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생명보험사 상장하면 계약자도 주식 받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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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생보사는 뭐고, 상장은 또 뭐냐고요? 모르는 말이 너무 많죠?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봅시다. 우선 생보사는 여러분의 부모님이 가입한 종신보험과 질병보험.상해보험.연금보험 등을 판매하는 회사입니다. 상장이란 회사의 주식을 모든 사람이 사고 팔 수 있도록 증권선물거래소라는 증권시장에 내놓는 것을 말합니다. 이를 기업공개라고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삼성.교보.대한생명 등 국내 생보사 12개사와 AIG.알리안츠.푸르덴셜 등 외국계 생보사 10개사가 있습니다. 국내 생보사 중 증권시장에 상장된 회사는 한 곳도 없습니다. 반면 AIG 등 외국계 회사는 본사가 있는 외국에 대부분 상장돼 있습니다.

우선 생보사가 왜 상장을 하려는지부터 알아볼까요? 상장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업이 쓸 돈(자본)이 필요해서죠. 회사가 사람들에게 주식을 팔아서 자본을 더 모으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확장한다든지 투자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들어온 외국계 대형 보험사와 경쟁하기 위해서도 국내 보험사들은 자본이 더 필요한 상황입니다. 이번 상장안에 반대하고 있는 시민단체도 이 같은 필요성에 대해서는 수긍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논란거리가 되고 있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보험사 상장을 둘러싼 여러 기관.단체들 사이에 셈이 달라서입니다. 생보사들은 "상장을 하더라도 보험 계약자들에게 나눠 줄 주식은 없다"고 말합니다. 반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에서는 "상장을 해서 생긴 이익은 계약자들에게 주식으로 나눠 줘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물건을 만들어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반 기업과 달리 생보사는 계약자에게서 받은 보험료를 운영해 이익을 내 그 일부를 계약자에게 되돌려주는 회사이므로 계약자도 상장에 따른 이익을 나눠 가질 권리가 있다는 주장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공청회를 마련한 상장자문위는 생보사들의 의견에 기울었습니다.

논란은 생명보험사가'주식회사'냐, 아니면'상호회사'냐 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주식회사는 말 그대로 회사의 주식을 가진 주주가 모여 만든 회사를 뜻합니다. 상호회사는 소비자가 보험 계약을 하는 동시에 회사의 주인이 되는 기업 형태를 말합니다.

국내 보험회사는 법적으론 주식회사가 분명하지만 상호회사와 같은 방식으로 운영돼 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국내 생보사들은 90년대 초반까지 '유배당 보험상품'이란 것을 팔아 왔습니다. 유배당 상품이란 보험 계약자가 보험료를 내면, 보험금 외에 별도의 배당(몫)을 받을 수 있는 상품입니다. 생보사가 장사를 잘해 돈을 많이 벌었을 경우 이익의 일부를 계약자에게 나눠 주는 형태입니다. 배당을 받았다면 계약자는 곧 생보사의 주인과 마찬가지이며, 따라서 국내 생보사는 상호회사의 성격도 있다는 논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시민단체들의 주장이죠.

시민단체들은 "계약자가 낸 보험료가 회사의 자본이 되고 있으니 우리나라 보험회사는 사실상 상호회사"라며 "계약자는 회사의 주인이며 상장할 때에는 주주와 마찬가지로 상장에서 생긴 이득을 주식으로 나눠 가질 권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국내 최고의 보험 전문가들로 구성된 상장자문위는 왜 시민단체가 아닌 손보사와 뜻을 같이 했을까요?

자문위는 "국내 생보사는 형식적 측면뿐 아니라 실제 운영 측면에서도 주식회사로서의 속성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그 이유를 밝혔습니다. 에둘러 표현하긴 했습니다만 "국내 생보사는 주식회사이며 따라서 상장 때 계약자들에게 주식을 나눠줄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13일 공청회에는 당초 나오기로 했던 시민단체 측 토론자들이 참석을 거부했습니다. 참여연대 측은 대신 성명서를 내고 "이번 상장안이 업계의 입장만 반영했기 때문에 공청회 참석을 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참여연대는"1999년 당시 상장자문위에서는 상장 차익의 30%를 계약자에게 나눠줄 것을 권고했는데 이는 이번 결론과 정반대"라며"그 이유가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자문위는 "보다 많은 사례와 선진화된 분석을 통해 99년과 다른 결론을 내린 것"이라고 짧게 해명했습니다. 시민단체의 의문에 대한 설명이 불충분해 보이지만, 결국 옛 상장안은 객관적인 연구와 분석보다는 보험 계약자를 위한 고려가 우선됐다는 표현입니다. 자문위원 중 한 사람은 "이날 공청회에 나오기로 돼 있던 시민단체 측 토론자가 불참을 선언한 것은 자문위의 논리를 뒤엎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며 "만약 더 뛰어난 논리를 제시한다면 이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자, 그럼 틴틴 여러분은 어떤 논리가 합당하다고 생각하세요?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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