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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의음치불가] 소찬휘 … 가수도 부러워하는 고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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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고음을 잘 내는 방법으로 보컬 트레이너들은 "목에 힘을 빼고 목을 열어라"고 말한다. 하지만 쉽지 않다. 음역이 올라갈수록 목에 힘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바로 이 시점에서 두성이 필요하다. 두성은 가성을 이용하지 않고도 높은 음을 낼 수 있는 창법의 유형이다. 가슴은 거의 울리지 않고 입안 깊숙한 곳에서 소리가 퍼져나가는 형태다.

이렇게 깔끔하고 시원스러우며 폭발적인 창법을 들려주는 경우가 남자는 김경호요, 여자는 소찬휘다. 물론 흉성적 보이스의 파워풀한 가창력을 자랑하는 서문탁처럼 소찬휘에 뒤지지 않는 보컬도 있지만, 서문탁의 경우 두성의 구사력이 좀 부족해 고음 처리가 매끄럽지 못하다. 그럼에도 이 둘은 서로 못 가진 부분을 지닌 '용호상박'의 관계라 해도 좋다.

'Tears''상처''현명한 선택' 등의 히트곡으로 잘 알려진 소찬휘는 소위 '폭발적인 가창력'이라는 의미에서 한국 여성 가수사에 길이 남을 존재다. 그는 진짜 자기 목소리, 즉 육성으로도 고음을 쉽게 내는데 이 역시 그만의 강점이다. 빼어난 두성은 물론 비성 사용까지 흠잡을 데 없다. 그러다 보니 노래가 단지 파워풀하게만 흐르지 않고 맛과 감동이 함께한다. 고음에선 한 치의 흔들림 없이 깊고 선명한 소리를 구사한다. 3옥타브 라 정도까지를 '무리 없이' 소화하는 아찔한 고음 처리 능력은 기성 가수와 아마추어 모두가 부러워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소찬휘의 소리는 애초에는 가늘고 무게감이 없었다. 수년 동안 목에서 피를 토하는 맹연습을 통해 오늘날의 내공을 쌓기에 이른 것이다. 물론 음을 많이 올려 놀라운 음역을 처리한다고 해서 노래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특정 곡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멋지게 표현해 감동을 주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소찬휘의 노래는 초절 테크닉과 감성이 함께해 듣는 이를 고무한다. 또한 그가 장기로 내세우는 두성은 일반적인 가벼운 두성이 아닌 힘 있게 내지르는 두성으로 우렁찬 소리 연출이 가능하다.

얼마 전 그녀의 이혼 사실이 보도되었다. 당사자로서도 쉽지 않은 결단이었겠지만, 오히려 이것이 '전화위복'이 되어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음악적 깊이를 더해주었으면 한다. 천부적 재능보다는 피나는 노력을 통해 지금의 소찬휘가 되었듯이 다시 홀로서기를 시작한 지금 이 순간의 그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초심'을 잃지 않는 일이다. 이것은 쉼없는 노력과 자기관리를 통해 쩌렁쩌렁 울려 대는 초고음역의 '강성보컬'을 고수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조성진 음악평론가.월간지 '핫뮤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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