017년 10.5명으로 전년(11.0명)에 비해 0.5명 줄었다. 생산액 10억원이 발생할 경우 직·간접적으로 생긴 취업자수가 10.5명에 그쳤다는 뜻이다. 취업유발계수는 자동화로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꾸준히 하락세를 지속해왔다. 2000년 25.7명이던 우리나라 취업유발계수는 2010년 13.9명, 2015년 11.3명으로 떨어졌다.

하락하는 취업유발계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하락하는 취업유발계수.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부문별로는 광산품(8.6→9.3명)을 제외하고는 공산품(7.1→6.6명), 건설(11.3→10.7명), 서비스(14→13.5명) 등 모든 부문에서 하락했다. 항목별로는 수출의 취업유발계수가 7.7명에서 7.0명으로 크게 하락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석유화학 등 주력 수출품목이 장치산업이다보니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지 않았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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