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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장난칠까봐 PC 가져간 거라는 유시민의 궤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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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유튜브 채널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캡처]

[사진 유튜브 채널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캡처]

유시민(60)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조국(54)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검찰 압수수색 전 자신의 컴퓨터를 가져간 것에 대해 “검찰이 압수수색해 장난칠 경우를 대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디지털 증거를 조작할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그러나 복수의 형사법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검찰 관계자도 "조작할 수 없음은 너무나 명백하다"고 밝혔다.

유시민 “검찰 압수수색 장난질, 엉뚱한 것 할 수 있어”  

유 이사장은 24일 재개한 ‘알릴레오 시즌2’ 라이브 방송을 통해 “검찰이 압수수색해 장난칠 경우를 대비해 (정 교수가) 동양대 컴퓨터, 집 컴퓨터를 복제하려 반출한 것”이라며 “그래야 나중에 검찰이 엉뚱한 것을 하면 증명할 수 있다. 당연히 복제해 줘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의 PC 반출은 "증거 인멸이 아니라 증거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디지털 증거물을 ‘입맛’에 맞게 조작할 수 있다는 뉘앙스다. 이에 "검찰의 의도를 잘 알았다", "억울함이 뻥 뚫렸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법조계 “기술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불가능한 일”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에서 압수물품 상자를 들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검찰 관계자들이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에서 압수물품 상자를 들고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법조계는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통상 컴퓨터 압수수색을 할 경우에는 컴퓨터를 ‘통째로’ 가져가거나, 컴퓨터 안의 하드디스크를 이미징(복제)한다. 어떤 경우든 조작은 불가능하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재판에서 증거능력을 갖기 위해서라도 원본 그대로 보존해야 하는게 철칙이라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25일 "전자정보의 접근 변경 기록은 모두 보존됨으로 조작할 수 없음은 너무나 명백하다"고 밝혔다. 컴퓨터 안의 데이터를 ‘검찰 입맛에 맞게 바꾸기’는 불가능하다는 취지에서다.

디지털 포렌식 관련 전문가로 손꼽히는 법무법인 린의 구태언 테크앤로 부문 변호사도 “기술적으로도, 법적으로도 불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컴퓨터의 데이터를 조작하기 위해서는 원본데이터 영역에 동일한 데이터를 하나하나 새겨 넣어야 한다고 한다. 이 과정 자체가 복잡하다보니 거의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만에 하나 그 과정이 가능했다 하더라도, 컴퓨터를 특정 시간대에 켰다는 사실조차 디지털 기록에 남는다. 그래서 시간대를 다시 조작해야 한다. 그러나 시간대를 뒤로 돌리는 순간 데이터는 모조리 헝클어진다고 한다.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복제된 데이터를 조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구 변호사는 “이미징은 ‘사본’을 가져가는 개념이기 때문에 원본은 당사자에게 남아있다“면서 ”언제든지 당사자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그럴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 23일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이 11시간 이상 소요된 것에 대해서는 “가족의 요청에 따라 압수수색 과정에 변호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기다려 압수수색을 집행했다”며 “영장 집행 과정에서 압수대상 목적물 범위에 대한 변호인 측의 이의제기가 있어 불필요한 논란을 없애기 위해 2차례에 걸쳐 순차적으로 법원으로부터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고 해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2차례에 걸친 압수수색 영장의 청구와 법원 심리시간, 발부 등을 고려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헝클어진 데이터, 증거능력 없어”

검찰 수사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이 담긴 상자를 들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검찰 수사관들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 자택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물품이 담긴 상자를 들고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그런 위험부담을 모조리 감수하고서라도 데이터를 조작했다면? 이 경우에는 증거능력 문제가 남는다. 원본과 다른 디지털 증거는 재판에서 증거능력이 사라진다. 쉽게 말해 ‘무죄’를 받을 근거가 된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디지털 정보의 무결성 유지를 위해 포렌식 전문가들이 절차에 따라 전자적 이미징 방법으로 컴퓨터 등 저장매체에 저장된 정보를 복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증거가 오염되지 않도록 ‘봉인’하고, 당사자가 민감한 내용은 원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되도록이면 ‘복제’해가는 원칙을 지킨다는 취지에서다.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디지털 증거에 아주 조금이라도 손을 대면 해시값이 엉터리가 된다”며 “그런 디지털 증거는 재판에서 쓸 수 없다. 유죄 입증을 위해 다투는 검찰이 왜 그런 부담을 감수하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현직 장관을 대상으로 한 수사"라며 "절차적 잘못으로 인해 재판에서 무죄를 받거나 여론의 비판을 받을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압수수색 영장 범위 등을 준수하기 위해서 공을 들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 23일 조국 장관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검찰은 변호인들이 참여할 때까지 압수수색을 진행하지 않았다. 이후에도 압수 대상 목적물 범위에 대한 변호인 측의 이의제기가 있어 법원으로부터 2차례 추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한다. 검찰은 이러한 저간의 사정 탓에 압수수색에 11시간 이상 걸렸다는 입장이다.

한국투자증권 프라이빗뱅커(PB) 김모(37)씨로부터 이달 초 검찰이 임의제출 받은 동양대 연구실 컴퓨터와 조 장관의 서울 방배동 자택 컴퓨터에 장착돼 있던 하드디스크도 이미징(복제)해 분석하고 있다고 한다. 검찰 관계자는 "통상의 절차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한마디로 (유 이사장이) 대한민국 형사사법시스템을 못 믿겠다고 본 것 같다”며 “근거 없는 추측으로 국민들의 불안감만 커질까봐 안타까울 뿐”이라고 탄식했다.

하태경 “유시민, 놓지마 정신줄…왜 이렇게까지 됐나”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중앙포토·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왼쪽)과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중앙포토·연합뉴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도 25일 유 이사장을 향해 “제발 정신줄은 단단히 붙들고 살자”고 말했다. 하 의원은 “유시민 작가는 형법을 아예 새로 쓰고 있다”며 “정경심의 증거인멸 시도가 검찰의 장난으로부터 증거를 보존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것은 세상에 듣도 보도 못한 궤변”이라고 비판했다.

또 “조국 부부가 증거인멸을 시도하지 않았다면 검찰은 압수수색을 해도 컴퓨터 복제만 해 간다. 하드디스크는 가져가지 않기 때문에 검찰의 증거조작을 막기 위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건 애당초 성립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조국 부부가 하드디스크를 교체하면서 이제는 증거인멸 증거품이 됐다. 자승자박이다”고 꼬집었다.

김수민·정진호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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