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中물량공세에 LCD 비명···가격 추락에 한·일·대만 다 죽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LG전자가 지난 1월 CES 2019에서 OLED디스플레이로 만든 ‘올레드 폭포’ 조형물 모습. [사진 LG전자]

LG전자가 지난 1월 CES 2019에서 OLED디스플레이로 만든 ‘올레드 폭포’ 조형물 모습. [사진 LG전자]

TV용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가격의 추락이 멈추지 않고 있다. 9월 가격은 올해 초보다 20%,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30% 이상 급락했다. 중국 업체의 공격적인 공장 증설과 생산량 확대로 공급 과잉이 계속된 탓이다. 이 같은 중국발 거센 물량 공세에 삼성이나 LG디스플레이는 물론 일본과 대만의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도 실적 악화로 고심하고 있다.

9월 들어 LCD 패널값 연초보다 20% 급락  

25일 대만의 디스플레이패널 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9월 32인치 TV용 LCD패널 가격은 33달러로 지난달보다 2.9%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43인치와 55인치용 패널도 각각 76달러와 114달러로 지난달보다 모두 2.6%씩 하락했다. 위츠뷰는 "중소형인 30~40인치대는 물론 대형으로 꼽히는 65~75인치 패널값의 낙폭도 확대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 달 전보다 65인치 패널은 184달러로 1.6%, 75인치는 365달러로 2.7%가 각각 떨어졌다.

LCD 패널의 가격 하락 원인은 중국발 공급 과잉이라는 데 국내외서 이견이 없다. 위츠비는 "중국의 BOE나 CSOT 같은 업체들이 정부의 지원을 받아 최근 2~3년간 10.5세대 LCD 패널 공장을 급격히 늘렸고, 이제 그 공장들이 가동되면서 시장에 공급되는 65인치 이상 대형 패널이 대폭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김현수 하나금융그룹 연구위원 역시 "중국 10세대 LCD라인이 본격 가동되면서 대형 패널 공급이 증가해 가격이 계속 내려가고 있다"며 "국내의 7, 8세대 라인은 경쟁력이 떨어지니 가동을 중단하고 인력도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LCD패널 점유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LCD패널 점유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한·일·대만 LCD 업체 실적 모두 악화 

실제로 중국 10.5세대 LCD라인에서는 원장 기준으로 65인치 패널을 8장을 생산한다. 반면 한국 업체가 2010년 이전부터 가동한 8.5세대 라인에서는 3장밖에 못 만든다. 국내 기업의 경우 공장을 가동하면 할수록 중국 업체에 뒤처진 생산성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는 비단 한국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만과 일본 등의 디스플레이 기업 역시 똑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 13개의 디스플레이 기업 중 9개가 지난 2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줄었다.

중국의 BOE와 CSOT, 비전옥스(Visionox), 한국의 삼성디스플레이만 예외였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2분기에 애플한테 받은 스마트폰용 OLED 관련 약 9000억원의 수익 보전금을 제외하면 실제 매출은 감소했을 것이란 게 시장 분석이다. 사실상 중국 기업을 제외한 한국, 일본, 대만의 모든 디스플레이 기업 매출이 줄어든 것이다.

한국, 차세대·고부가가치 기술 확보 서둘러야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바탕으로 물량 공세를 퍼붓고 있는 중국 기업을 당해내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분석한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LCD 시장은 중국이 치킨게임을 벌이면서 주도권을 장악했다고 봐야 한다"며 "삼성이나 LG 디스플레이는 오히려 60인치 이하 중소형 패널은 생산하지 않는 게 수익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수 한국정보디스플레이학회장(중앙대 화학·신소재 공학부 교수)은 "국내 업체들은 장기적으론 선제 투자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확보하고 당장은 OLED와 롤러블, 폴더블 같은 고부가가치 기술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